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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man Centered Innovator Oct 24. 2015

민물장어의 꿈, 신해철(3)

약속 헌신 운명 영원 그리고 사랑, 이 낱말들을 난 아직 믿습니다 영원히

벌써 세 번째 글입니다. 그의 노래 하나하나 소개하고 싶은 곡이 너무 많아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할지 가늠도 되지 않았는데, 어쩌면 이번 은 정해진 계획만큼 쓰기로 해서 가능해진 것 같습니다.


2014년 연말 공연의 시작 직전에 촬영했던 사진을 이번 글의 들어가는 이미지로 선택했습니다. 대관 등 이미 얘기되었던 그대로 진행되었다고 알려진 콘서트, 넥스트의 여러 멤버들과 다양한 선후배 동료 음악인들이 함께 했던 자리입니다.

N.EX.T Utd. 2014 시작 직전


개인적으론 촬영 가능 시간에도 굳이 공연 인증샷남기지 않는 편이었습니다. 이제 조금 변했죠. 그의 가사처럼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해야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폴맥경의 서울 공연 때는 자연스럽게 현장 인증샷을 찍게 되더군요. 크기와 상관 없이 어린 시절부터 이래저래 영향을 준 그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글을 읽는 다른 분들은 어떠신가요.


세상에 머무르는 건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한 말을 알수는 없었지만
어린 나에게 죽음을 가르쳐 주었네


날아라 병아리 (언플러그드 공감 중에서)

https://youtu.be/_XGDMzIihCo

신해철 - 날아라 병아리, EBSCulture 유튜브 채널


고 신해철, 그를 그리워하는 이번 글은 그가 꿈꾸던 밴드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 '날아라 병아리'가 수록되어 있는 N.EX.T 2집부터 시작합니다.



한국의 명반을 이야기할 때  수 있는 'The Return of N.EX.T Part I'은 'The Being'이라는 타이틀처럼 앨범 전체에 걸쳐 존재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끝없이 또한 진지하게 던집니다.

대표곡 '날아라 병아리' 역시 눈길을 끄는 제목 발라드 곡이라 처음에 편안한 음악을 기대하고 많이들 듣게되지만 이내 대부 삶에 대한 무거운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어  진지함에 놀라게 되죠.


The Return of N.EX.T PART I - The Being


앨범의 인트로 성격을 지닌 곡 'Return of N.EX.T'가 끝나면 그가 추구해온 실험들이 마침내 구체화된 듯 'Destruction Of The Shell: 껍질의 파괴'가 시작됩니다. 인트로 곡에서 앨범 'Home'과 비슷한 사운드까 그런 생각도 잠시 가질 수도 있겠지만, 이내 묵직하게 몰아치면 완급을 조절하는 곡에서 '무한궤도'에서부터 이어져 온 그의 음악변화가 생겼다는 분명히 느낄 수 있죠.


생각할 필요도 없이 모든 것은 정해져 있고
다른 선택의 기회는 없는가
끝없이 줄지어 걷는 무표정한 인간들 속에
나도 일부일 수밖에 없는가


Destruction Of The Shell: 껍질의 파괴

https://youtu.be/Z2G5jhJZGks

넥스트(N.EX.T)_껍질의 파괴_1996 TV, Music of Crom 유튜브 채널


물론 'The Return of N.EX.T Part I'의 기준을 밴드냐 아니냐로 잡으면 애매할 수 있습니다. 역시 가장 큰 이유는 객원 시스템으로 봐도 만큼 마다 라인업의 변화 있기 때문인데, 이 부분에 대해선 인터뷰 등을 통해 유사한 관점에서 의견을 남긴바 있습니다.


그 앨범 녹음에는 다른 드러머가 3명이 동원이 됐고, 기타 배킹 트랙, 베이스 연주의 대부분, 그리고 키보드까지 내가 쳤다. 기타리스트도 중간에 여러번 바뀌었다.

