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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산책 Sep 2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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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만히 서 있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입속에서 수도 없이 시도했다. 엔진이 걸리지 않는 자동차에 열쇠를 넣고 계속 돌리는 것처럼 나는 헛되이 열쇠를 돌리고 또 돌렸다. 죽은 사람의 가슴을 누르고 또 누르는 것처럼 계속 누르고 눌러봤다. 그러나 야속할 정도로 단 한 문장도 내뱉을 수 없었다. 돌멩이도 마음이 있을 것이다. 나무도 말하고 있을 것이고. 나도 여기 그냥 서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난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서 있는 사람이 됐다.


<내가 말하고 있잖아 /정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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