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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융이라고 불립니다 Feb 07. 2021

한번 맛보면 중독되는  코리아 바비큐

채식주의자 멜리사의 변심 예약

내가 가는 정육점의 친절한 아줌마,

내가 늘 삼겹살을, 목살을 얇게 기계로 썰어달라고 하니 궁금했던 모양이다.

이렇게 썰어가서 어떻게 해서 먹느냐고.

전기그릴에 구워 먹기도 하고, 목살은 고추장 양념을 해서 먹는다고 하니

"오. 맛있겠다. 나는 한국음식은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어"한다.

아, 이런 말을 들을 때 나는 괜한 오지랖이 불끈 솟는다.

어떻게 먹어보게 한담...?

외국에 사는 내가 체감하는 '한식의 세계화'의 길은 아직도 멀고 멀다.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는 음식이,

한식이라고 자부하는데, 문제는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이 생각보다 너무 많다는거다.

우리 동네에 한식당이 꼭 하나 생겨야 한다. 고 맨날 노래 부르는 이유도 그거다.

내가 하고 싶지만, 내가 아니더라도 누구라도 꼭 했으면 좋겠다.

내가 몰고 갈 단골손님도 100명은 넘는다.

지금처럼 코로나로 식당에서 먹을 수 없는 때는 또 '배달'이 있지 않나.

우리의 반찬 많은 '도시락'도 매력 있는 배달음식이 될 수 있을 텐데...

발만 동동 구른다.


멜리사는 채식주의자이다.

채식주의자 중에서도 완전 비건이다.

그런데, 한국으로 여행을 가면 당분간 채식주의를 포기할 거라고 벼르고 있다.  

매일 한국 드라마와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밥 먹는 장면에 수도 없이 나오는

고기 굽는 장면에 이미 매료되었다.

먹어보지도 않았는데 벌써 기대가 만발이다. 

꼭! 불판이 있는 고깃집으로 가잔다.

한국말로 고기 이름까지 외워서는, 가격이 얼마냐고 카톡으로 물어오기도 했다.


얼마 전, 남편이 "넷플릭스에 이런 것도 있네"하면서

'백종원의 삼겹살 랩소디'라는 다큐를 틀어주었다.

나는 첫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영상미가, 화질이... 와, 너무 좋은데?

내용이야 차치하고라도, 선명한 음식의 화질에 놀랐다.

몇 년 전, 독일 티브이에서 나온 한국 이야기에는 언제 적인지도 모를, 뒤떨어진 화면들이 나와

괜스레 얼굴이 붉어졌는데...

이 다큐는 뭔지 모르게 세련되고, 음식들의 맛깔남이 잘 드러나는 화질에 마음이 좋았다.

그다음 날, 유튜브를 보니 예고가 있어서 캡처해 보았다.



쌈...

한식을 좀 먹어봤다 하는 사람들은 고기를 구워 먹을 때,  꼭 쌈을 곁들인다.

남편 친구인 스티브는 쌈장도 만들어먹는다.

                              스티브가 보내준 사진들

                   넷플릭스 삼겹살 랩소디 캡처 사진


사진만 봐도 군침이 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참지 못 하고 기어코 삼겹살을 먹었다.

아시아 상회에서 산 중국 부추와 양파를 초간장에 버무려 아마씨와 치아시드를 뿌렸다.

깨소금은 아끼느라 종종 이런 시드를 뿌려먹는다. 얼추 깨소금 비주얼이 난다.


내가 한국 사람인 걸 안 사람들은 어디서 코리아 바비큐를 먹을 수 있는지를 묻곤 한다..

몇 년 전에는 내가 한국 방문을 한다는 말을 들은 한 친구는 나에게 고기 불판을 사다 달라고 부탁을 해서,

독일로 들어올 때 내가 사들고 들어온 적도 있었다.

기름이 빠지는 구멍이 있는 불판을 보고는 너무나 좋아하던 친구...

괜스레, 기분이 좋다. 외국 사람들이 한국 음식에 빠져드는 모습을 보면...

그리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맛에 중독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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