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16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자신의 현실성이 흔들리거나
약해졌을 때는 기다림에 주의해야 된다. 지금 하는 일이 좌절되거나
잘 풀리지 않을 때 우리를 노리는 것이 기다림의 환상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일상의 현실성이 순조로울 때는 기다림이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어느 쪽이든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새 기다리던 일이 이루어지고, 그리고 끝나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좋건 나쁘건 기다림은 왔다가 사라진다.
이는 기다림이 부재와 허공에 매달려 있는 시간이 아닌, 연속성 속에
일상이 있음을 분명하게 말해준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일상의
현실성 회복이며, 그곳에 있는 일상의 시간이 가진 열린 다양성을
깨닫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루하루의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주어진 일을 충실히 해나가는 가운데 기다림을 포함한
다양한 색깔의 시간을 맞이하며, 이를 미래로 이어갈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양의의 표현 / 이우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