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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man Centered Innovator Oct 14. 2015

'그대에게'의 그들 '무한궤도', 그리고 신해철(1)

그들의 단 한장의 앨범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먼저 이야기 꺼내면, 지금부터 고 '신해철'에 대한 글을 연재할 계획입니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듣고 바보같이 버스에서 울며 '날아라 병아리'를 들은 게 얼마 전 같은데 사람의 잊혀짐이란 그렇더군요.


다시 싸늘한 계절이 되었습니다.  그리움과 기억을 표현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메키케키는 글을 쓰고 슈퍼김밥은 그림을 그리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세 번의 글을 통해 젊은 시절의 큰 자리를 채워준 그를 그리워하며 소개하려 합니다.

다만, '고'라는 말을 '신해철'이라는 이름 앞에 붙이는 건 아직도 너무 어색합니다. 여전히 우리 곁에 있는 것 같아 쓰는 게 오히려 잘못된 느낌이 들어서요. 그래서 그를 추모하는 마음은 글 전체에 가득하지만 그 표현만큼은 글 맨 처음에만 쓰려고 하니 넓은 마음으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를 아끼는 모두가 슬퍼했던 그 때, 'A.D.D.a'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던 제작사 'M-Media Works'가 마음을 담아 제작했다던 그의 여러 모습들이 담긴 헌정 뮤직 비디오부터입니다. 벌써 그립네요.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으며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아무도 내게 말해 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故 신해철 - 민물장어의 꿈 (엠미디어웍스 헌정 MV)

https://youtu.be/zzPP-FDPuk4

故신해철 - 민물장어의 꿈 MV, 엠미디어웍스 유튜브 채널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게 좋을까 고민했지만 이 영상의 처음에 등장한 그 모습을 추억한다면 그 답은 어쨌든 '무한궤도'부터일 것 같습니다. '그대에게'를 통해 대학가요제에 화려하게 등장해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가 수록된 한 장의 앨범만을 소개했던 '신해철'과 '무한궤도' 멤버들에 대한 이야기.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그룹 '무한궤도'의 영향을 받은 음악인은 많을테고 또 개인의 삶 속에서 위로와 격려를 받은 대중 역시 적지 않을 겁니다. '88년 대학가요제 대상으로 화려하게 등장한 무한궤도, 그리고 그들의 데뷔곡이자 대표곡 '그대에게'. 이 노래가 과거의 노래냐 아니냐를 말하는 건 여전히 큰 의미 없어 보입니다. '무한궤도'를 모르더라도 응원가로 접했든 노래 부르는 누군가를 보았든 요즘도 가장 흔하게 듣게 되는 곡이니까요.


강변가요제에 그룹 '아기천사'로 합류해 강변가요제 본선까지 나갔지만 최종 입상은 하지 못해 대학 가요제를 준비한 이야기, 가요제를 분석해 지루해할 심사위원에 강한 인상을 주려한 도입부 얘기, 신디사이저가 없어 대신 멜로디온을 이불 속에서 불며 작곡했던 얘기 등 '그대에게'와 관련된 에피소드는 이미 잘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매 시즌 인기를 끄는 '응답하라' 시리즈의 티저는 그 시절 대표곡들을 잠깐씩 들려주며 그 때를 떠올리게 만드는데, 1997이 'HOT', 1994가 '서태지와 아이들' 그리고 응답하라 1988은 바로 전주만으로 알 수 있는 '무한궤도'의 '그대에게'입니다.

https://youtu.be/HIhjLnNjBXY

reply1988 [티저] tvN 코믹가족극 응답하라1988 곧 방송! 151030 EP.1, tvN DRAMA 유튜브 채널


유튜브에서 찾을 수 있는 대학가요제 음반 당시의 '그대에게'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작성하신 분의 블로그 '신PD의 캡슐뮤직'(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블로그에서 정리해주신 내용을 요약하면 '88년 MBC 대학가요제 앨범은 LP/Tape로만 발매되고 CD는 발매되지 않았다는 걸 알게되어 LP를 구해 전문업체에 의뢰해 복각했다고 하세요. 이와 함께 작성된 영상의 다양한 무한궤도 이미지 또한 더 그들을 그립게하죠. 이처럼 정말 많은 누군가에게 이 노래는 어쩌면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도 좋을 그런 가치와 의미를 주는 곡일 겁니다.


