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공간을 초월한 가치'의 책들 2

과거의 바람이 불어와 현재 얼굴을 만지며 속삭인다

by 무 한소


[기억의 풍선]

_제시 올리베로스(글) 다나 울프카테(그림)


수애는 기억은 상처와 아픔으로 얼룩져 처절한 진실이든 아름답게 포장되어 있든, 과거라는 특수 공간과 시간 안에 존재한다고 떠올렸다.


수애에게 기억은 결국 아름다움으로 귀결된다. 그녀에게 기억은 현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의 근원이기도 했다. 그녀는 눌러왔던 감정을 터트릴 수 있는 시작을 기억의 근원으로 되돌아갔다. 마치 습관처럼. 그녀는 매일 자신이 발버둥 치며 도망친 그곳으로 되돌아가는 연습을 한다. 수애가 삶을 살아가는 모습에는 유한한 삶을 보여주는 항상성이 있다. 물론 경계에 있긴 하나 수애는 자신이 선택하기 이전 인간에게 주어진 유한의 삶을 멀찌감치 떨어져 바라보곤 했다. 또, 죽음과 같은 상황이나 고통에서도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떠올리며 니체의 정신을 이은 무한한 삶을 보여주는 역동성을 믿고 있다. 그래서 물리적 죽음 이후 단절이 아닌, 정신적 가치나 세대를 거듭하며 내려온 정신을 찾으려 애써왔다.


책을 읽고 그녀들은 서로의 생각에 다시 집중했다. "우리는 각자 풍선의 개수나 색감 모양에 집중하지 않아도 된다." 그건 단지 다채로운 그녀들의 삶을 보여준다. 기억의 풍선을 하나씩 놓치든 놓아주든 그게 바로 그들 자신의 삶이 아닐까 한다. 망각되곤 하는 기억이지만 소중한 지금 이 시간, 수애는 자신의 시간에 집중하려 했다.


[내가 개였을 때]

_루이즈 봉바르디에(글) 카티모레(그림)


일반적 시선에 누군가는 덮고 그래서 그녀에게는 가려지고 때로는 그 시선에 가려진 사각지대가 드러나기도 한다. 가끔은 수애의 '멍'한 시선에서도 예리함을 찾는다. 보려는 것만 바라보는 불편한 우리의 시선. 수애가 요즘 집중하는 시선의 한계와 불편한 시선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갖게 한 책이다.


[내가 개였을 때]의 시선은 인물들을 통해 아픔을 전하고 비례해서 밀려오는 답답함은 독자에게 향했다.

책임에 대하여. 수애의 의지나 선택에 대한 책임, 그것과는 무관하게 탄생과 더불어 자리가 만들어준 책임은 다른 모습이다.


주변의 장애인과 가족들은 그들을 향한 시선, 경제력, 사회적 관심 이상으로 고충을 겪고 있다. 수애는 되묻는다. '나와 사회는 과연 관심과 제도적인 입장에서 어떤 실천을 하고 있는가?' 토토나 자크, 엄마 모두에게 관심은 필요하다. 어쩌면 모두가 보호받아야 할 입장에 있는지도. 그들 모두 나약하고 보살핌이 필요하다. 도서관으로 가는 길 수애는 주문처럼 중얼거린다. 그렇게라도 에너지가 모두에게 닿기를 진심으로 기대했다. 수애는 다시 도서관 앞에서 멈춰 서서 잠시 하늘을 올려보며 길고 큰 미소를 지었다. 다시 한번 기원을 맘속으로 읊었다.


수애는 최소한 책을 읽고 읽어주며 나누고,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는 지금의 '관심'은 비록 미세하지만 그것으로 세상이 변하리라는 믿음이 있다. 작은 변화의 길을 함께 걷고 있는 모두를 응원하며 무거운 한 발을 뗀다.


[얼굴 빨개지는 아이]

_장 자끄 상빼 / 열린 책들


장 자끄 상빼의 재치가 엿보였다. 수애는 자신이 얼굴 빨개지는 까이유의 결핍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재채기를 하는 르네의 결핍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책이 건드린 감정선을 겨우 붙잡고 있었다.


마르슬랭 까이유와 르네를 통해 깊은 내면의 자신과 만날 수 있었다. 수애는 결핍이 많은 자신을 그렸다.

시시 때때로 얼굴이 빨개지는 아이가 있다. 그 아이가 수애일까. 부딪히는 장애물이 많을수록 그녀는 자신을 더 단단히 채우려는 작업을 하곤 했다. "첫째 심호흡을 하며 입 속으로 공기를 가득 집어넣었다. 다음으로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숨을 참으며 말은 가급적 또박또박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쓴다. 세 번째로 절제된 동작과 눈 깜박임, 미소를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까지. 아, 마지막으로 심장 뛰는 것을 느끼며 맥박까지 체크한다. 그렇게 철벽을 치고 방어를 하는데도 어느새 얼굴이 빨갛게 되어버렸다." 지난 시간에서 수애는 수많은 경험 속의 그대로의 자신과 만난다. 어릴 적 경험에서 약점은 나만 다르다가 아니라 누구나 그럴 수도 있어라는 자연스러움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아마도 그건, 성장하며 크고 작은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환경, 거리, 종교, 정치 등 수많은 이유로 우리는 더 이상 자연스럽지도 가까워질 수도 없는 이유를 찾곤 한다. 하지만 마르슬랭과 르네는 다시 만났고 수애의 세상과는 다르게 서로에게 조건과 이유를 찾지 않았다. 어떤 것을 하지 않고도 그들은 그냥 같은 방향으로 앉아 있어도 되었다. 다른 곳을 바라봐도 상관없었다. 도서관에서 시끌시끌 모인 그들이 그랬다.


수애는 더 이상 힘주지 않았고 유연했다. 경험을 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느끼고 통과하며 기억하는 사람이 되어간다고. 그건 자연스러움이 강함과 닿는 곳에서 알게 된 편안함이 주는 행복이었다. 이제 그녀는 얼굴이 빨개지는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누구나 그럴 수 있다는 것을. 또한 멀리서 재채기를 하는 현실의 르네에게도 편안히 다가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