... 세월이 많이 지났으니까 하는 이야기지만, 오히려 솔로 앨범에 가까운 앨범이다. 연주를 해야 하는데 베이시스트가 마땅치 않으면 그냥 내가 연주했다. 베이스는 줄이 훨씬 거칠지 않은가? 연주하지 않던 베이스를 치니까 손가락도 붓고 해서 편법을 많이 썼다. 베이스 줄 4개 중에서 1, 2, 3번 줄을 끊어버리고 제일 굵은 줄만 남겨서, 그것으로만 끝까지 녹음을 하고 그랬다. 녹음은 그렇게 해도 됐으니까. '이중인격자'도 기타 배킹 같은 경우는 내가 연주한 것이다.

마음 고생 몸 고생 하며, 멤버들은 구해가면서도 중간에 교체하고 녹음 하고. 사실은 정말 산만했다.
(2008년 넥스트 신해철과 평론가 성우진의 대담 중에서)


이런 저런 배경 이야기들이 있지만 넥스트라는 밴드의 완결된 음반으로 정의 내린 질문만 아니라면 명반임에 분명합니다. 특히 개별 트랙은 물론 앨범 전체 역시 기승전결 구조를 뚜렷이 보이는데, 마지막 완성 느낌을 주는 곡이 바로 'The Ocean: 불멸에 관하여'입니다.


시간은 이렇게 조금씩 빨리 흐르지만
나의 시간들을 뒤돌아 보면 후회는 없으니


The Ocean: 불멸에 관하여

https://youtu.be/wSTJAifGRRk

넥스트(N.EX.T)_The Ocean:불멸에 관하여_1997 Concert, Music of Crom 유튜브 채널


당시 방송 활동이 없었음에도 이 음반의 판매량은 50만장 이상이었다고 합니다. '날아리 병아리'처럼 대중적 인기를 얻은 곡부터 '껍질의 파괴'와 '불멸에 관하여' 등 팬들의 큰 사랑을 받은 곡까지 다시 한번 대중과 평단의 고른 평가를 받은 음반 'The Return of N.EX.T PART I - The Being'이 나오면서 그는 대중과 팬들에 대한 분명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을 겁니다.


이 후 거의 앨범 막바지 작업부터 참여한 드러머 '이수용'을 비롯해 계약 등의 문제로 Part I에선 직접 참여할 수 없었던 기타리스트 '김세황'과 함께 '왜 하늘은' 등의 작곡가이기도 한 베이시스트 '김영석'까지 가세하면서 넥스트 라인업 중 가장 탄탄했다고 평가받는 멤버들을 이 시기에 구축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멤버를 기반으로 'Part I'을 밴드 음반으로 다시 평가받을 수 있는 중간자 역할의 앨범이 나옵니다. 'Part II'로 이어질 라인업을 바탕으로 'Part I' 중심의 레파토리로 진행된 95년 초 라이브 실황 음반인 'Live Concert Chapter 1'과 'Live Concert Chapter 2'입니다.


그렇게 'Part II'에선 레코딩과 라이브 모든 면에서 완전한 밴드 음악을 구현할 준비가 됩니다. 그리고 95년 가을에 멤버 라인업부터 음악적인 결과물까지 한국 락 역사에 있어 중요한 발자취를 남긴 앨범으로 이야기해야 할 'The Return of N·EX·T Part II - The World'가 나오게 됩니다.



본인이 직접 이야기한 표현을 쓰면 그는 한국 메탈 음악이 태동하던 시기 현장에 있던 '꼬마'이자 당시 큰 축이었던 '부활' '김태원'의 '졸개'로 기타를 배웠다고 말한바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가 '무한궤도'로 대상을 받는 모습을 당구장에서 본 '김태원'은 그의 걱정과는 달리 또 다행히 진심으로 축하해줬다고 합니다.


