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내가 머무는 곳을 좋은 곳으로 만드는 법

다산 정약용이 말하는 인(仁)에 거하는 삶에 대하여

by 끄덕이다

"사람이 거처하는 마을은 인(仁)을 행함이 아름다운 것이다. 거주지를 선택하되 스스로 인(仁)에 거하지 않으면 어찌 지혜롭다고 하겠는가." - 『다산의 마지막 질문』 중



"환경만 좋았더라면", "여기만 아니었더라면..."
우리는 종종 지금의 나를 둘러싼 세상에 화살을 돌리곤 한다. 더 나은 조건과 환경에서라면 지금보다 훨씬 멋진 내가 되었을 것이라 믿으면서 말이다.


이러한 믿음의 가장 오래된 상징이 바로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일 것이다. 아들의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감행한 맹자 어머니의 이야기는, 좋은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는 것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이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부모들이 더 좋은 학군을 찾아 이사하는 모습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물론 환경의 힘은 막강하다. 사람은 누구나 타고난 기질이 있지만, 그 기질만으로 온전한 열매를 맺기는 어렵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스티브 잡스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애플이 탄생했을까?'라는 질문을 단순한 농담으로 넘기지 못하는 것처럼 인간이란 자기 의지만으로는 버티기 힘든, 세상의 파도에 더 크게 흔들리는 연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里仁爲美 擇不處仁 焉得知? (리인위미 택불처인 언득지)
– 『논어』, 「이인」편


이 구절은 보통 이렇게 해석되어 왔다.
"어진 이들이 사는 마을에 사는 것이 아름답다. 그러니 어진 마을을 선택해 살지 않는다면 어찌 지혜롭다 하겠는가."
자신이 처해 있는 주변 환경의 중요성에 방점을 찍은 해석이다.


하지만 다산 정약용은 이 익숙한 문장에서 전혀 다른 결을 읽어낸다. 18년의 유배 생활이라는 절망적인 환경 속에서도 스스로를 바로 세우려 했던 그는, 세상을 탓하기 전에 늘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왔다. 다산의 시선은 '마을'이라는 주변 환경이 아닌, '나'라는 주체를 향하고 있다.


"사람이 거처하는 마을은, 스스로 인(仁)을 행하는 것으로써 아름다워지는 것이다. 거주지를 선택하되 스스로 인에 거하지 않으면 어찌 지혜롭다고 하겠는가."

환경이 아름다움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행하는 '인(仁)'이 그곳을 아름답게 만든다는 것이다. 다산의 메시지는 명료하다. "환경 탓만 하지 말라. 중요한 것은 당신 자신이다."


솔직히 다산의 가르침은 버겁게 느껴진다. 세상을 바꾸려거든 네 마음부터 닦으라는 그의 말 앞에서, 머리로는 알지만 실천은 하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이 너무나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비록 세상이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지라도, 나는 나로서의 기준을 잃지 않겠다."

이처럼 정약용의 말 속에는 세상을 향한 아주 단단한 자기 선언이 담겨 있기에, 그 앞에 서면 자신도 모르게 작아지는 기분이 드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어쩌면 나 또한 그 마음 한 조각을 붙들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인생을 살다 보면 세상은 나의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고, 내가 꿈꾸던 이상적인 공간은 어디에도 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냉혹한 현실에 부딪힐 수록, 나는 시선을 돌려 '나 자신'을 바라보곤 한다. 내가 딛고 선 이 자리를 단단한 반석으로 다지는 일, 내 안의 작은 촛불을 끄지 않으려 애쓰는 일에 집중하려 한다.


이 길이 정답인지 아직까지는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내가 바라던 풍경 속에 도착해 있을 거라 믿는다. 그 여정 위에서 나는 오늘도 배우고, 사유하고, 실천한다.


그리고 조용히 바란다.
내가 밝힌 이 작은 빛이, 나에게만 그치지 않고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에게 번져가는 선한 파동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