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06
거대한 휠을 걷고 있는 것처럼 나는 제자리 같은데 많은 풍경이 지나간다.
함께 시간도 스쳐간다.
매일 반복되는 풍경들. 풀 초록 물 하늘 길 달. 어릴 때 버스에 올라타면 버스는 그대로이고 주변의 나무들이 나를 스치며 인사하는 착각을 일으키곤 했던 경험 한 둘쯤은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익숙해지고 나니 생경하게 느껴지는 경험. 거대한 바퀴를 무한히 걷고 있는 듯 한 착각. 내가 서 있는 곳이 커다란 시계라면 나는 계속 6시 만을 걷고 있는 셈이다.
예전에는 제자리걸음이라면 답답하단 생각을 했었다. 앞으로 더 이상 가지 못 한채 막혀 있는 듯한 느낌. 그런데 지금은 부정적이지 않다. 무수한 풍경이 나를 스쳐 지나가고 있어서 일까. 아니면 이제는 이 제자리를 걷기 위해서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아서 일까. <거울나라 앨리스>의 대화 한 부분을 곱씹어 본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우리가 한 것처럼 이렇게 오랫동안 열심히 달리면 어딘가에 가 있어야 하는데요.
붉은 여왕이 대답한다.
너희 나라는 느린 나라구나 여기서는 있는 힘을 다해 달려야 제자리에 머물 수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