그가 이런 표현을 쓴 걸 보면 '부활'은 물론 '시나위'나 '백두산' 등의 전설적인 멤버들을 최근 TV 예능만으로 접한 사람들은 모를 수 있겠지만, 그들이 그 당시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걱정했다는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메탈 음악을 꿈꾸고 그 문화 속에서 음악을 배우던 그에게 '무한궤도'는 그가 만들고 싶었던 밴드로서는 완전해 보이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야기한 것처럼 'Part I'에선 멤버도 그리고 또 사운드도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한 진행 단계지 만족할 만한 형태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Part I - The Being'을 좋아한다고 더 자주 이야기하더라도 그에게 더 내세우고 싶은 음반은 'Part II - The World'인 건 분명해 보입니다.


The Return of N·EX·T Part II - The World


Part I에서 'The Return of NEXT'와 'Destruction Of The Shell'이라는 다른 구성의 곡으로 앨범을 시작했다면 여기서는 나래이션으로 시작하는 앞 부분과 본격적으로 곡이 전개되는 뒷 부분으로 '세계의 문'이 구성되어 하나의 노래 안에서 그 역할을 모두 해내고 있습니다. 당시 스티브바이를 연상시키는 기타리스트 '김세황'의 연주는 정말 놀라움 그 자체였고 라이브에서의 모습 또한 강렬한 액션을 보여줘 많은 팬들을 만들었죠. 물론 1집 'Home'의 기타리스트 '정기송' 또한 활동 당시 그 액션은 뒤지지 않았습니다.


이제 타협과 길들여짐에 대한
약속을 통행세로 내고
나는 세계의 문을 지나왔다
그리고 너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문의 저편
내 유년의 끝 저 편에 남아있다


세계의 문

https://youtu.be/qNHNrx6v4HU

넥스트(N.EX.T)_세계의 문 Part2_1997 Concert, Music of Crom 유튜브 채널


이 앨범은 'Part II'라는 앨범 제목처럼 구성상으로는 'Part I'과 매우 유사하게, 앨범 한 장을 큰 이야기로 봤을 때 분명한 기승전결의 구조를 보이지만 차이는 물론 있습니다. 특히 'Part I'과 비교해 확연히 좋아진 사운드는  중 하죠. 컴퓨터 음악을 통한 음악 작업의 확대와 함께 세계에 소개해도 자신있을 사운드의 구현이 그가 음악적으로 남겨준 가장 큰 결과물일 거라 생각됩니다. 그만큼 분명한 진일보를 이룩한 이 음반은 그 외 앨범 디자인 등 모든 면에서 세심한 노력의 흔적들이 돋보입니다. 꼭 앨범 전체 순서대로 감상할 것을 추천합니다.


실험적인 음악 외에도 '힘겨워 하는 연인들을 위하여' 같은 발라드 명곡이 '날아라 병아리'가 그랬던 것처럼 인기를 얻었습니다. 트리뷰트 곡으로도 들을 수 있 Mnet의 뮤직드라마 '칠전팔기 구해라'에 새롭게 리메이크된 곡 역시 있습니다.


힘겨운 시간은 왠지 천천히 흘러
하지만 우린 함께야
지금보다 더 많은 세월을 견뎌 나가야 해


힘겨워하는 연인들을 위하여 (뮤직드라마 '칠전팔기 구해라' 중에서)

https://youtu.be/P4l9Bts0Kr4

칠전팔기 - 힘겨워하는 연인들을 위하여 MV, CJENMMUSIC Official


그런데 왜 명반 선정 등을 할 때면 자꾸 'The Being'을 더 많이 얘기할까, 이 부분에 대한 (정말 완전히 개인적인) 의견은 'The Being'은 당시 넥스트라는 이름으로 국내 음악에선 찾기 힘든 곡 구성과 철학적 고민을 함께 선보였던 그의 첫 번째 음악적 충격이라는 부분 뿐만 아니라 'Part I'으로 정의를 내리고 있어 'Part II'로 자연스럽게 또 다른 기대감을 이어나갈 수 있게 했다는 의미 역시 있어 보입니다. 그래서 보다 많은 분들이 더 강렬한 이미지를 갖게 되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결국 둘 다 명반이라는 얘기고, 두 가지 모두 꼭 앨범 전체로 감상해보세요.



