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의 결말
휴직 기간 종료를 앞두고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복직절차에 대한 안내와 자세한 설명은 부서장에게 들으라는 연락이었다.
그리고 부서장으로부터 복직을 하면 다른 부서로 발령될 것이라는 설명도 들었다.
소속감이라는 것은 참 묘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기분으로 3개월을 보냈고 또 아무런 미래도 정해진 것이 없는 때에는 그렇게 나를 찾아주는 이가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 안에 있을 때도 내가 '소속'되어있다는 감정을 느껴본 적은 얼마 없다. 한 팀으로 함께함에도 언제나 심장이 떨리고 손발이 차고 구역감이 느껴졌고 늘 필요이상으로 나를 질책하던 이를 떠올리니 내가 그 조직의 다른 부서로 간다고 해도 무엇이 얼마나 달라질까 의심스러웠다.
다른 행선지에 대한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었다. 구직사이트를 한참을 둘러보며 나의 경력과 유사한 회사들만 찾아보았지만 늘 결론은 '나는 이 일을 정말 하고 싶은가?'라는 원초적인 질문으로 돌아갔다.
어떤 것도 정할 수 없었지만 무엇보다 시급하게 인생에서 전 팀장의 존재를 지우고 싶었다.
어떤 방식으로도, 우연히라도 마주치고 싶지 않았지만 조직으로 돌아가면 어떻게든 마주칠 거란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졌다.
결국 약 2주간의 고민 끝에 퇴사를 결정했다.
그리고 부서장과 인사팀에 결정을 말하고 모든 퇴사 절차를 밟게 되었다.
그 회사는 오래전부터 꼭 함께하고 싶던 곳이었고 조직이 나를 받아주었을 때는 진심으로 자랑스러웠다. 내가 전공한 계통에서는 꽤나 역사가 깊고 그만큼 전문적이고 자부심을 느낄만한 회사였다. 많은 것을 배우고 또 받은 것도 많다고 생각했다. 그 안에서 따뜻했던 추억들도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이런 식으로 마무리하고 싶진 않았는데......
퇴사를 결정한 후 오랜만에 엄청난 과음을 했다.
술이 끝없이 들어갔고 정신이 혼미해지니 기분이 좋았다. 아무 소리 나 지껄이고 세상이 다 끝난 것처럼 굴어보았다. 무슨 이별이라도 겪은 사람 같았다. 이 관계가 독이 된다는 걸 알지만 끊어내기 어려웠던 연애를 끝낸 기분이었다. 시원한 마음이 한편에 있지만 슬픈 마음이 더 컸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앞으로 어떤 것도 결정되지 않았고 알 수 없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겠지만... 어쩐지 기다란 인생에서는 앞으로 더 나아간 기분이다.
2024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나의 퇴사일은 휴직 종료일자에 맞춰 2024년 12월 31일이 된다.
그러니 다행이다. 모든 슬픔과 번뇌는 2024년에 두고 가련다.
2025년은 홀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다행히 인생은 계속되고 아직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2025년에는 나란 존재와 변함없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