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은 끝이 없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청소, 빨래, 설거지뿐 아니라 이불 정리, 음식물 쓰레기 처리, 재활용, 거실 정리, 신발 정리, 화장실 청소까지 할 일이 너무 많다. 게다가 치워도 크게 표가 나지 않는다.
보통 아이들은 어지르기만 하고, 부모는 그 뒤를 치우기 바쁘다. 가끔 아이들에게 집안일을 시켜보지만, 지시를 해야만 움직이고, 몇 번을 말해도 마지못해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스스로 움직이게 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 끝에 '집안일 돕기 용돈 벌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아이들에게 소정의 용돈을 매월 주고 있지만 충분한 돈은 아니기도 하고, 아이들도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용돈 벌이'의 제안은 쉽게 받아들여졌다. 본인이 할 수 있는 집안일을 수행하고 적어 오면 그에 따른 보상을 해 주겠다고 했다. 즉, 한 달 동안 어떤 일을 했는지 적어 제출하면, 나는 그것의 가치를 평가해 용돈을 준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과 밀당도 있지만, 결국 매달 만원에서 많게는 3만 원의 추가 용돈이 생긴다.
아이들에게는 노동의 가치를 몸소 배우게 하고, 집안일의 가치를 돈으로 평가하면서 많게 받으려고 하는 아이들과 적게 주려고 하는 나 사이에서 재미적인 요소도 있다. 지급은 그 자리에서 바로 계좌이체로 해 주면 아이들 기분은 최고조에 달한다. 이렇게 번 돈은 허투루 쓰지 않고 아껴 쓰는 편이다.
집안일 목록에는 빨래 널기, 쓰레기 버리기 같은 일들이 많지만, 가끔씩 창의적인 항목도 등장한다. 예를 들어, 내 등에 어떤 상처가 있어 연고를 발라 달라고 부탁하면 "아빠 간호 활동"이라 적어내고, 물놀이장에서 동생과 놀아주었다면 "동생 물놀이 안전 구호 활동"이라고 표현한다.
보상 금액을 늘리기 위해 매일 하는 고정적인 일도 있다. 예를 들어, 매일 아침마다 안방 침대의 이불 정리를 호텔 침대 수준으로 깔끔하게 정리해 주고서는 몇 백 원의 고정금액을 책정한다. 단가는 얼마 안 되더라도 한 달 동안 매일 했다면 꽤 큰 금액이 된다.
이렇게 시작한 용돈 벌이 집안일은 꽤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덕분에 집안은 깔끔해졌고, 별도 집안 정리하라는 얘기가 없어도 체계적으로 집안일이 진행된다. 또한, 한 달 동안 쓰고 남은 용돈은 적금 통장에 집어 넣는다,
이렇게 몸에 밴 습관은 성인이 되어 독립하더라도 항상 집을 깔끔하게 정리하며 살 거라는 생각이 들고, 어릴 때부터 노동과 돈의 소중함을 알게 되면서 경제 관념이 생기기 때문에 더없이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