015B, 윤종신, EOS, 이동규, 전람회(김동률), 토이(유희열)... 최근에도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는 특히 이 시기를 조금 넓게 잡았을 때 자신의 음악 작업 외에도 다른 음악인들과 다양한 작업을 함께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015B 편에서도 이야기 했 듯이 015B의 1집과 2집에서 객원가수로 '난 그대만을'과 같은 솔로곡은 물론 '이젠 안녕' 등에도 참여했었고, '윤종신'의 1집에서는 '떠나간 친구에게'를 함께 부르기도 했죠. 이 노래도 들어볼 수 있는 그 시절에 대한 '윤종신'의 회고입니다.


속사정싸롱 1회 중에서 "기억나죠, 형?"신인 윤종신을 북돋아 준 故 신해철의 위로

https://youtu.be/W_KJ5RPc0g8

"기억나죠, 형?" 신인 윤종신을 북돋아 준 故신해철의 위로 속사정쌀롱 1회, JTBC Entertainment 유튜브 채널


앞의 영상처럼 꽤 시간이 흘러서 방송을 통해 '윤종신'은 다시 그를 만나게 되었지만 그리 알려져 있듯 길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2015년 10월엔 그 아쉬움을 담아 1집 수록곡인 '고백'을 '2015 월간 윤종신 Special Tribute to 신해철 - 고백'을 통해 공개했습니다. 이 곡의 음원 수익금 전액은 유족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스트링을 작업한 '박인영'은 물론, 특히 원곡의 피아노를 연주했고 초기 음악 활동 교류가 많았던 '무한궤도'의 멤버 '정석원'이 편곡 등을 맡아 추모의 의미를 더했습니다. 이 곡을 통해 어쩌면 직접 말할 기회가 사라진 그 마음이 꼭 전해지길 바랍니다.


이제 난 다시는 헛된
사랑을 얘기하지 않아
많은 세월에 바래져도
언제나 난 너를 사랑해


고백, 윤종신

https://youtu.be/2oswPClg32M

[MV] 2015 월간 윤종신 Special Tribute to 신해철 - '고백', 월간 윤종신 유튜브 채널


앞의 영상에서도 당시 같은 기획사 소속이었던 '전람회'와 같은 후배들에 대한 내용을 언급하고 있죠. '김동률'을 좋아하는 분들은 알고 계시겠지만 '전람회' 활동 당시 디렉터가 그였습니다.

'전람회' 1집과 2집의 코러스에서도 군데 군데 그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는데, 특히 '전람회' 1집에서는 '세상의 문 앞에서'를 듀엣으로 함께 불렀을 뿐 아니라 '여행'이란 곡의 앞부분을 통해 카리스마 넘치지만 또 조금은 코믹한 모습의 대화 나누는 것 역시 들을 수 있. 또 한편으론 '전람회' 역시 넥스트 2집에서 백그라운드 보컬로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난 꿈꾸며 살꺼야
세상의 문앞에서 쓰러지진 않아
내 눈감는 날에 내 노래 들으면서
후횐 없을꺼야
내가 택한 길은 영원한걸


세상의 문 앞에서 with 신해철 (전람회 고별콘서트 1997 중에서)

https://youtu.be/7bxXE-XoN-8?t=7m29s


'김동률'과의 작업을 이야기 하기 위해서라도 언급해야 할 한 장의 앨범이 더 있습니다. 앞서 글에서 '바람부는 날에는 압구정동에 가야한다'의 OST를 추천했는데 이 시기에도 비슷한 음반이 있죠. 바로 음반의 Special thanks to에선 '앞으로 크게 될'이란 표현을 썼던 가수 '윤도현'이 주연했던 영화 '정글스토리' OST입니다.

