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위로_수학 토론에 빠지다]
어쩌면 그 책임으로 그녀는 아이들에게 방어벽이 되려고 마음먹었는지 모른다. 보호벽이 되어 줄 자격을 논하기 전에 품으려고 했다. 아이들에게 더 이상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를 혼란이나 어둠의 거리를 걷게 할 수는 없다. 그 아이들이 목표를 위해 안정된 걸음으로 과정을 걸을 수 없는 것도 마치 자신의 탓인 것처럼. 그 밤 명분과 이유 없이 다수를 향한 폭력적인 선포로 어른이라는 동등의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수애는 죄책감에 괴로워했다. 친구들을 기다면서도 양가감정이 공존했다. 무엇보다 두려웠던 건 친구들에게 방어벽, 보호벽이 되겠다고 마음먹은 자신의 양심이었다. 그녀 마음에서 가장 큰 것, 양심. 국가를 대신한 어른들의 책임을 뭐라 사과해야 할까. 또한 양심을 가장 큰 마음으로 책임을 대신한 실천 행동을 다짐했다.
->이어서
인지 능력은 인지 혁명으로 이어졌다. 곧 하라리가 꼭 집어 말한 '인지'에 집중해 본다.
수애는 '인지하다.'라는 단어에 집중했다. 다시 한걸음 떨어져 형용사인 단어를 살펴본다. 어떤 일이나 상황, 흐름을 인지한다는 것. 수애에게 닿은 그 단어는 두렵고 무서울 만큼 크고 강했다. 본능, 이성과는 별개로 뇌는 도덕적 윤리적 상황에서도 그녀를 수시로 당혹하게 했다. 사피엔스종에 속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상상력을 다음 환경을 위해, 새로운 연대를 위한 유연함에 쓰지 못하고 창의적 사고라 착각하고 번쩍하는 대로 질러 버린다는 것, 그것을 인지능력이라 할 수 있을까. 실천과 대응되는 인지 능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수애는 자신을 괴롭히는 것도 뇌가 할 수 있는 선택적 책임이며 뱉어내고 저지른 후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것도 뇌가 저지른 책임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불편했고 자신의 책임을 스스로 마무리하고 싶었다.
"그래, 나도 해야 하는데. 나도 그 일, 그 대열에 합류해야 할 거 같아. 이 나라의 국민이라면."
수애는 자신의 자리에서 아이들과 만날 때도 시험이라는 자신을 잡고 있는 시간과 같은 환경의 제약에서도 한 걸음 나와 그곳과 거리를 두고 있을 때는 온통 하지 못한 거리만이 보인다. 꽁무니를 쫓아 그곳에 있더라도 그 대열에 속해 있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다, 수애의 마음에서 주변은 조금씩 참여 한 자와 안 한 자로 나뉘었다. 그녀의 뇌가 그렇게 인식해 버렸다. 이후부터 뇌는 그녀를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자, 실천하지 못한 자. 스스로 참여하지 못한 자신을 국민의 책임과 도리를 다하지 못한 자로 몰았으며 다그쳤다.
시험 대비로 바쁜 시간, 학생들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눈빛에서 수애는 그 속에 보이지 않는 공격성이 감춰져 있다고 생각했다. 마치 그녀를 향해 질문하고 질책하 듯 느껴졌지만 바쁜 일정의 파도를 타고 그냥 뛰어넘었다.
사실, 이후 괜찮아진 줄 알았다. 적당히 타협하고 시간이 지나면 뇌가 포기하고 합리화하며 설득될 줄로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더 선명해졌다. 불편한 감정은 해소되거나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결코 털어버릴 수 없었던 걸까. 시간이 지나면서 더 깊어졌다. 악몽에 시달리듯 그녀의 꿈속에서도 스스로 다그치고 있었다.
뇌가 하는 일은 그녀를 절망으로 몰아넣었다. 어떤 일은 가볍게 실천한 후 더 불편해지기도 했고 생각만으로 의무감에 시달리며 자신을 궁지로 모는 도덕적 자각은 뇌가 갖는 책임이며 자발적 활동이다. 해야 하는데 할 수 없거나 하지 못한 일. 그와 같은 일들이 모여 시간이 지나며 그 안에 노출된 뇌가 더 고통스럽게 인지하게 되었다.
