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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도 Jul 07. 2021

prologue

미니홈피 다이어리에 틈틈이 기록했던 그동안의 일기들을 읽어보니, 아- 가관이구나.


내 주위엔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였고 재밌고 즐거웠던 일도 참 많았는데, 잠들기 전 스탠드 불빛만 켜 놓은 책상 앞에서 작성했던 다이어리에는 왜 죄다 외로움으로 도배가 되어 있는 걸까.      


퇴근 후 돌아갈 집은 있는데 그곳엔 여전히 새로운 가족이 없고, 주말에 어디로든 끌고 나갈 붕붕이는 생겼는데 계획을 함께 세울 남자는 아직 인 내 나이 서른 셋. 


10년간 열심히 일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가만 생각하면 남들도 다 열심히 살잖아. 똑같이 열심히 살면서 사랑도 참 잘만 하던데- 라는 생각에 이르면 이런 내가 참 못나 보인다.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 게 틀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에 불현듯 조바심도 나고...    

  

그런데, 그동안의 일기를 들춰보니 나는 언제나 근본적으로 외로웠던 모양이다. 혼자였을 때뿐만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있었을 때도 매일 외로워하고, 그리워하고, 추억하고 있었다. 그때 생각했다. 나만 이렇게 외로운 게 결코 아닐 거라는 것을...     


이 글은 스물아홉부터 서른셋 현재까지 일기장에 꾹꾹 눌러 담아왔던 외로움의 기록들이다. 


주말이 오고 특별한 날이 오고 새로운 계절이 올 때마다, 그리고 매일 별거 아닌 일에도 괜스레 조금씩 외로우셨던 분들과 함께 공감하고 싶다. 그동안 티 안나 게 다이어리에만 배설하며 외로워했는데, 이제 좀 티내도 되지 싶네. 대신, 조금만 외로울 게 ! 너무 많이 외로운 건 싫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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