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 4부작을 읽고 지나온 기억을 천천히 돌아봅니다. 경계에서 지금의 자신을 들여다봅니다. 우리 앞에 직면한 삶을 살아갑니다. 증발하지만 영속된 의식을 찾아갑니다.
독서 토론 동아리가 ㅇㅇ시 도서관 지원 사업의 하나인 토론 모임 회비를 지원받게 되었다. 이후 1개월에 1~2회였던 토닥토닥 토론의 모임 횟수를 4회로 늘였다. 동아리는 읽기와 토론이 열띤 마음과 생각 나누기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진행 과정에서는 양가적 성질과 성격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모임 횟수가 많아지다 보니 시간에 쫓기게 되고 책을 읽어나가는 것이 부담이 된다는 회원이 과반수를 넘어서고 있었다. 하지만, 한쪽으로는 리뷰 올리기, 카톡에서 의견이나 짧은 기간 일정 동안의 참여 횟수가 늘었다. 물론 즐겁게 참여했고 움직임의 에너지가 함께하니 부담과 시간에 쫓겨 허덕이게 된다는 부정적 감정이 복합적으로 늘기도 했으며 사그라들기도 했다.
지원 사업 기간 내 정식 모임 이외에 토론 횟수를 늘려서 모임을 강행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모임 멤버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었고 나눔을 했다.
수애의 감성적 단상은 가끔 이성적 사고로 삶을 살아가는 성향의 사람들에게는 다소 불편한 감정으로 닿았다. 보이지 않은 갈등에 수애 자신도 때로는 힘겨웠다. 감정의 독립이나 분리는 수애가 지금도 애써 노력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상대적으로 준희와 대부분 멤버들은 자신의 감정을 믿지 않는다. 이성 이상으로 쉽게 휘둘리지도 않는다. 정숙과 혜린, 얼마 전에 '토닥토닥'과 함께한 영화까지 이성이 좀 더 강한 멤버가 여럿이다. 수애와 감정이 닮은 선미는 감성과 이성을 조율하며 균형 있게 조절하는 멤버였다.
1권. [나의 눈부신 친구]_엘레나 피란테
2022. ㅇ월 ㅇ일 토닥토론 지역 동아리에서
릴라와 레누의 유년기의 경험에서는 시간적으로 동아리 멤버들과 접점이 없지만 우정과 사랑, 그리고 그때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수애는 책을 덮고 유년기의 자신을 떠올려 본다. 그 시절의 그녀의 모습에는 릴라도 레누도 있었다. 인간은 모두 열등감을 안고 살아간다. 열등감은 각자의 깊은 내면에 저장되어 있다. 때론 의도적으로 열등감을 누르기도 하고 가끔은 더 큰 열망으로 망각되기도 한다. 특별한 어떤 것에 의해 표출되기도 한다. 레누의 모습을 많이 닮은 수애의 유년기에는 릴라와 흡사한 누군가를 끊임없이 시기하며 질투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다른 자아의 모습에서는 거침없이 릴라가 표출되기도 했다. 유년기에 겪었던 전 세대의 모습은 수애를 절망에 빠뜨리기도 했다. 릴라와 레누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 이미 현실과 부딪히고 도전하고 있었다. 그 둘은 자신들의 본모습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다. 멤버들은 소멸되어 버린 자신의 정체성 물리적 사라짐의 존재에서 현실과 정체성의 해체를 바라보며 나폴리 4부작 중 1부 첫 모임을 마무리했다. 아쉬움과 걱정이 많이 남았지만 마치 추리 소설을 떠올리며 릴라의 행방에 대해 모두가 목소리를 낸다. 그만큼 관심이 많다.
발췌문)
150p
"시도하지 않으면 변화할 수 없어." 여기서 변화란 단 한 가지, 부자가 되는 것을 의미했다.
'경계의 해체'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는 작가의 의식을 쫓는다. 자연스러운 해체, 먼저 '0'의 경계에 서서 시작된 그곳으로 뛰어든다. 릴라와 레누에 의해서 표출된 모두의 유년의 한 페이지로.
2권.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수애는 나폴리 4부작 중 제2권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간략하게 한 줄 평으로 마무리를 하며 멤버들을 살피며 내심 뿌듯하게 생각했다.
릴라의 결핍은 아슬아슬 정직한 감정으로 표출되고 레누의 결핍은 열등감을 딛고 한 발 한 발 나아간다.
수애의 한 줄 평을 시작으로 멤버들은 참고 있었던 단상을 여기저기서 쏟아 낸다. 레누의 성장은 전 세대의 여성들을 연민과 이해로 바라보면서 시작된다고 준희가 먼저 자신의 단상을 얘기했다. 마치 릴라가 글을 써왔던 과정의 모습과도 흡사했다.
그녀의 단상을 듣고 숨을 죽이며 모든 움직임을 잠시 멈췄던 수애는 '질서와 혼란'이 공존하는 곳에 릴라와 레누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수애 자신의 질서는 '수용'에서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평행을 이루는 혼란은 맹목적 수용, 부정적 차단이다. '정체된 감정과 묵은 의식 안의 세계'처럼.