이 음반은 신해철의 팬이든 그렇지 않든 첫 트랙부터 끝까지 모든 트랙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람회 '김동률'의 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메인 테마 '그저 걷고 있는거지'의 경우 '김동률'이 스트링 편곡과 프로듀싱을 함께 한 걸로 되어 있습니다. 정말 짧은 기간에 작업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이 음반에서도 그의 음악적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지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토이' '유희열'의 팬들도 그가 객원가수로 노래부르는 트랙을 기억할 수 있을 겁니다. 바로 토이 3집의 '마지막 로맨티스트'라는 곡입니다. 마치 어떤 포즈로 부르고 있을지 연상되는 노래와 마무리하며 '유희열'에게 던지는 대화도 재미있는 곡이죠.  이 외에도 찾아보면 그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는 곡들은 정말 많습니다.


많이 알려진 '윤상'과 함께 했던 '노댄스' 또한 새로운 시도였죠. 이 후 'CROM Techno Works'의 음악적 시도를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이 때의 이야기는 윤상에 대한 글에 소개했었습니다.(링크)


그리고, 정글스토리 OST에서 신해철이 Very Special Thanks to를 통해 당시 넥스트 멤버들에게 남긴 메시지가 있습니다. '우리의 승리는 멀지 않았다, 조금만 더 견디자'. 그의 확신처럼 이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아끼는 음반이 나옵니다. 넥스트 라인업의 물 오른 연주와 곡 해석 능력을 볼 수 있는 'Lazenca (A Space Rock Opera)' 입니다.



말 그대로 최고로 평가 받는 신해철 최전성기의 앨범 중 하나. 넥스트 멤버 또한 가장 무르익은 앨범과 공연 모든 면에서 최고의 실력을 보여준 명반.


이 음반의 배경이 된 애니메이션 자체에 대해선 기억하는 분들도 소수이다보니 지금쯤 와선 OST라는 부분이 오히려 이 앨범을 설명할 때 사족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당시 앨범에도 표기한 것처럼 'inspired by'라는 표현은 적절해 보이므로 필요하다면 '스페이스 락 오페라'로 되어 있는 부제를 연상한다면 이 앨범을 이해하는 데 더욱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Lazenca (A Space Rock Opera)


이야기한 부제와 바로 연결되는 첫 트랙은 'Mars, the bringer of war'로 시작합니다. 이 음악은 영국 작곡가 '구스타브 홀스트'가 점성술에 영향을 받아 로마 신화의 신을 각각 주제로 다룬 관현악을 위한 '행성조곡'(The planets, Op32) 중 '화성, 전쟁을 가져오는 자'를 신해철과 김세황이 편곡해 수록한 곡입니다. 그간 그의 음악에는 클래식 음악에서 모티브를 얻은 듯한 곡들은 있었지만 이 곡에 이르러 단순한 영감이 아닌 보다 구체화되고 명확해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넥스트 IV'가 완성도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데는 이런 노력들이 고르게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의 연주곡이 7분이 넘는 대곡으로 음반 전체의 흐름을 잡았다면 보컬과 웅장한 코러스와 어우러져 앨범이 본격적으로 시작됨을 알리는 노래가 나옵니다. 영감을 받은 애니메이션을 인용한 'Lazenca, Save us'입니다.