수애는 그녀가 겪어낸 결국, 실천으로 옮겨야 하는 복잡한 삶을 토론 동아리의 친구들도 겪어내고 견디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끔 몇 안 되는 친구들이 찾아올 때, 어느 날 제일 어린 규선이 혼자서 동아리를 방문했을 때도 수애는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렇게 영성이 천천히 회복되기를, 방황하며 힘들어했던 윤이가 결국 동아리를 다시 찾기를, 아빠와의 관계 회복에 나선 한결이 새로운 에너지를 가지고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가슴을 펴고 크게 심호흡하며 동아리 문을 활짝 열었다.
며칠간 그녀는 내면과의 싸움에서 많이 힘들었다. 그런데 그건 친구들도 함께 겪고 지나는 과정에 있었다. 수애는 친구들과 자신이 결국 평행선 위에 서로 마주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앞을 보고 주변을 살피지만 일정한 거리는 유지했다. 서로를 지켜줄 딱 그만큼의 거리를.
그녀가 도착해서 동아리 문을 활짝 열자 친구들이 한 명, 한 명 모이기 시작했다. 수애가 걱정했던 세상도 마침내 조금씩 달라졌다. 그녀는 자신이 고민하고 걱정했던 세상을 수의 세상으로 옮겨 친구들과 나눌 생각이다. 과연 친구들이 지나온 세상과 닮았는지 확인하며 그녀의 고민을 친구들에게 소리 내어 전했다.
나의 좌표와 대응을 이루는
수없이 많은 순서쌍이
소리 내어 아우성친다
전국 곳곳에서 출발한
점들의 평행이동으로
일이라 운운하며
지금의 자리를 지키고 있음이
비겁하게 느껴졌다
변명으로, 합리화로
끝으로 닿은 감정은 본성일까, 진심일까
광장에서 다채로운 빛으로
함께 소리 내어 주신 용기의 그 모습이
아름다움으로 느껴졌다
광장은 연결이며 시작이었다
새로움의 전환이며
신뢰로 쌓인 화합의 공간이었다
그래서,
다그치기 시작했다
뭘 하고 있느냐고.
행렬의 선두에 서 있어야
나라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거냐고,
함께하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대신해
자책이 꿈틀댄다
행렬의 끄트머리 대열에서
열정과 사랑의 마음을 옮겨왔다
떳떳하게 노래한다
이제 진심으로 다가간다
내가 속한 사피엔스를 향해
수애는 요 며칠 자신이 속한 사피엔스를 이해하려
더 절실히 애쓰는 시간을 가졌다. 사피엔스종 가운데 인간은 상상 속에 존재하는 것들을
믿을 수 있는 독특한 능력자이다. 상상력으로
인간은 협동 협력할 수 있는 동물이다. 인간은
훈련된 험담과 그 유연함으로 협력이 가능했다.
'농업 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다.'
수렵과 채집에 비해 안정감 있고 편안함에서 시작된 기대의 마음은 인류를 더 큰 위협에 빠뜨렸다. 현실에서 실제 하지 않은 돈, 제국, 종교를 존재하는 것으로 세우며 새로운 가상의 국가가 창조되었다. 그 가상의 것들은 충돌과 분열의 근원이며 되기도 하며 동시에 인류를 화합하게 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과학혁명은 무지, 모른다는 발견
'인정하기'에서부터 시작한다. 수애는 다시 사피엔스 그중에서 인간을 신중히 들여다보았다. 과학혁명은 '무지의 혁명'이었다
그녀는 유발 하라리의 질문을 옮겨와 다시 인류에게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
다시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친구들에게 부드러운 소리로 전해본다. 사피엔스의 세상을.
지금의 혼란한 틈에서도
전환과 다시 딛고 일어 설,
성장의 틈은 존재하리라
구렁텅이에서 허우적대며
그 틈을 살짝 열어본다
인류의 거대한 조직
사피엔스종 속으로 힘겹게 들어간다
천국과 지옥의 경계에서
아우성치는 세상을 향해
믿음으로 섰다
덧
부족한 연재를 마무리 마무리 합니다.
브런치 작가님들,
2024년이 무거운 마음으로 마무리되어갑니다. 아주 작은 희망이 남아 있을까요. 오늘 투표로 새로움을 기대하며 걱정보다 덜 무거운 연말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복잡하고 힘든 시기이나 작가님들께서는
모두 건강하고 평안한 12월 보내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