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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 한소 Aug 10. 2024

절대적이고 상대적인 진리

피보나치수열의 황금비

숨어 있는 규칙을 꺼내 두 사람에게 수애가 전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늦은 밤 어울리지 않은 웅장한 음악, 그리고 묘하게 위로받는 두 사람, 수애는 곡에 숨어 있는 규칙을 알고 있기에 다소 무겁게 느껴지는 곡이 윤이에게 크게 닿으리라 믿고 있었다. 수애의 기대처럼 윤이와 우영의 응어리졌던 마음이 조금씩 풀렸다. 이후 그들은 리듬을 타며 흐르는 곡에 점점 더 집중했고 이내 빠져들었다.

->지난 화에 이어서


수애가 아이들과 함께 했던 , 밤과 어울리지 않은 베토벤 교향곡을 틀었던 그 시간 리듬을 타며 흐르는 그 곡에서는 음이 내는 규칙이 공기 중으로 퍼지고 있었다. 공기에서 퍼지는 리듬은 곧 확장되어 퍼졌고 울림으로 남아있었다. 피보나치수열의 규칙은 자연과 우리 삶 곳곳에 스며있다. 어쩌면 생활 곳곳에 노출되어 있는 익숙한 수학의 규칙일지도 모른다.


어젯밤  문득, 몇 개월 전 윤이 우영과 나눴던 피보나치수열을 수학 토론에 퐁당 친구들과 나눠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애에게 한 번 몰아친 생각은 수애를 자료 준비와 정리로 꼼짝 못 하게 했다. 캄캄한 밤 보이지 않았던 태양이 움직임을 시작했다고 느끼시간이 되어서야 겨우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오전에 계획되어 있던 토론에 참여, 출석하기 위해 이내 일어나서 간단한 준비를 마치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수애의 걸음걸음에 자연이 함께했다. 얼마 전까지 어리기만 했던 소한 나무가 무성해져서 거리를 가득 채웠다.  풍성하게 채워진 가로수는 수애 시선에 머물렀고 한꺼번에 들어왔다. 수애는 아름다움을 가볍게 여겨야 하는 걸까. 아니면, 아름다움의 근원을 살피고 그것의 시작 부분이 보이면 파헤치고 나눠야 하는 걸까. 고민이 많아졌다. 요즘 들어 공기에 스민 과한 습도의 영향인지, 그것에서 벗어나고 쾌적한 세상을 꿈꾸며 바깥세상과의 경계를 단절한 무분별하게 틀어놓은 에어컨의 책임인지 만성적 두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녀가 도서관으로 향한 오늘 아침 그 무거움까지 안고서 겨우 걸음을 떼고 있었다. 그럼에도 아이들과 나눌 이야기와 토론이 설렘을 만들어냈다. 오늘도 여전히 경계에서 뚫어지게 다소 몽환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수애 앞에 도서관 입구가 불쑥 들어왔다.


열려있는 교양교실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보니 아직 도착한 아이들이 몇 안된다. 수애는 설렘을 살짝 누르며 먼저 도착한 친구들과 인사를 나눴다. 과거 기억에서 울림으로 와닿았던 어제의 잔여 감정을 정리하며 아이들과 기원전 500년경 그리스의 수학자며 철학자인 피타고라스의 일화를 소개하고 나누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시작해서 몇 개월 전 두 친구가 위로받았던 한 밤의 웅장한 운명 교향곡의 감동을 함께 풀어보고자 했다.


대장장이가 들려줬던 망치질에서 들렸소리부터 피보나치수열까지 연계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먼저 도착한 우영은 수애와 눈이 마주치자 의미 있는 미소를 지었다. 수애 이야기를 들으며 곧이어 아이들이 한 명씩 자기 좌표를 찾아 자리 주변에 걸터앉거나 자유롭게 다. 모두 다 모이자 수애의 이야기도 시작되었다. "오늘은 앞에 써 둔 것처럼 황금 비에 대해 나누려고 해. 먼저 황금 비가 세상을 가득 덮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으리라." 아이들은 낚시할 때처럼 아무거나 걸리는 것이 답이라는 듯 곳곳에서 말소리가 터졌고 공기 중에 울려 퍼졌고 이내 소멸되었다. "A4용지의 가로 세로요", "나선형으로 된 소라요", "파르테논 신전", "피라미드", "모나리자", "다비드상", "신용카드"... 친구들의 황금비율의 실례는 규칙 없이, 정신없이 쏟아졌다. 절대적이며 상대적인 진리가 아닐까 하고 수애는 상상의 나래를 펴는 친구들을 향해 의미 심장한 말을 무심히 던졌다. 이후 수애는 친구들 눈을 응시하며 천천히 이야기를 꺼냈다. 물론 피타고라스 일화를 이미 알고 있거나 수학 교과서를 포함한 여러 책에서 벌써 읽었을지도 모르겠으나 다시 한번 친구들과 나누려고 먼저 ㅅ말을 이었다. "세상을 수학으로 이해했'피타고라스'가 어느 날 문득 대장간을 지나가다 멈춰 섰단다. 지금까지 소음으로만 여겼대장간에서 들렸던 망치질 소리에서 새로운 소리, 리듬을 발견했기 때문이었지. 그 소리는 각기 다른 음을 내면서도 모두 조화롭게 어우러졌단다. 소리의 앙상블과 균형에 대해 궁금했던 피타고라스는 호기로움을 의욕으로 가리고서 조심스럽게 대장간에 들어갔지. 이후 그 규칙에 비밀이 있다고 믿었던 그 망치를 테스트해 보기 시작했어. 신기하게도 망치는 그 크기에 따라 소리의 높낮이가 달랐으소리의 굵기까지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피타고라스는 무게의 비율이 2:1인 망치를 함께 두드린다두 망치는 소리의 높이만 다를 같은 , 즉 한 옥타브 차이의 같은 소리로 들린다는 것을 발견했단다. 이후 피타고라스는 호기로움에 재능이 더해지며 자신이 직접 하프를 연주하며 음악 소리를 분석하기 시작했단다. 하프 소리가 가장 조화로운 순간은 하프 현의 길이와 현에 미치는 힘이 가장 간단한 정수비의 관계로 나타낼 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마지막으로 음악의 시작은 수학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조심스럽게 정리해 볼 수 있어. 오늘날 우리가 음정이라고 부르는 것의 시작5도 음률인 피타고라스의 음률이라고 할 수 있어. 음향학은 그렇게 출발하게 되었어. 피타고라스 음률은 평균율로 발전했고, 오늘날은 음정과 다음 음정 사이의 비율이 약 1.06으로 일정해졌지. 그리하여 평균비율은 피아노에 사용되며 차차 다른 악기로 확장했고, 다른 조로 바꿔가며 균일하고 같은 울림을 얻되었단다."


수애는 여기까지 이야기를 마무리하려고 했다. 피보나치수열과 자연에 대해 대응 관계를 살피고자  말을 이어나가고 있을 때, 자신의 좌표 주변에 서서 시선은 천장을 향하고 있으며 손가락으로는 반복적으로 펜을 돌리고 있던 영성이가 수애를 향해서 도전적으로 손을 번쩍 들었다.


"피아노가 아름다운 악기로 불리는 또 다른 이유는 피보나치수열에 따라 건반이 만들어졌기 때문인데요. 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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