여전히 위험과 불안한 변화가 릴라와 레누, 그리고 그녀들 앞에 펼쳐져 있지만 수애는 다시 변화의 한 걸음을 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혜린은 최근 두려움보다 자신을 더 괴롭히는 감정은 '정체됨'이라고 했다. 그녀가 볼 때 물이 고인곳은 물의 향, 빛깔, 그곳에서의 호흡 등 모든 것이 흐를 때, 움직일 때와는 달리 부정적으로 변했다. 정체된다는 것은 변하려는 한 발의 내디딤도 없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혜린의 시선에서 정신과 육체가 모두 변화를 두려워한다는 건 고인 물 안에서의 분열을 의미한다. 사실그녀는 우리가 더 기피하고 도망하듯 벗어나야 할 것은 맹목적 수용이라고 했다. 그것은 때론 우리를 혼란에 빠트린다. 부정적 수용보다 우리가 더 경계해야 하는 건 맹목적 수용이라고 혜린은 자신의 생각을 조용히 전했다.
수애가 카페에서 정리한 단상은 다음과 같다.
(정체된 감정과 묵은 의식 안의 세계처럼 고인 감정과 벗어나려는 이성을 거세게 교환하는 토론의 맛_ ㅇ커피에서 나누다)
3권.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_엘레나 페란테
2022년 ㅇ월ㅇ일 토닥토닥 토론에서
나폴리 4부작 중 3권 전체를 뒤흔드는 감정은 '불안감'이라고 동아리 멤버들은 토론에서 입을 모았다.
선미는 3권 전체를 정리하며 격변하고 불안한 사회 전체의 모습과 레누를 통한 인간의, 여성의 사회적 관습이나 불평등한 결혼 제도에서의 불안을 쫓았다. 그녀는 레누의 모습에서 거친 호흡보다 피를 말리는 불안함을 느끼며 불편함이 앞서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선미의 시선에서는 릴라 역시 같은 불안감을 다른 모습으로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비쳤다. 또한 레누가 겪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위치에서의 무너짐과 함께 찾아온 열등감이나 무력감이야말로 가장 자기다움을 표출한 것으로 느꼈다. 이후 선미와 멤버들이 찾은 레누의 분리를 선택한 사랑의 갈구와 열망으로 레누는 더 또렷하게 자신을 보여준다. 이 모든 레누의 에너지는 자기 찾기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레누의 불안감은 어떤 것으로도 해소되지 않았다. 멤버 공통으로 느끼는 감정은 레누를 향한 연민이었다.
가뭄이 몇 년째 계속된 땅에서의 해갈이란 일반적으로 내리는 비의 양으로는 어림도 없으리라. 레누와 릴라는 상대를 통해서 자기를 그대로 담고 있는 서로의 페르소나라로 볼 수 있다. 수애는 우리가 생각하는 역지사지란 그런 모습이 아닐까? 잠시 생각에 젖었다. 상대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분리하지 못하고 불안감까지 해소되기를 바라는 맘까지가 역지사지라고 수애는 생각한다. 그들은 서로의 이성과 감정을 자기의 것인 거처럼 착각한다. 그렇게 서로의 감정을 분리하지 못했다. 하지만 휘둘리지 않은 '감정의 독립'은 서서히 이루어지고 있다. 책 전체를 관통하며 작가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감정의 분리, 독립으로 볼 수 있다. 감정의 독립과 분리 이후의 진정한 변화!
독자의 시점인 수애의 눈을 통해 그들에게 다가간다. 레누와 릴라! 둘은, 나폴리의 많은 인물들은 또 그렇게, 마지막으로 나폴리를 멀리서 바라보는 수애와 멤버 모두는 '독립적 인격체'로 변해간다. 수애의 시선은 변화하는 그들 각각이 겪은 경계의 해체 이후 마침내 더욱 선명해졌다.
4권.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2022년 ㅇ월ㅇ일 책이랑 토론이랑
정숙은 4권을 시작하며 먼저 자신이 바라본 4권을 전체를 정리했다.
"4권에서는 경계의 해체를 여러 페이지에 걸쳐서 길게 여러 장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3권을 마무리하며 레누는 유년시절부터 한결같이 갈구해 오던 사랑과 욕망을 쫓아 니노와 함께한다."
정숙의 관점에서 레누와 니노는 그 순간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고 했다. 정숙의 시선에서는 마치 자신을 보듯 불안하고 아슬아슬 위태롭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레누는 위험하고 불안한 그 순간을 충분히 누리는 것으로 보였다. 그 시간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인 것처럼 누리려면 정숙은 그들이 아닌 레누만은 해결해야 할 것이 많다고 여겼다. 수애가 덧붙였다. "결국 끝까지 가봐야 우리는 그 세상을 온전히 이해하게 된다." 멤버들의 눈에 니노의 사랑은 직면한 한 순간에 충실하고 공간을 이동해서 대상이 달라지면 다시 직면한 그 순간만을 온전히 누리는 거처럼 느껴졌고 그의 삐뚤어진 사랑의 모습은 그녀들을 불편하게 했다. 레누와 니노, 그 둘의 사랑은 처음부터 어긋나 있었다. 균열이 아닌 어긋남을 외면하고 천천히 채우려고 애썼다.
