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무슨 수를 쓴 거니?_프롤로그

꼬인 위치_관계

by 무 한소

휴대용 구호용품을 본 적 있나요?


여러분은 지하철을 타려고 기다리다 그곳에 상시 비치되어 있는 휴대용 구호용품을 본 적 있나요?


우리와 눈을 마주하든 아니든 항상 그 자리를 꿋꿋하게 지키고 있는... 그것의 존재는 나에게 잊혀 있었다. 그것은 항상 존재 자체로만 묵묵하고 미세한 끌림으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런데 오가며 눈길 한 번 준 적이 없다.


'눈'의 기능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본다. 눈에서 좀 더 시각화된 '시야'의 한계일까? 아니, 관심이었다. 관심은 마음에 끌려 주의를 기울인다 또는 마음의 바탕을 바르게 살펴본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마음에 끌려 주의를 기울인 적이 언제였던가? 그 무엇에 대해 마음에 끌려 주의를 기울인 적이 있었는가? 어릴 적에는 자연에 관심이 많은 아이였다. 그때는 자연에 온통 마음이 끌려 주의를 기울였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 마음이 지금까지 이어졌는지 관심에서 무생물은 벗어나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인위적이긴 하나 존재하면서부터 부딪혔던 일상의 모든 것이 자연의 일부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순수한 자연, 있는 그대로의 자연만큼 주의를 끄는 것도 그것을 수로 연계해서 생각할만한 욕구도 없었다.




《수학의 언어》를 쓰기로 하면서 주변에서 함께하는 자연의 범위를 확장시켰다. 지하철에 마련된 상비 구호용품과 같이 나와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는 현실의 직선 위의 여러 점과 마주하기 위해 나아가려고 한다. 관계를 단절하거나 무관심으로 차단하지 않고 마주하며 나서려고 한다. 관계 맺기의 해법은 수학의 언어로 전한 책의 '수'이기도 하고 방법과 수단이기도 하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살펴보면 그 관계 맺기 또한 관심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관계가 없었다면 우린 모두 서로에게 잊힌 존재가 된다. 휴대용 구급 구호용품들과 나의 관계는 지금 내가 지키고 있는 '먼발치'의 적당한 거리가 아니라 관심에 따라서는 좀 더 가까워질 수도 있었다. 그것은 가장 적당한 거리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늘 위장하고 있었다. 평행한 직선처럼 보이지만 마주하며 걸어가지도 않았고 저 멀리서 보이지 않는 듯 보이는 각자의 길만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는 서로 다른 직선의 관계였다. 살펴보니 그것과 나와의 관계는 꼬인 위치에 있었기에 서로의 관계를 알아차릴 수 없었는지도. 아니, 서로의 존재조차도 알 수 없었다. 어쩌면 그것과의 적당한 거리를 이루는 기준점을 시작으로 반대방향으로 향하는 반직선을 따라 마치 돌진하듯 움직였는지도 모르겠다.


《수학의 언어》 에서의 수는 이중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중적 의미의 '수'를 수학의 말로 기술한다. 다중적 의미를 지닌 수의 범위를 조금 좁혀서 수학의 언어로 풀어 보고자 한다.


하나. 수 차체로 삶의 자유로움과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 둘. 관계에서의 방법, 방향, 수단... 등 현재의 균형이 보이고 조화를 찾아간다. 삶은 내가 온전히 그 시간을 살아 낸다고 해서 나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힘든 삶을 아파하며 그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체념한다고 해도 우리 삶의 시간은 야속할 만큼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흐른다.


책을 읽으면서 당신은 현실과 이상에서의 단절이 아닌, 삶에서의 방법 수단을 '수'가 주는 의미를 연계하여 알 수 있다. 묶여있는 단단한 매듭을 스스로 풀기 시작한다. 다시 삶에서의 다양한 관계를 찾는다. 앞서 얘기한 지하철이 지나는 지하 어느 한쪽에 위치해 있는 긴급 구호용품과 나의 관계처럼 삶은 우리를 수많은 관계에 위치하게 한다.


그 관계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삶에 뛰어들어 중심에 서 있기도 하며 꼬인 위치가 되어 존재조차도 모르고 살아가기도 한다. 결국 관계에 있어서 만나거나 평행한 위치, 꼬인 위치에서의 직선(관계)의 선택은 바로 내가 하는 것이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지금부터 펼쳐질 일상의 삶과 변화를 수의 세계로 가져가서 순서쌍에 잘 대응시켜 보라. 몇 장 넘기지 않은 페이지 어느 곳에서 스쳐 지나간 수학의 언어가 있다. 내가 서야 할 자리 그것들의 현재 위치가 그려진다. 삶의 방향까지도.


note

꼬인 위치:

공간에서 두 직선이 한 점에서 만나지도 않고 평행하지도 않은 관계이다. 평행하지 않기 때문에 한 평면 안에서 일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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