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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메이커스 Aug 09. 2020

비운의 사도세자, 그를 치유한 ‘향’

조선 왕실이 사랑한 '부용향' 이야기

조선 왕실 비극사에서 빠지지 않는 이름, 사도 세자. 왕이 될 운명을 갖고 태어났지만 20대 때 뒤주에 갇혀 굶어 죽은 그를 괴롭히던 건 아버지와의 마찰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조선 시대 불치병으로 여겨졌던 피부병도 그를 힘들게 했죠.


또 다른 고통, 창질


사도세자는 창질, 즉 피부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다리에는 종기가 있었고 끝내 이 종기가 곪아 터져 한여름에 250리(약 100km) 거리의 온양을 찾기도 했습니다. 습창을 다스리는 데 온천이 좋다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당시 내원들은 세자의 종기 치료를 위해 다양한 약재를 함께 챙겼다고 합니다. 그중에는 부용향과 소목, 울금도 있었죠. 부용향은 침향과 정향, 백단 등 향이 좋기로 유명한 재료들이 듬뿍 들어간 선향입니다. 향이 좋은 데다 항균 효과도 있어 조선 시대에는 향기 테라피, 방충 등 다양하게 쓰였죠. 또 소목과 울금은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는 약재입니다.


사도세자의 피부병과 관련해서는 해석이 분분합니다. 그러나 일부는 내원들이 챙긴 약재 기록을 보며 그의 병이 단순한 피부병이 아닐 수 있다고 추측합니다. 아버지와의 충돌로 화가 쌓여 이를 풀기 위해 다양한 약재를 넣은 온천욕을 즐기게 했다는 거죠. 실제로 동의보감에는 화가 왕성할 때 창이 생긴다고 쓰여있기도 합니다. 요즘으로 치면,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울화통 같은 것이죠.



조선 왕실 권력의 상징 ‘부용향’


사도 세자의 기록처럼, 조선 왕조 실록에는 ‘부용향’이 자주 등장합니다. 왕실의 통과의례인 혼례와 책봉, 관례 등의 의식에는 향이 빠지지 않고 나오죠. 실제로 조선 궁중 혼례식 반차도에 보면, 부용향을 든 2명의 향차비가 왕후가 탄 가마 앞에서 향을 태우며 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또 각종 의식에서는 왕이 어좌에 오르는 순간 향연기가 피어나도록 해 향과 연기로 신성성을 연출했습니다. 궁궐 내에 향을 만드는 장인 ‘향장’을 두고 향을 전문적으로 연구, 제조하기도 했습니다.


조선 시대 폭군으로 알려진 연산군과 관련된 일화도 눈길을 끕니다. 연산군일기에는 연산군이 한밤중 파티(연회)를 여는 모습이 묘사되는데, ‘부용향 수백 다발과 초를 늘어세워 밤이 낮처럼 밝았다’고 합니다. 부용향에 들어가는 침향 등은 당시 국내는 물론 중국과 일본에서도 구하기 힘든 값비싼 재료들로 왕실에서나 쓸 수 있었습니다. 이 비싼 향을 다발로 태워 멀리서도 왕이 파티를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권력 과시였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조선 인텔리들이 가장 사랑한 선물이기도 했습니다. 쉰다섯의 퇴계 이황이 스물다섯의 제자 문원에게 편지글과 함께 부용향 한 봉지와 책을 보냈다는 기록도 있죠. 당시 선비들은 마음을 맑게 정화하고 잠을 깨는 데 향을 사용, 늦은 밤 침소에서 향을 태우며 독서와 수양을 즐겼다고 합니다.



향 한 자루에 담긴 과학


사도 세자와 연산군의 사례만 봐도 향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고서들을 살펴보면 향은 크게 향수처럼 향을 입히는 방향의 용도로, 또 병충해를 쫓는 ‘방충’과 ‘항균’의 용도로 쓰인 걸로 보입니다.


실제로 조선 시대 왕의 행차에 향을 피운 건 향냄새로 왕이 행차했다는 걸 알 수 있게 하는 동시에 주변을 환기하고 살균 효과도 노렸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일종의 연무 소독인 셈이죠. 계절에 따라 발생하는 급성전염병에도 활용했습니다. 한국전통지식포탈에 따르면 시기온역에 부용향을 만들어 태우는 처방을 내렸다고 나와 있습니다.


부용향 안에 들어가는 재료를 보면 이 같은 효과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대표 약재인 침향은 침향나무가 해충 침입 등으로 상처를 입었을 때 자신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내 뿜는 수액이 굳은 것을 말합니다. 이 침향 안에는 베타셀리넨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는데요, 이 성분은 항균 및 염증 완화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현대에는 아토피 등에 활용하기도 하죠.



인문학 교수가 복각한 부용향
“우리나라에서 선향기술을 배워간 일본이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소실돼 없어진 전통 향 기술을 전수, 세계 최고의 향 기업으로 성장한 게 안타까웠어요. 앞으로 사라지고 없어진 우리 전통의 향과 문화를 재현, 복원하는 일에 사명감을 갖고 임할 겁니다.” _김영 케이센스 대표


이처럼 선조들의 사랑을 받으며 다양하게 활용됐던 향은 현대에 들어 그 자취를 감췄습니다. 이제는 제사를 지낼 때 혹은 절에서나 가끔 마주치는 게 전부죠.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아쉬워하며 우리 향을 재현하고 향 문화를 복원하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김영 대구한의대학교 교수가 이끄는 창업팀, 케이센스죠.


김 교수는 일본 문학을 전공한 인문학자입니다. 한국과 일본 문학을 비교 연구했죠. 그 과정에서 하나의 아쉬움을 갖게 됩니다. 일본만큼 오래되고 깊은, 우리의 향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 현대에도 수많은 장인이 다양한 향을 만들며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과 상반되죠. 이에 부용향을 직접 만들기로 하고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의 문을 두드립니다. 한국의 전통유산과 콘텐츠를 현대적으로 승화해 세계인이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통문화융합 스타트업, 케이센스의 시작입니다.



케이센스의 첫 프로젝트는 ‘카라영 인센스’입니다. 잊혀가는 우리 전통 선향을 되살리기 위한 프로젝트죠. 가장 먼저 선보인 제품은 조선 왕실이 사랑했던 부용향. 그러나 이렇다 할 비법이 없어 동의보감과 의림촬요 등 의서에 나타난 레시피만 들고 전국의 15개 향방을 찾아다니며 겨우 재현에 성공합니다.


이렇게 재현된 부용향은 김 교수도 놀랄 정도로 향이 좋다고 합니다. 한국분석시험연구원(KATR) 항균 시험 결과 폐렴균, 황색포도상구균에 대한 항균력 99.9%도 확인됐죠. 시장의 반응도 좋았습니다. 카카오메이커스에서는 첫 오픈 후 이틀 만에 준비했던 1700세트가 매진됐죠.


김 교수는 “예상치 못했던 뜨거운 반응을 보며 우리 전통 향에 대한 갈증과 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며 “우리나라 각 지역에서 나는 대표 한약재를 사용한 인센스 스틱 등 우리 전통 향 문화를 복원, 세계인이 향유할 수 있는 제품을 지속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카라영 인센스 부용향 보러가기>

https://makers.kakao.com/items/100005542?f=br_story_item_1000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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