숨 가쁘게 살아가는 순간 속에도
우린 서로 이렇게 아쉬워 하는 걸


그대에게 - 무한궤도('88 MBC 대학가요제 음반 버전)

https://www.youtube.com/watch?v=OLvDLyg25Mg

(오리지널) 무한궤도(신해철) - 그대에게 (88년MBC대학가요제 LP to MP3), Kevin Shin님 유튜브 영상


대학가요제에서 '그대에게'를 연주하던 젊고 에너지 넘친 무한궤도, 그렇지만 '그대에게'라는 대표곡 때문에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라는 음반 속 명곡들을 그냥 넘길 순 없습니다. 명문대생 밴드로 주목 받았던 그들은 피아노를 보강해 신해철(보컬,기타), 조현문(신디사이저),김재홍(신디사이저),조형곤(베이스),조현찬(드럼),정석원(피아노)으로 멤버를 구성하고 실험적인 곡들로 가득한 1집 앨범을 발매하게 됩니다.


1집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로 들어가는 이야기. 예전 일이라 다들 헷갈리는 부분. 이 음반에는 '그대에게'가 수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앞서 이야기한 LP를 복각한 에피소드도 있을 수 있었죠. 물론 신해철의 두 번째 앨범 'Myself'에 다시 수록되었고 넥스트의 앨범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이미 그 때의 음악들은 무한궤도 시절의 신선한 느낌은 찾기 어려울 수 밖에 없고 스타일 역시 달랐습니다. '88년 대학가요제 음반을 통해 듣거나 소위 길보드라 불리우던 길거리표 카셋트 테이프를 통해 들은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이상은'의 첫 번째 앨범을 사곤 '담다디'가 없냐고 묻거나 조금 더 뒤로 '전람회' 1집을 산 뒤 '꿈속에서'가 왜 없냐고 묻는 것과도 마찬가지겠네요. 그리고 '88 대학가요제 당시의 모습이 그리운 분들은 대중가요1988님이 올려둔 다음 링크의 영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youtu.be/bIEpNx38JuQ



무한궤도의 1집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를 들어봤던가 생각하고 있을 사람들에게도 노래 하나 하나를 들으면 '이 음악이 여기 있네'란 말이 나올 겁니다.


특히 앨범의 첫 트랙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만으로도 이 앨범은 충분히 의미 있습니다. 노래 가사 하나 하나에 젊은 고민이 진지하게 담겨있죠. 신해철이 보여준 인생, 시간, 꿈 등에 대한 진지한 생각과 철학적 접근은 이 후 계속 이어져 그를 한 시대의 단순한 아이돌이 아닌 음악인으로 거듭나고 평가받게 하는 출발점이 됩니다.


흐르는 시간속에서 질문은 지워지지 않네
우린 그무엇을 찾아 이세상에 왔을까
그 대답을 찾기위해 우리는 홀로 걸어가네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2005 Live Ver.)

https://youtu.be/oVUVAOkxfOI

신해철_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_2005 TV, Music of Crom 유튜브 영상


무한궤도 시절부터 이어진 삶에 대한 고민과 생각의 깊이는 다른 음악인들과 구분되는 그가 구축한 음악 세계의 큰 축이었습니다. 이는 타이틀곡 뿐만 아니라 '슬퍼하는 모든 이를 위해'와 같은 곡에서도 잘 드러나죠. 어쩌면 그래서 다시 듣게된 이 앨범 속의 가사들이 오히려 당시보다 더 인상적으로 느껴지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곡은 2014년 '데일리노트'에 의해 리메이크 되기도 했습니다.



이 음반의 수록곡 중 최근에도 들을 수 있었던 노래로 김재홍이 작곡한 '여름 이야기'가 있습니다. 드라마 '응답하라1994' 등에서 흘러나와 떠올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 앞서 공일오비 편에서도 이야기했 듯 배우 차태현이 'Summer Story'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음반에서 리메이크하기도 했습니다.


잊어버렸던 첫사랑의 설레임과 떨려오는 기쁨에 다시 눈을 감으면
너는 다시 내곁에 예쁜 추억으로 날아들어 내어깨위에 잠드네


여름 이야기

https://youtu.be/L3K-mASBrnM

무한궤도_여름이야기_1989 TV, Music of Crom 유튜브 영상


'거리에 서면'은 신해철이 작사하고 정석원이 작곡한 노래입니다. 무한궤도 음반에 수록된 이 곡을 듣고 있으면 다음에 나왔던 버전들과 비교해 재즈 스타일의 접목을 처음부터 원했나 예상도 되지만 그 느낌이 완전하진 못했다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다만 이런 모습 속에서 한국의 프로그레시브 락 밴드를 이야기하던 그들이 그 시절 음반을 만들며 얼마나 다양한 실험을 하고자 노력했던가 생각하게 됩니다.


이 후 이 노래는 '떠나간 친구에게'란 곡을 신해철과 함께 불렀던 '윤종신'이 '정석원'이 프로듀싱했던 두 번째 음반에 리메이크해 수록하였고, 다시 '내츄럴 라이브' 음반을 거쳐 '2013년 월간윤종신'에도 수록됩니다.


