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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 한소 Dec 07. 2024

양심이 뭔가요

양심과 책임


[차가운 위로_수학 토론에 빠지다]


지금 영성과 윤이 한결 등 친구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는 건 이 자리에서 아이들을 변함없는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고 안정을 느끼게 해주는 보호벽이 아닐까 하는 결론으로 닿았다. 갑자기 찾아온, 때 이른 12월 추위가 심장 깊숙한 곳까지 떨림을 안겨주었다. 무심한 감정이 건드려졌을까. 동아리 친구들을 생각하며 긴장된 추위를 견뎌내야 했고 이내 근육통이 느껴지듯 어깨와 가슴까지 뻐근해졌다.


수애는 떨림과 설렘으로 도서관 교양교실의 문을 활짝 열었다. 친구들이 언제 다시와도 보호벽이 될 수 있는 편안한 곳, 들러갈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이 될 수 있기를 바랐다.

->이어서


밤사이 내전이나 내면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은 듯 깊은 통증이 몸 전체로 퍼졌다. 밤은 깊었고 이후 6시간 동안 나에게 나라 전체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 걸까. 그 일은 존재하거나 존재해서는 안  될 것이었다. 수애에게는 책에서 읽었던 내전, 전쟁 중의 폭격처럼 한밤에 터졌거나 벌어졌다는 표현처럼 현실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녀는 우리의 아픈 역사를 통해서 과거 회자되는 삶을 소름 끼치게 부정하고 분노하고 있다. 앞으로는 절대로!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그 일이 다행인지 멈췄다. 강한 두드림 뒤 일 처리에 있어서두서없이, 아무 일 없다는  불편하게 일어났고 책임이라는 건 그림자의 형체도 없이 어디론가 소멸되어 버렸다. 사건으로만 존재했다. 바닥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수애의 분노와 아픔은 거세졌고 통증을 더했다. 지금의 나라 전체를 이루는 한 땀 한 땀의 아픔과 고통에서 과연 그 누가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우린 왜 아픔과 통증시간을 딛고도 다시 반복된  실수를 하는 걸까.


수애의 긴 고뇌는 다시 나라의 한 국민으로 아픔을 옮기고 대신하고 있다. 윤이나 영성, 한결 등 친구들에게 삶이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기에는 너무나 큰 고통이 따른다. 수애는 자신도 믿지 못하는 국가, 그녀와 아이들을 지켜 줄 바운더리로 신뢰하지 못하는 국가에 대해 아이들에게 뭐라고 전할 수 있을까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지금 당장 거짓으로 덧씌워져 진실과 책임에서 너무나 멀어진 국가에 대해 수애는 이제 뭘 기대할 수 있을까. 국가가 수애나 친구들에게 힘이 될 수 있을까. 수애와 같은 어른들이 국가에, 국가가 수애에게, 나라가 미래를 끌고 갈 아이들에게. 그럼에도 책임을 전가하고 넘기려 하는가. 수애는 자신에게 기대고 있고, 토론 동아리에 따뜻한 위로를 받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떠오르자 눌러왔던 통증이 느껴졌고 점점 더 아팠다.


수애의 일상에서 두려움이 그녀 주변을 집어삼켰고 어둠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 밤 이유나 명분 없이 상처 깊은 분노와 아픔의 기억을 다시 소환했으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현실 감각 없이 표를 한 그 진심과 근원은 무엇이었을까. 수애의 분노는 사라지지 않았다. 수애는 응어리져 뭉친 가슴을 움켜쥐며 힘들어했다. 뭘까. 뭘까. 도대체! 메아리는 소리 없이 울림으로만 돌아왔다. 수애는 소통을 하는 대부분의 친구들에게 미안했친구들의 미래를 진심으로 걱정했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수애였으나 도서관을 찾아가 자리를 지켜야 했다. 방황하고 힘들어하는 친구들의 자리를 지켜주고 싶었다. 따뜻하고 포근한 이불이 되어주려 준비하고 있어야 했다. 수애의 어린 날 그녀 스스로 이부자리를 찾아서 그것을 펴고 따뜻하게 데워야 했다. 따뜻한 마음, 사랑으로 잘 데운  그곳을 다시 내주어야 했다. 상흔과 아픔 후 남은, 그녀가 지켜야 할 동생을 위해서, 엄마마저 잃지 않으려고... 수애는 도서관에서 수학 토론으로 머리를 모아 의논하고 나누는 친구들이 그 과정에서 많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털어버리길 기대했다. 그들 모두 가벼워지길 바랐다. 가벼워진 빈 공간을 사랑으로 채워 넣기를 희망했다. 털고 더 의미 있고 안정된 꽃씨 가운데 귀한 씨가 새롭게 자리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그녀는 아이들을 위한 고향 같은 따뜻한 최소한의 마음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따끈하게 데우겠다 다짐했다.


뻑뻑한 눈과 뻣뻣한 몸을 뒤로 한 채 통증을 지우려 다시 한번 큰 호흡 뒤에 기지개를 켜고 걸었다. 친구들을 기다리는 내내 수애는 자신의 속내를 돌아보았다. 진심이 무엇일까. 분명 1+1=2가 수학에서의 공리이나 수 이외의 세상에서 그녀는 1+1=1이 되기도 하며 1+1=3인 것도 경험했다. 친구들이 찾은 1+1=1, 1+1=2, 1+1=3 등의 값처럼 물질이나 관계의 실례를 존중해 왔다. 


수애의 일상은 뜬눈으로 며칠이 지날지 모른다. 여전히 두근거리는 심장과 묵직한 마음, 머리, 불편한 호흡과 뻣뻣한 팔다리로 얼마나 더 긴 시간을 지나야 할지. 사람이 어떤 일을 할 때는 깊게 생각하고 실천으로 옮기거나 선 행동 후 자신을 돌아보며 사유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과연, 수애를 아프고 두려움으로 에워싸고 잡고 놓지 못한 그 깊은 밤 설득이나 이해가 전혀 안 되는 그 사연, 또 앞으로 벌어질 예상할 수 없고 예기치 못한 일들은 수애가 국가를 믿지 못하게 했고 신뢰가 무너진 사연이 되었다.


어쩌면 그 책임으로 그녀는 아이들에게 방어벽이 되려고 마음먹었는지 모른다. 보호벽이 되어 줄 자격을 논하기 전에 품으려고 한다. 아이들에게 더 이상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를 혼란이나 어둠의 거리를 걷게 할 수는 없다. 그 아이들이 목표를 위해 안정된 걸음으로 과정을 걸을 수 없는 것도 마치 자신의 탓인 것처럼. 그 밤 명분과 이유 없이 다수를 향한 폭력적인 선포어른이라는 동등의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수애는 죄책감에 괴로웠다. 친구들을 기다면서도 양가감정이 공존했다. 무엇보다 두려웠던 건 친구들에게 방어벽, 보호벽이 되겠다고 마음먹은 자신의 양심이었다. 그녀 마음에서 가장 큰 것, 양심. 국가를 대신한 어른들의 책임을 뭐라 사과해야 할까. 또한 양심을 가장 큰 마음으로 책임을 대신한 실천 행동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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