강철의 심장 천둥의 날개 펴고
결단의 칼을 높이 든 자여


Lazenca, Save Us (2008년 앙코르 곡)

https://youtu.be/-bbv8112P6g

N.EX.T - LAZENCA SAVE US (2008년_앙코르 곡_No Cut), 광주MBC 유튜브 채널


'Lazenca, Save us' 이 후 이어지는 'The Power', '먼 훗날 언젠가', '해에게서 소년에게' 등 모든 트랙이 지금도 팬들로부터 또 대중적으로 사랑 받는 노래들입니다. 앨범의 모든 트랙에서 완성도 있는 편곡과 이를 뒷받침하는 밴드의 연주로 구성되어 있어 명곡이란 말이 아깝지 않은 곡들로 꽉 차있죠. 그 중 러브테마와도 같은 '먼 훗날 언젠가'와 힘든 삶을 응원하는 '해에게서 소년에게'는 특히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절대 뒤를 돌아보지마
앞만 보며 날아가야 해
너의 꿈을 비웃는 자는
애써 상대하지마


해에게서 소년에게 (문화콘서트 난장 중에서)

https://youtu.be/A4610rI_qA0

신해철 넥스트 해에게서 소년에게, RealLive! 문화콘서트 난장 유튜브 채널


이 후 넥스트는 잠정 활동을 중단하게 되고 신해철은 유학을 가게 됩니다. 그리고 '넥스트IV'에서도 앨범 내지에선 본명 대신 'CROM'이라는 영어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데 새롭게 시작된 솔로 활동의 음반들 역시 마찬가지로 'CROM'을 붙여 공개하게 됩니다.



넥스트 3집부터 영국 엔지니어에게 'Magic Hands'라고 부르고 4집에선 보다 더 적극적으로 영국의 사운드 엔지니어링 기술을 받아들였던 그에게 어쩌면 영국 유학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을 겁니다. 'CROM'이라는 이름 역시 당시 영국 친구들이 올리버 크롬웰을 언급한 데서 가져왔다고 알려져 있죠. 'CROM'이라는 이름을 붙인 음반들 대부분은 그의 솔로 1집과 2집에서 꾸준히 시도한 컴퓨터 음악의 연장선에서 그리고 넥스트 시절부터 업그레이드해온 사운드에 대한 탐구가 본격화된 결과물들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CROM Techno works


'CROM Techno works'는 96년 '윤상'과 함께 한 '노댄스'라는 프로젝트 팀에서의 고민이 사운드에 대한 고민과 맞물려 보다 본격화된 음반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시기 솔로 음반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인기 있었던 곡을 고른다면 '일상으로의 초대'일텐데 그 곡이 수록된 앨범이 'CROM Techno works'이기도 합니다. 이 후 넥스트 4집의 믹싱을 담당하기도 했던 '주다스 프리스트'의 프로듀서 '크리스 상그리디'와 함께 '모노크롬'으로 활동하기도 했죠.


이거 아니면 죽음 정말 이거 아니면 끝장
진짜 내 전부를 걸어보고 싶은 그런
니가 진짜로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문화콘서트 난장 넥스트 트리뷰트 중 '크래쉬')

https://youtu.be/eFvn6yeTydc

문화콘서트 난장 NANJANG 넥스트트리뷰트 크래쉬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RealLive! 문화콘서트 난장 유튜브 채널


그 무렵 '일상으로의 초대'를 제외하고 사람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곡은 역시 'Monocrom'에 수록되었던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이 곡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정말 직설적인 가사를 가진 'Monocrom'의 타이틀곡이었던 이 노래는 크래쉬의 버전으로도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만큼 속이 시원해지는 무언가를 가진 노래입니다.


이 후 '비트겐슈타인'이라는 프로젝트 성격의 팀을 통해 기타리스트 '데빈 리'와 키보디스트 '임형빈'과 함께 'Theater Wittgenstein:Part1 - A Man's Life'를 소개한 뒤 다시금 N.EX.T라는 이름으로 돌아옵니다. '데빈 리'는 이 후 넥스트에서 활동하기도 했고, '임형빈'은 현재 '다빈크(Davink)'라는 이름으로 '윤상' 그리고 '스페이스 카우보이'와 함께 'One Piece'라는 팀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러블리즈'의 곡 등을 작업하였습니다. '다빈크' '임형빈'의 경우 '노댄스'로 함께 했던 두 사람 모두와 팀 활동 경험이 있는 특별한 사람이 되었네요.



