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진짜 왜그래

완벽한 애증의 관계

by 임세상


제가 알아서 할게요

나 알아서 잘하고있으니까 (내가 볼땐 그렇다) 더이상 조언이나 첨언 (잔소리)은 그만.

그냥 참견하지말아주세요. - 라는 뜻으로 나이를 28살을 먹고도 엄마가 서운해할거 알면서 자주하는 그 말.


말은 모나지만 그렇다고 엄마랑은 사이가 나쁘지도, 그렇다고 살갑고 다정한 사이도 아니다.

여느 K-장녀처럼 자기얘기안하고 애교없는 탓도 있겠지만 내면에 나는 인정받지 못하고 혼자 서운해하는게있다. 아 물론 대외적으로는 나름 말잘듣고 예의바르게 잘 컸다고 인정받아 왔다. (요새는 잘 모르겠다)

어릴 땐 마냥 엄마아빠의 자랑스런 딸래미라 남들의 칭찬에, 인정에, 높은 성적에, 자신감이 쑥쑥 올라가선 좋은 성적으로, 덜 고생하는 직업을 얻어서, 부모님의 고생에 보답하고 부담을 덜어주고 나중엔 돈 많이 벌어서 효도할거라는 기대를 받고 크는, 그게 사랑인 줄 알았다. (다른 모습의 사랑도 많았으면서)



엄마 말 하나 틀린 거 없어

'엄마는 못 해봤으니까 너는 그거 꼭 해봐'

'놀지말고 지금 공부해야 나중에 편하다니까'

수많은 잔소리에 어린 나도 느껴지는 엄마의 못다한 미련들.

나한테 다시 찾아온 엄마의 젊음.

그 소중한 걸 다시 한번 제대로 키워보고 싶은 마음과 다른 의도하나없이 오로지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인생선배로써, 그 마음에서 나오는 소리는 어떻게 보면 매우 합리적이다.

진짜 야속하고 인정하긴 싫지만 엄마 말에 틀린 거 하나 없기도 하다.

하지만 K-장남은 없고 K-장녀란 말이 유독 잦은 것도 이 이상한 관계에 이유가 있다고 본다.


집마다 가정마다 다르다만, 30살이 넘어도 외박하려면 눈치, 하얀 거짓말, 허락까지 풀코스로 받아내야하는 숙명을 가진 딸들이 아직까지도 많은데다가

부모님들이 걱정하시는 그런 일들은 대낮에 (오히려 가성비 좋게) 몰래 잘도 일어나고있을뿐더러

그런 좁은 시간과 선택권 속에서도 우리는 어릴 때부터 ‘제대로된 남자’는 어떤 사람이며,

'아빠처럼 아무것도 없는' (그래도 사랑합니다) 남자 말고, '날 고생 안시킬', ' 손에 물 한방울 안묻힐' '재미는 없지만 돈은 많은' 그런 남자를 만나기위해 수능 수학 가형 30번 문제보다 더욱 고심하고 다각도로 풀어서 (웬만하면 시행착오없이)

그것도 너무 일찍도 늦게도 말고 적당한 때에 답을 하나 골라내야한다는 점에서 그 압박을 엄마가 주면서도 엄마가 롤모델이 아니거나 엄마에게 적당한 조언을 구할 수 없는 경우엔 가뜩이나 어려운 이 미션의 난이도가 급상승한다.


이 문제 하나도 벅차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이미 선택을 했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고 계시는 모든 엄마들이 대단한 이유)

혹시 모를 결혼, 임신, 출산, 육아에도 끊기지 않을 커리어와 이를 감당할 만한 체력은 너무나 기본이라 언급조차않고,

아래론 육아를 하면서 위로는 부양도 해야하는, 지금의 엄마가 하고 있고 그렇게 힘들다는 ‘그 일’을 그 다음 ‘엄마’일 딸에게도 기대한다.

물론 이 고생을 조금이라도 덜 하려면 '돈 많은 남자'를 만나길 강추하는 말씀에도 확실히 일리는 있다.

정말이지 상당히 복잡하고 착잡하다.