4권을 정리하면서도 여성의 위치와 자리에서의 사랑, 레누의 욕구는 절대 해소되지 않는다. 수애는 4권은 열망이라는 단어가 관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열망은 점점 커져서 병적으로 이어진다. 노력으로 치열하게 이루어온 자신의 소유는 릴라에게는 단지 수없이 많은 재능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에 이르렀다. 수애는 자신을 바라보듯 레누의 환영과 환상을 바라보았다. 릴라 역시 자아에 대한 불안에서 오는 경계의 해체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멤버들은 모두 숨죽이며 1980년 나폴리의 대지진을 겪었다. 릴라와 레누와 함께. 그 속에서 릴라는 레누에게 자신이 겪고 느끼는 부분, 자신의 몸에서 또 다른 자신이 분열되어 나가려는 것과 밀어내려는 것, 잡고 있으려는 것과 경계에서 벗어나기를 두려워하는 것 사이에서의 불안을 감추지 못한다. 수애는 지진을 직접 겪은 나폴리의 릴라에게 격하게 이입하며 힘에 겨웠다. 릴라가 선택한 거처럼 수애는 분열되어 나가려는 것은 결국 자신일 수도 있는 문제이기에... 자신을 누르고 있는 많은 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나왔다.
멤버 대부분이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자신이 존재하는 공간을 벗어나려고 했던 그녀들처럼 레누는 학창 시절부터 나폴리라는 장소를 벗어나 새로움을 시도하고 꿈꾼다. 레누와 릴라, 둘의 성향은 너무나 상반된다. 릴라는 그렇게 증발해 버리는 순간이 되기 전에는 나폴리를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었다. 상처와 긴 세월의 중압감 등으로 부정적인 심리적 변화를 겪으면서도 그곳이 나폴리가 아닌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랬던 그녀가 경계가 해체된 이후 나폴리를 벗어났다. 완벽하게. 어쩌면 존재하는 세상이라는 프레임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인지도. 실체가 없는 이 세상, 사실로만 이루어진 이 세상에서 거품처럼 사라진다. 그녀는 결국 그토록 두려워하던 경계의 해체를 보여준다. 영화는 멤버들을 향해 질문했다. "릴라는 오래전부터 계획하고 있었던 걸까요?"
수애는 릴라의 증발, 사라짐, 소멸에 관해 여러 각도로 해석해 본다. 죽음... 삶에 대해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그녀를 현재 삶의 세상에서 아무런 미련 없이 떠나게 했는지도 모른다. 수애는 멤버들에게 한편으로 릴라는 레누의 자아이기도 하며 작가 엘레나 피란테의 또 다른 자아라는 생각을 던졌다. 릴라의 확고했고 강했던 의식이 무너져 내린다. 그토록 지켜내려고 침묵하며 벽을 만들었지만 결국 그녀는 지키지 못했다. 레누는 자신의 또 다른 자아 릴라가 떠난 후 안도하지 못하며 남아 있는 자아까지도 흔들리게 된다. 수애가 바라본 삶은 유한한 세상에서 무한히 세대를 거듭하며 다른 육체를 통해 의식을 점점 단단하게 뿌리내린다.무한한 우주의 세계에서 죽음이라는 단절을 지구 안에서 마주한다. 경계라는 묘한 그 구분은 끝이 되기도 하지만 새로운 시작이 되기도 한다.
수애는 책 전체를 그려보며 안과 밖, 이성과 감성의, 시작과 끝의 경계인 프레임을 나타내는 숫자 영(0)으로 나폴리를 대신하고 싶어졌다. 먼저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보면 전쟁을 겪은 이후의 혼란스러움, 안정을 찾는 것이 아니라 변화가 시작되는 단계였으므로 많이 혼란스럽다. 공간도 나폴리와 외부세계. 레누는 혼란스러운 나폴리를 벗어나서 다른 세계를 찾아가지만 뿌리, 근간을 찾아 다시 나폴리로 돌아온다. 탄생과 더불어 시작된 혼란, 부딪히며 싸우려 했던 자아와 가려짐을 뚫고 외부세계로 나아가려 했던 다른 자아가 공존한다. 과정은 자신을 찾기 위한 노력으로 해두자.
결국, 영(0)의 테두리는 무너진다. 내면에서 소리를 죽여가며 숨어 있던 자아가 나오는 순간이다. 수애는, 그건 증발, 소멸이라고 했다. 무너져 버린 보이지 않은 자아. 단절은 다시 이어진 영속된 삶을 부여하고 깨닫게 했다.영속된 의식은 우리의 가치와 삶에 대해 단절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며 다시 변화를 일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