거리엔 표정없는 사람들 물결 스쳐가는 얼굴 사이로 나도 모르게
너를 찾았지 없는 줄 알면서 믿고 싶지 않아 이젠 혼자라는 것을


거리에 서면, 윤종신 2집 중에서

https://youtu.be/RD4npfnvUeQ

윤종신 'Sorrow' - 거리에 서면, DanalEntertainment


무한궤도는 프로그레시브 락을 지향하며 건반 중심의 밴드 구성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신해철이 여러 곡의 작사와 작곡을 담당하긴 했지만 앞에서 나온 곡들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다른 멤버들 역시 고르게 곡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이런 다양한 곡 참여 외에도 그들이 갖고 있던 밴드 '무한궤도'의 음악적 고민은 보컬이 포함되지 않은 '조현문' 작곡의 '끝을 향하여'와 '움직임'이라는 연주곡을 통해 보다 분명히 보이고 있습니다. 이 음악들만으로도 새로운 밴드를 원했던 팬들에게 그들의 발전된 2집 음반을 기대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죠. 하지만, 알고 있듯 무한궤도는 멤버들의 학업 등 개인사와 음악적 견해차를 이유로 아쉽게도 이 음반을 끝으로 활동을 마무리합니다.



무한궤도 데뷔 전후에 대한 이야기만큼 대학가요제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가왕 '조용필'과의 인연도 흥미롭고 알려져 있습니다.


I ate it up and spit out
I faced it all and I stood tall
And did it my way


My Way - 조용필 & 신해철

https://youtu.be/1fueit-Sa_o

조용필 & 신해철_My Way_1997 TV, Music of Crom 유튜브 영상


대학가요제 당시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을 때 무한궤도의 전주만 듣고 대상감이라고 판단했다고도 하고 신해철이 기획사를 잡지 못했을 때 도움을 준 것도 가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해철을 떠나보내며 '개인적으로 정말 좋은 훌륭한 뮤지션을 잃었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라고 이야기한 그의 아쉬움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한궤도를 이야기하며 가끔 신해철은 초기 멤버, 1기 등으로 나뉘어 부를만큼 활동 기간 동안 자주 멤버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학가요제 수상 당시를 제외하곤 무한궤도의 멤버가 함께 나온 사진 역시 늘 동일하지 않아 팬들이 그 시기를 가늠하곤 합니다. 그 멤버들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담당했겠지만 이 후 가장 자주 언급된 멤버는 역시 '신해철'과 '정석원' 두 사람이고 음악계에 준 영향 또한 그렇습니다. 무한궤도 해체 후 '넥스트'의 리더가 된 신해철과 '015B'의 리더가 된 정석원은 무한궤도 특유의 실험정신을 그들이 속한 팀에서 다시 이어갑니다. 그 즈음의 그들에 대한 짤막 짤막한 에피소드들은 앞서 015B에 대한 글에서 다루기도 했었죠.


넥스트와 무한궤도로 음악 생활이 계속된 멤버 외엔 각자의 삶을 살고 있겠지만 가끔 반가운 모습이 확인되기도 합니다. 효성그룹의 둘째 아들인 신디사이저의 '조현문'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로, 치과 의사가 된 '김재홍'은 밴드 활동 역시 병행하며 TV프로그램 '탑밴드'에 보였고, 015B 초기 음반에도 참여했던 드러머 '조현찬'은 금융권 매니저로 생활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기억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신해철이 징검다리처럼 활동했던, 역시 한 장의 앨범만을 소개한, '비트겐슈타인' 앨범 감사의 글에선 이유가 무엇이든 친구로 무한궤도를 언급하며 멤버로 김재홍, 조현문, 조현찬, 양두현(조형곤 이전 무한궤도의 베이시스트) 만을 남겨 015B 멤버들의 이름은 군데 군데 빠지기도 했죠. 이유가 무엇이든 팬의 입장에선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거쳐간 모든 멤버들이 제겐 기억 속의 영원한 무한궤도입니다.



'그대에게'와 1집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이 한장의 음반 만으로도 '무한궤도'의 가능성과 무게감을 충분히 느끼고 공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후 멤버들의 이야기에도 음악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늘 빠지지 않는 것 같고, 가끔 그 때의 이야기를 접할 때면 여전히 짧았던 무한궤도의 해체를 아쉬워하게 됩니다.


신해철의 데뷔였던 '무한궤도'에 대한 이야기는 이 정도에서 마무리짓겠습니다. 다음은 이 후 솔로 1집과 2집 때 중심의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To be continued.


[업데이트 링크]

솔로 1집부터의 두 번째 이야기

https://brunch.co.kr/@makecake/34


넥스트와 그, 세 번째 이야기

https://brunch.co.kr/@makecake/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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