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가 필요하다, 그것도 엄청나게 큰
외국 학생들은 수업 중에 모르면 바로 손드는 반면,
질문이 있어도 손은 안들고 나중에 따로 질문할 때 따로 나가 우루루 줄 서는 한국 학생들.
그만큼 내가 뭘 모르는지 감추고싶어서, 남의 생각을 의식하고 심지어 교수님한테 따로 잘보이고싶어서 알아도 모르는 척 질문한 나 역시도
사교육의 힘을 빌려 초중고 12년을 거쳐 대학까지 졸업한 전형적인 한국 학생이다.
남이 뭘 먹고 뭘 입는지 그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그렇게 집착한다는 소리다.
정작 내 기분은 어떤지 잘 살펴보지도 않으면서.
건강한 라이프로 요새 눈길이 가는 인플루언서 한 분이 말하길 어차피 잘 보이려고 노력해도 나를 안좋게 보는 사람은 분명히 있을거라고
'남'에게 내가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고해도 그 '남'에게 모두 좋게 보일 순 없으니
기준을 바꿔 '나'에게 좋은 사람이 되라고
그 과정에서 나에게 안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들은 그게 심지어 가족일지라도 거리를 잠시 두라고.
'남'들이 이게 맞고 그게 제일 좋다그러길래 가라는 길에 (약대편입)
많은 시간과 돈, 3년간의 기회비용을 투자해서 얻은 나름 값진 교훈은
아니다 싶으면 바로 나와야한다..는 것이다.
약사를 포기하고 2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도 아 역시 이건아니다.
근데 너는 뭘 그렇게 다 아닌거같으면 그럼 도대체 뭘 하면서 살지 정하긴 했냐싶은 의견들은 나에겐 대체로 부모님이 그렇다.
이제는 나이가 찼으니 돈은 알아서 벌어야하며 결혼은 안해도되지만 독립해서 부모님을 부양해야할 차례이며, 그 과정에서도 힘들어말고 밝게 지내면 더욱 좋고.
그런 바람.
그치만 그런 자극과 동기부여를 얻는 것은 셀프.
약대를 준비할 때처럼 알아서 잘하고 있을거라는 부모님의 기대와 달리, 마지막 반항기를 겪고 있는 터라 이걸 언제 어떻게 말씀드릴지가 큰 고민이다.
왜 나는 꼭
안정적인 정규직으로 직장에 소속되어야하며
그곳을 오래 다니고 그 시간을 직급으로 인정받아 중간에 결혼,출산,육아의 길을 걷게되어도
아득바득 승진을 차차해야하며
그간 버는 돈을 차곡차곡 쌓아 독립이나 결혼해서 살집을 마련해야하고
아침 7시반~저녁 9시반 회사생활을 무리없이 해내기위해
운동, 취미, 친구들과의 약속 없이 집가서 저녁먹고 치우면 바로 자야했는지
스스로 수긍할만한 이유가 6개월이 지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서 무뎌지고 그 고민을 하는게 의미없다 싶어서 그냥 체념하고 살려고도했다.
몇년 버티다보면 다른 이유가 생기겠거니.
근데 도저히 안되겠다. 지금은 이악물고 눈가리고 모른 척한다 하더라도 결국 나중에 또 이 고민을 하겠지.
그럼 모른 척한 지금을 또 원망하며 진작에 그럴껄 후회하겠지. 그런 확신이 든다.
나만 이상하고 특이해서 이런 생각을 갖고 사나?
회사에서도 익명 단톡에서도 그런다
(하루의 절반이상을 있는) 회사에 뇌빼고 다니라고, 그게 똑똑한 거라고.
하루의 절반이상의 시간을 쓰는 회사에 에너지를 최대한 아끼는 그게 똑똑한 거라고?
근데 가만 생각해보면 그렇게 살라고 아무도 강요하진않았다.
(엄마의 잔소리는 조금 있었지만)
그저 다들 그렇게 살길래, 그게 맞다길래 나도 눈치껏 해왔던 것이다.
2년이 넘는 직장생활동안 조금 더 나은 요건(높은 연봉, 가까운 거리)만 찾아서 고민을 했었다.
근데 나는 계속 한 곳에서 몇십년 출퇴근이 싫어서 공기업을 나온 사람이다.
열심히 자극을 받고 영향을 끼치고 생기있게 살아보고자 사기업을 찾아왔다.
어차피 힘들고 하기싫어서 1년도 간신히 채우고 관둬왔던 나로썬 정규직도 의미가 없다.
그러니 안정적이지않아도 되고
꼭 내집이 없어도되고
그저 건강한 몸과 마음, 편하게 잠잘 곳, 배고플 때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옆에 있고
무엇보다 가고싶은 곳에 가고 싶을 때 떠나는 것
그리고 옛날처럼 햇살 한번에 미소지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제일 필요하다.
아침에 눈을 뜨며 하루를 기분 좋게, 밝게 맞이할 그런 여유.
대머리를 해도
백발로 염색을 해도
얼굴에 타투를 해도
평생 알바만 전전해도
일을 하지않아도
학교를 나오지않아도
반지하에 살아도
한달살기씩 여러 국가를 찍먹하며 살아봐도
놀랍게도 이 모든게 불법이 아니다!
다만 확실하게 아는게 하나 있다.
아빠가 어릴때부터 말씀해주시길, 모든 선택엔 책임이 따르고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있고 고려한 선택을 할 수 있을 때 그게 자유라고.
유일하게 별다른 코멘트없이 한결같이 내 선택을 존중하고 온전한 자유를 알려준 사람이다.
(요새는 충청도식의 대답과 의견 첨가가 있지만 애써 모른 척한다. 세월이 야속하다.)
생각이 많아서 힘들 때 자주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다.
지금 내가 있는 공간에서부터 지구 전체를 한눈에 볼때까지 영역을 넓혀보는 것이다.
감정을 잔뜩 실어 스벅에서 노트북 자판을 쳐대는 나, 내가 계속 살아온 이 작은 동네, 한국, 또 가고싶은 미국, 그리고 결국 지구
그러면 지금 드는 생각들이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임시방편이긴 하지만 꿀팁이다.
우울하거나 불안하거나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다들 불안을 고를 것 같다.
우울하기 싫으니까.
우울은 힘이 없다.
근데 불안은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다.
그 힘으로 분명한 한 발자국을 뗐다.
뒤늦게 나라도 할 수 있는거면 분명 다른 사람들도 분명히 할 수 있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