멤버를 모두 교체한 뒤 젊어진 'The Return Of N.EX.T Part III'에 대한 이야기는 앞의 글에서 잠시 언급했었죠. 그리고보니 당시의 또 다른 기억 중 하나는, 콘서트 때 스탠딩 석이 아닌 자리에 앉을 수 있던 2층 객석을 쳐다 보며 주로 나이든 팬들이 있을 2층은 앉아가며 끝까지 즐겨도 좋다는 내용의 농담을 던졌던 생각이 나네요. 독설적인 모습으로 보이지만 늘 유쾌한 모습과 또 그 안에서 따뜻한 모습 역시 보여주었던 것 같습니다.


'Part III' 이 후 다시 김세황 등 예전 멤버를 주축으로 라인업을 재정비한 넥스트는 제목처럼 팬 서비스의 느낌을 전달했던 선물같은 음반을 선보입니다. 넥스트 시절의 곡들은 물론 '무한궤도'와 '비트겐슈타인' 시절에 그가 만든 곡들을 선정해 재해석한 5.5집으로 분류된 리메이크 앨범 'ReGame?'입니다.


ReGame?


과거 엄정화가 부른 '눈동자'라든지 '비트겐슈타인' 때의 'Freinds'는 물론 '무한궤도'의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와 함께, 당연히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사운드로 라이브 공연에서 자주 들려주는 편곡 형식과 유사하게 완성된 '그대에게' 등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마음 편하게 작업했다고 밝히며 기존과 다른 스타일을 보여준 5집 이후 그 이전 멤버들을 주축으로 예전 음악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었던 음반입니다.


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나는 그대 숨결을 느낄 수 있어요
내 삶이 끝나는 날까지
나는 언제나 그대 곁에 있겠어요


그대에게 (넥스트 5.5집 Ver.)

https://youtu.be/09xTguEnXQk

넥스트(N.EX.T) 5.5집 - 그대에게, DanalEntertainment 유튜브 채널


이 후 6집 '666 Trilogy Part I'에서 또 다시 멤버의 변화가 있었고 그 시기가 2008년입니다. 그리고 가끔 몇 몇 곡이 있긴 했지만 넥스트로 본격적인 활동이나 새로운 곡에 대한 이야기를 듣긴 어려웠습니다.


팬들의 기대와 예상보다도 더 많은 시간이 흐른 2014년이 되어서야 자신의 2집 'Myself'를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새로운 솔로 앨범 'Reboot Myself Part 1'을 선보이게 됩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넥스트의 새로운 계획 'NEXT.utd'을 이야기하고 그 시작으로 'I Want It All(Demo 0.7)'을 공개하면서, 오랫동안 그를 기다려 온 팬들에겐 선물과도 같은 노래들을 한꺼번에 들을 수 있게 되었죠.


Won't you
please don't close paradise
It has to be gone to
close the door
It's broken compromise


I want it all(Demo 0.7)

https://youtu.be/AsBM-YdadUI

넥스트 I Want It All (demo 0.7), DanalEntertainment 유튜브 채널


특히, 'I Want It All'의 경우 팬들의 목소리를 녹음해 곡을 완성하고 싶어 Demo 버전을 먼저 공유한다고 밝힌바 있죠. 이러한 그의 바램이 담긴 이 곡의 새로운 버전은 그가 떠난 1주년에 맞춰 출시되는 LP에서 들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자신의 계획을 알리고 또 많은 사람들을 기대하게하던 늦가을 어느 날, 영원히 함께할 수 있는 명곡들만을 우리에게 남긴채 그의 어린 시절 친구 '얄리' 곁으로 작별인사를 할 충분한 시간도 없이 떠났습니다.


