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 Mar 08. 2017

유쾌한 변화의 길

 조용하게 고정관념을 벗게 하던 사람 이상은


언빠는 '오빠 같은 언니' 쯤 되는 말일 테다. 보이시한 여성에 대한 같은 여성들의 환호를 전제로 한다. 만화 베르사이유의 장미에서 오스칼, 드라마 커피프린스에서의 고은찬, 미남이시네요의 고미남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작품 캐릭터가 아닌 현실세계의 언빠들은 김연경이 있고 엠버가 있고 그 이전 춘자, 리아 그리고 이상은이 있었다. 저마다 스타일이 다른 개성 있는 언빠들이다.





남자 같던 첫인상


이상은은 178cm 장신에 숏컷, 화장도 안 하고 옷도 남자처럼 입었다. 또 허스키 보이스이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그 방면의 끼가 넘치던 그대로 달려서 세상에 등장한다. 대학 1학년 19살. 나중에 본인은 그 시절 자신을 부정하고 극복도 하다가 결국 화해하지만 사람들의 첫인상은 그렇지 않아서 그녀를 범상치 않은 언빠로 기억하곤 한다. 아니 그때까지 이상은은 원래 그랬던 사람이기도 했다.  


이상은 김완선 '담다디'



남자라는 소문이 돌 정도의 파격적인 언빠답게 그녀는 소녀팬들의 열광을 한 몸에 받는 아이돌이 되었다. 독보적인 캐릭터로 인기 있는 아이돌이 거치는 일반적인 테크를 타며 활동한다. 하지만 그 테크는 낯도 많이 가리고 알고 보면 걸크러쉬과도 아니었던 것 같은 이상은에게 몸에 맞지 않은 옷이었나 보다. 인기 절정의 순간, 회의감을 뒤로하고 새로운 모색을 위한 유학길에 오른다. 20대 이전부터 지녀온 그대로의 길. 여기까지가 그녀의 1막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해외 생활은 그녀가 나중에 구축하는 자기 시스템의 하나가 된다. 미국과 일본에서의 활동, 여행기를 낼 정도의 여행작가적 기질은 그때부터 심어졌을 것이다.




아티스트의 길, 서른의 성장통


그리고 시작된 창작활동. 그 동력은 주어진 시스템 속 강자였으나 아직 자기 시스템을 구축 못한 20대의 불안감 자체 일 수도 있고 방송과 인디씬과 소극장을 넘나들며 대중들과 주고받은 에너지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원석의 감수성을 정돈한 질서일까? 그 결과 그녀는 가수 장덕 이후 드물었던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길을 걷는다. 지금까지 모두 15개 음반을 낸 그녀는 3집부터 자작곡으로 활동했고 그중 두 개의 음반은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들어가 있다. 더구나 10위 안에 있는 유일한 여성 뮤지션이기도 하다. 이쯤 되면 보통 변화일 수 없다. 아이돌이었던 1막은 부정된다. 2막이다.

한편으로 그녀의 첫 유학은 미술이었다. 가수 이전 실제 미술에도 소질이 있었다고 한다. 음악 활동을 하는 와중에도 한 번 더 미술로 유학을 간다. 늘 꿈꾸고 있었어도 쉽지 않은 도전일 수밖에. 회화, 조각, 유화를 공부했고 동화를 그리는 미래도 꿈꾸는 듯하다. 더하여 모델 활동도 잠깐 했지만 그녀는 또 한양대 연극 영화과를 3년 동안 다닌 사람이기도 하다. 자신과 주변이 음악영역만으로 한정하기엔 모자란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긴 '기술자'가 아니라면 예술이 원래 그렇지 않은가?


"지금 생각해 보면 '담다디' 때 나는 꼭 명절에 친척들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어린아이 같았다. 나중엔 너무너무 창피하고 화가 났다. 어떻게 내 자신이 그랬나 싶을 만큼.

그때 어른들은 나보고 그랬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그랬던 너 자신이 귀여워질 거라고. 그 말에 코웃음 치며 만든 음반이 <공무도하가>다. 미국까지 멀리멀리 방황하다 돌아온 것이다.

지금은 그게 결국 나였구나 하는 것을 알 것 같다. 멀리 도망을 갔다가 와서 방에 누워 있는데 문득 그때가 그리워지는 거다. 그럴 때 깜짝 놀라며 알게 된다. 그 두 가지가 다 나라는 것을.

친척들 앞에서 '피리 부는 사나이'를 부르는 것도, 사르트르나 니체를 읽는 것도 나였다."


그녀가 서른 살에 했다는 이 인터뷰 보면 마침내 1막의 자신도 자신이었음을 인정하고 화해한다. 두 가지 모두가 자신이었다는 것은 3막의 시작일까 2막의 종결일까? 서른 살의 성장통. 나이를 의식하기 시작하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출발점일지 모른다.





조용히 상식을 깨는 사람


장르를 넘은 관심은 움직임과 결합될 때 실험으로 이어진다. 그 실험은 음악 내부에서도 시도되었고 넓게는 대안적 문화운동 참여가 되기도 했던 것 같다. 그것이 목적이라기보다 아마 타고난 감수성과 전형적인 틀을 못 견디는 기질에서 오는 듯싶다. 40대의 그녀는 올 1월 촛불집회 무대에 올라 세월호의 아이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린 사람이기도 하다. 처음이 아니다. 이전부터 추모문화제에 올라 속상함을 토로하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더 닮고 싶은 사람이다.


이상은(출처 위키)



그녀는 격렬한 등장으로 상식을 깼다. 반대로 조용히 상식을 깨기도 했다.
그녀는 이 노래를 만 22살에 만들고 불렀다.


- 언젠가는 -

1.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뒤돌아 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눈물 같은 시간의 강 위에
떠내려가는 건 한 다발의 추억
그렇게 이제 뒤돌아 보니
젊음도 사랑도 아주 소중했구나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헤어진 모습 이대로


2.

젊은 날엔 젊음을 잊었고
사랑할 땐 사랑이 흔해만 보였네
하지만 이제 생각해 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헤어진 모습 이대로




이상은에게 22살의 이 노래는 어쩌면 담다디와 같은 이불 킥의 대상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30대에 그것이  40대라고 안 그럴까? 그보다 그가 일으켰던 변화들에 방점을 두고 싶다. 등장을 보면 어떤 격렬함을 연상하게 하였으나 조용하게 고정관념을 깨나 가던 사람. 요란하지 않아도 변화의 길을 꾸준히 걷고 싶은 마음이 그를 투영하는지도 모르겠다.





하루 #2     이상은


작가의 이전글 프리마켓? 플리마켓?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