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씨가 오다
제주에 가며 가장 아쉬웠던 건, 카씨(남편)와 이 시간을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름답고 빛나는 것들을 마주할 때마다 맞장구치며 함께 좋아해 줄,
최고의 절친과 이 풍경을 나누고 싶었다.
늘 여유가 없는 와중에도 아이와 나에게 최선을 다하려는 그의 마음을 알기에,
이번엔 나도 그에게 좋은 시간을 주고 싶었다.
겨우겨우 시간을 쪼개어, 딱 한 번.
2박 3일 동안 그가 제주에 내려왔다.
보여주고 싶은 곳이 참 많았다.
애월 한담로를 따라 걷다 만나는 애월도서관,
동네 곽지마트와 애월 하나로마트,
1분 컷 노을 명당, 아침마다 들르던 동네 빵집,
아이가 안 먹어서 혼자 가기 어려웠던 내장탕집까지.
하지만 카씨는 그저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공기와 빛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좋다며.
2박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그 짧은 틈 사이에도 아이가 도서관에 있는 동안
동네 골목을 걷고, 새로운 카페를 발굴하며,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풍경 속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산방산 온천에도 가고, 제주 천문대도 다녀왔다.
오징어잡이 배의 불빛이 강해서 별은 많이 볼 수 없었지만,
달이 천천히 이동하는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카씨가 집으로 돌아가는 날, 아이보다 내가 더 서운했다.
이 시간을 끝까지 함께하지 못한다는 게 아쉬웠고,
언젠가는 꼭,
둘만의 제주를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