우리 곁에 있어 준 당신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안녕 신해철, 굿바이 마왕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속사정싸롱 추모 영상)

https://youtu.be/2Rap42TzZAc

속사정쌀롱 - 故신해철 추모영상, JTBC Entertainment 유튜브 채널


많은 사람들이 그의 노래에 대한 추억 하나 정도는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이제 날씨가 추워지고 겨울을 준비해야 하는 비슷한 시기가 되면 다시 또 그의 노래를 더 많이 들려주곤 하겠죠.

사진찍는 걸 즐기지 않는데 그래도 이 날만큼은 기록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이번에도 다양한 매체의 프로그램에서 그의 노래와 활동을 회고하거나 계획 중인 듯 합니다. 분명한 건 어떤 프로그램을 추천하기보다는 무엇이라도 함께 해보며 젊은 시절 우리와 함께 한 그의 노래를 한 번쯤 다시 찾아 들어 봤으면 합니다. 그 중 개인적으론 누군가의 말처럼 주책맞게 너무 울면서 보고 들은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 작고 1주기 방송 중 두 곡을 함께 소개해 둡니다.


고갤 흔들어 지워버리며 소리를 듣네
나를 부르는 쉬지 말고 가라 하는
저 강들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민물장어의 꿈, 케이윌

http://tv.kakao.com/v/71850147


누군가 그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나 지나간
세월에 후횐 없노라고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손승연

http://tv.kakao.com/v/71850568



앞서 공개했던 두 번째 글에서 '서태지'와의 인연을 소개하면서 그의 노래 완성에 조언한 곡이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바로 '현실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말고 노력하며 맞서 나가라'는 메시지를 담은 곡 'Welcome To The Real World'입니다.


Welcome To The Real World


1주기를 맞아 LP로만 발매된다면 이 글에서 어떻게 전하면 좋을지 생각했는데 2015년 10월 음원으로도 함께 발매되었으니 쉽게 들을 기회가 생겼습니다. 넥스트의 '김세황', '제이드', '이현섭' 외에도 앞서 소개한 '윤종신'의 리메이크 '고백'에서도 스트링을 편곡했던 '박인영'씨가 이 곡에서도 함께 하였습니다.


넌 아직 넌 이제 시작이야
너만의 세상이 시작되는거야
그토록 원하던 어른이 되는 거야
모든 선택의 저울이 손안에 있는거야
두려워 하지마 답답해 하지마
Welcome to the real world


Welcome To The Real World

https://youtu.be/8E4cCyrFLJw

신해철 - Welcome To The Real World, DanalEntertainment 유튜브 채널


만약 2015년 공개된 이 노래에 대한 소식을 모르셨다면 꼭 한 번 그가 준비해준 'Welcome To The Real World'를 들어보세요.



몇 번에 걸쳐 정리한 이 곳의 이야기들도 작지만 그런 부분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작성하였습니다. 한국 대중 음악에 분명한 발걸음을 남긴 뛰어난 음악인, 그가 음악과 함께 기억되길 바랍니다.


아직 많이 남은 그의 명곡들은 또 다음 기회에 꾸준히 소개하겠습니다.


Promise, Devotion, Destiny, Eternity
and Love
I still belive in these words
...Forever
난 바보처럼 요즘 세상에도
운명이라는 말을 믿어


Here, I Stand for you

https://youtu.be/xajmFM1BjgQ

넥스트(N.EX.T)_Here, I Stand for You_M/V1_1997, Music of Crom 유튜브 채널


그를 기억하며, Here I Stand For You...


+ 늘 매거진 '동네 음악 방송국'에서 그림으로 함께 해주는 수퍼김밥군, 특히 이번 연재에서 이야기마다 컨셉을 맞춘 그림으로 그에 대한 오마주를 준비해줘서 감사합니다. https://instagram.com/superkimbob/


* 첫 번째 글과 두 번째 글은 여기에 있습니다.
(1)'그대에게'의 그들 '무한궤도', 그리고 신해철
(2)그대도 우리들의 만남에 후횐없겠죠, 솔로 1집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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