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적 진실로 착각하며 공간을 넘어선 깊음 속의 '허수'가 그녀를 찾아왔다. 그녀는 차단을 하기 위해 여러 번의 통화를 시도했지만 불가능했고 허수는 공간을 넘어 침범해 버린다. 그런 허수에게 다시 철저하게 선을 긋는다. 하지만 허수는 그어놓은 선을 무너뜨리고 마치 새로운 도전을 하듯 다른 시도를 하려고 한다. 감정도 절제도 변명도... 또다시 시작을 해야만 한다. 그녀는 이번만큼은 거절과 현실에서의 많은 절대적 이유들을 들어 그것의 감정선이 차단되어 다시 연결됨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그러나 감정이라는 건? 그것도 사랑이라는 감정은 '의지와는 다른 이성'으로 드러났다. 자신의 '절제'와는 상관이 없는 걸까? 벗어나려고 하면 할수록 도망치려고 하면 할수록 허수가 파고 들어오는 깊이는 더해진다. 그녀는 두려움과 염려로 똘똘 뭉쳐서 이성적 판단으로 차단을 하면 모든 것이 칼 같이 정리가 되리라는 어리석음에 빠져 있었다.
그건 아마도 우리들이 얼마만큼 감정적 진실에 속아가며 그것이 지속된 진실이라고 착각하며 살아온 지난 시간의 경험들이 주는 내 안의 녹아있는 거짓된 데이터들은 아니었을까? 거짓된 데이터들에 의한 사실적 진실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함을 자책하고 또다시 단단히 마음을 먹는다.
그녀의 빛
허수가 그녀에게 발견한 건 싱그러움이었다. 또한 그가 소유하지 못해서 갈구하고 있는 젊음이었다. 그건 실수인 그녀를 가득 채우고 있는 존재함이다. 다음으로 그녀에게는 실수의 오만함이 있었다. 그것 또한 허수가 갈구하던 내면의 욕구는 아니었을까? 그것들이 뭉쳐져 그녀에게 가장 많이 발산되는 빛이 있었다. 그 빛은 색을 지니며 향기까지 있다. 허수가 가장 탐하는 것이며 강한 끌림으로 사랑의 이유를 대신한다. 그녀만의 오렌지 빛과 향기는 어느 곳에서도 구할 수 없다고 생각한 그의 움직임의 방향은 이제 그녀만을 쫓으며 헤맨다. 허수가 섞일 수 없는 실수를 끊임없이 쫓으며 방황하는 거처럼.
그의 빛
허수 그의 빛은 어둡고 캄캄했다. 그가 반복적으로 쫓는 것은 그녀가 지닌 빛과 향기였을까? 아니면 자신의 이기적인 욕망이었을까? 도망치고 따라잡고 다시 방향을 바꾸기를 여러 번 그리고 마침내 멈춤이 시작된다. 멈춤은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중요하지 않다. 이미 시작되었고 이젠 지속적이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그녀는 우주의 어느 좌표가 있는 '실수'의 별이었고 그는 좌표로 나타낼 수 없는 '허수'였다. 그런 그가 그녀를 쫓는 건 '실수'이고 싶어서 그랬던 것일까? 우주 어느 좌표 중에서 자신을 기록하고 자리하고 싶어서 일까? 그녀를 쫓는 그로 인해 많은 것들이 꼬여버린 것처럼 실수와 허수가 만나면 삶은 복잡해진다. 하지만, 방향을 알 수 없는 다른 삶이 새롭게 펼쳐질 수도 있다.
그녀의 현실적 직감과 봄을 닮은 반짝거리는 이성의 따뜻함은 그의 환경에서는 결코 찾을 수 없는 신비한 것들이었다. 허수는 자신의 입장에서 결핍이라 여겨지는 젊음의 향기와 차분하면서도 반짝이고 싱그러운 그녀의 존재함을 쫓기 시작한다. 그녀가 그에게 말했다. 자신은 우주에서 별의 좌표를 가지고 있으니 그에게도 광활한 우주의 별들 중에서 자신의 좌표를 찾아가라고... 하지만 그는 자신이 허수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찾을 수 없고 알 수 없는 그녀의 자리(좌표) 만을 쫓으며 자신의 자리는 그것으로 빛난다고 말한다. 생각은 점점 더 깊이 스스로 헤어 나올 수도 없고 돌아올 수 없는 그곳에서 깊어만 간다. 그는 그녀의 우주 속의 좌표가 '허수'인 자신의 나타낼 수 없는 좌표와 과연 어떤 기준으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우주 먼지와 같이 그의 자리는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지만, 책임지지 못하는 그와 같은 별들의 미세한 움직임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주는 일정한 규칙으로 유지되어야만 하는 거처럼 정해진 좌표에 위치한 그녀를 향한 그의 집착 또한 이젠 멈춤이 필요할 때이다.
허수의 사랑은 쉽고 빠르며 무모했다. 그리고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감정 없고 차디 찬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의 집착과 그것보다 한 발 앞서있는 그녀의 단절이 부딪혔다면 섞이지 못하는 금속과 생물 사이에서 벌어질 일처럼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의 카오스를 겪게 될 것이다.
마침내 그들은 한쪽(같은) 방향으로만 바라보며 처음의 각기 다른 설렘에서 그녀는 차단의 도피와 단절에서 무기력해졌고 그는 끊임없이 쫓고 갈구하는 시간 속에서 나태해졌다. 이제는 함께 할 수 없는 실수와 허수에서의 각자의 자리를 아주 복잡하게 만드는 복소수로 함께 함을 그는 과연 받아들이고 있는 걸까? 허수는 복소수지만 실수와는 다르다는 것을... 복소수는 좌표를 가지고 있는 실수와 좌표가 없었던 허수를 같은 공간 안에 함께 두기 위한 우주의 배려가 아니었을까?
우리는 사랑과 성이 아닌 무한의 구름 속에 숨겨진 또 다른 '공'과 '무한'의 모습을 보아야 한다.우주의 배려로 각자의 자리를 찾아간 것처럼 보이지만 그곳에서의 자리 찾기 역시도 우리 삶처럼 복잡다단하다. 삶은 우주에 포함된 복소수처럼 드러나고 보이는 것은 지금 여기서 일어나지만, 보이지 않고 숨겨진 것들에 대해서는 또 다른 모습으로 가장 먼 우주 어느 곳을 돌아와서 지금 여기서 다시 시작되곤 한다.
복소수는 우리의 삶처럼 복잡다단하다. 우리 삶의 부분집합인 '사랑'과도 같이 복잡다단하다. 이 다단한 삶의 본질은 과연 무엇일까? '0'에서 시작되어 '무한'으로 '무한'에서 시작되어 다시'0'으로 온 삶은, 바로 이곳이 가장 멀리 돌아온 그곳이며, 이곳으로부터 가장 먼 곳이 지금 여기라고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