동생도 하필 남동생이라 고민을 맘껏 터놓아도 못 알아먹을게 분명하니 더욱이 친구들, 언니들을 찾고 자꾸 밖으로 나도는 이유이기도하다.


결혼은 안해도 돼

30살이 다가오니 잔소리가 조금씩 달라진다.

‘결혼은 안해도 돼’

'근데 힘들어도 회사는 계속 다녀'


간신히 취업해서 일만 해도 하루가 금방 지나가는데 그와중에 연애도 틈틈히 해야되고 또 몸과 마음은 건강하게 유지해서 취미생활로 스트레스를 관리해야하며 인간관계도 잘 관리해야한다.

‘학교다닐 때가 젤 편한줄만 알아라‘ 라는 그 말 역시 토씨하나 틀린게 또 없다.


팀장들 정치싸움에 업무가 순탄하지못하고, 사내 분위기와 눈치에 진작에 없어진 생기와 웃음은 둘째치고 우울감과 만성 두통이 어느 날은 유독 힘들어서,

나 이제 힘들게 출퇴근해가며 집에오면 밤9시, 씻고 잠만 자는 회사생활만 몇십년하다가

어쩌다 결혼하고 애기낳고도 회사다니는거 못한다고. 분명 둘중하나는 제대로 못해낼거같다고.

잔뜩 짜증내며 안하던 투정을 부렸다. (엄마에겐 투정이 아니었을 것 같다. 순도 100%의 짜증?)


좀 길게 정적을 유지하시더니 엄마는 살아보니 결혼은 안해도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결혼은 안해도 좋지만 그래도 돈을 벌어야되고, 젤 나은게 직장생활이라고 하신다.

좋은 직장을 다니시다 애 둘을 키우느라 일을 관두고, 이후에 또 취업을 위해 집념으로 자격증을 여러 번 떨어져도 끝끝내 해더던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진심 어린 말들.

그럼에도 난 몇십년씩이나 무슨 일이 있어도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로 가야한다는게 규칙적인 삶보단 쳇바퀴로 다가온다. 그러니 프리랜서를 찾아본다고 했다.

여기서 제대로 부딪혔다.


취업 난, 쉬었음 청년, 얼어붙은 공채, 그 틈에서 정규직은 쉽지않다고.

웬만하면 꾹 참고 다니라고.


나는 그말에 반박할 일을 벌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심란함, 조바심, 불안감, 외로움, 설렘, 막막함, 기대감을 기록할 예정이다.


아 결국 이것도 엄마 잔소리 반박하려고 하는 짓이긴하지만

딸이 힘들다는데 꾹 참고 다니라는 말이 서운해서라도 커리어 독립 프로젝트, 천천히 진행할 생각이다.

돈? 결혼? 그건 더 천천히.

나 쫌 버겁다.


그치만 또 괜히 길을 돌아가고 고생하지않길원해서 하시는 말씀인게 이해는 간다.

아예 이해가 안되겠는게 아니라서 더 난감하고 애매하다.




엄마는 지금도 거실에서 아픈 다리를 주물러줄 사람 하나 없다며

각자 방에 있는 나랑 동생이 들리게끔 크게 혼잣말을 하신다.

그 소리를 듣고 쪼르르 달려나가 바로 다리를 주물러줄 마음이 티끌도 없기도하지만

그보다 더 없는 건 살가운 애교나 너스레.

해본 적도 해볼 생각도 안한게 너무 오래됐다.

무거운 책가방들고 나서던 순간부터

공부에 재미도 뜻도 없었는데 그게 젤 편한거니까 하라길래 하라던 순간부터.

맘껏 탓하고 원망하고 막 살고싶어도 또 그새 늘어난 흰머리를 보면 안부려본 투정을 부리려다가도

다시 또 묵묵히 해야할 대답만 하고.


아무도 응원안해줘도 괜찮다.

그 속에서 더 자유롭고 다른 미래가 있을 거같아서 오히려 설렌다.


엄마 요새는 인터넷도 핸드폰도 잘 돼서 꼭 회사생활말고도 돈 꾸준히 벌면서도 즐기며 살 수 있는 다양한 모습이 있어요. 제가 천천히 보여드릴게요.

아 그리고 가끔 잔소리할땐 싫어도 사랑은 해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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