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모금에 반한 땡귤 칵테일

쌉싸름한 여름, 땡귤 칵테일의 유혹

by 메이크드로우나나


그림 메이커드로우나나 / iPad Air 5세대, Procreate 작업


제주에 도착한 다음 날, 근처에 있는 항몽유적지에 가보기로 했다.

몽골의 침입 때, 삼별초가 조국을 지키며 최후까지 항전한 유서 깊은 곳이다.

운전을 하지 못하는 나 대신, 10일간 우리를 데리고 다닌 건 막내 동생이었다.
계획을 철저히 세우는 파워 J 스타일 동생.

그에 반해 완벽한 P 딸님, 그리고 J였다가 P로 물든 나까지.
결국, 빡센 J의 스케줄은 절반도 소화하지 못했다는… (웃음)


숙소 근처에 있던 항몽유적지는
1시간 정도면 둘러볼 수 있는 무료 관광지였지만, 생각보다 훨씬 훌륭했다.
지천으로 꽃이 피어 있고, 탁 트인 공원과 녹차밭을 품은 전망대까지—

소풍 나온 유치원 아이들 사이로 비눗방울이 흩날리는 풍경은
마치 꿈속 한 장면처럼, 익숙하면서도 아득하고 낯선 아름다움이었다.


쉬이 지치는 그맘때 아이에겐 땡볕 관광이 그저 버거울 뿐.
잠시 아이스크림으로 당을 보충하며 그늘에 앉아 쉬고 있는데,
아이가 땅에 떨어진 자몽만 한 귤 하나를 들고 왔다.


제주에 와서 처음 알게 된 사실.
귤의 종류가 무려 20~30가지나 되고, 계절마다 나오는 품종도 다르며
매년 새로운 품종도 개발된다는 것.

아이가 주운 귤은 ‘아마나스’, ‘하귤’이라 불리는 여름귤이었다.
껍질이 두껍고 신맛이 강하며, 쌉싸름한 맛은 자몽을 떠올리게 한다.
주로 가로수용 관상나무로 많이 심는다고 했다.

그날 저녁, 그 땡귤을 갈아
‘갈아만든배’와 소주를 섞은 일명 **‘땡귤 칵테일’**을
동생이 만들어줬다.

처음엔 망설였지만, 한 모금 마시고 나니 눈이 번쩍!
그 맛에 반해, 다음 날부터 아이는 ‘땡귤 찾기’ 임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공원처럼 떨어진 땡귤은 다시 찾기 어려웠다.
남의 집 화분이나 나무에 매달려 있는 것만 눈에 띄었고,
애월 근처에서는 좀처럼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다 동생이 떠나고, 한림 5일장에 갔다가
산처럼 쌓여 있는 땡귤을 발견!
나는 영화처럼 속으로 외쳤다. “리베카!”

택배 배송도 가능하다고 해서 친정집으로 보내고,
숙소 냉장고에도 넉넉히 상비해 두었다.

내 입맛에는
달콤한 한라봉이나 레드향, 카라향보다
덜 달고 과육이 탁 터지는 땡귤이 훨씬 좋았다.


하지만! 매번 술에 타먹는 건 절대 금물.
맛있다고 계속 마시다 보면,
취하는 줄도 모르고 훅 가버릴 수 있다는 걸—
막내 동생에게 전해 들었다.


보내준 땡귤로 사건(?)이 터지고 나서는
다시 만들지는 않았지만,

여름이 되면 문득 그날 밤,
달빛 아래 마시던 ‘땡귤 칵테일’이 떠오르곤 한다.


한림오일장에서 발견한 아마나스, 길가의 화분에서 본 땡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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