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에 밀려나는 순간
같은 거리, 비슷한 걸음.
같은 시간. 걸음을 통해 다시 내게 들려오는 소리는 나를 둘러싼 숨 막히는 공기와 심장을 자극하는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날의 분위기와 흐름이 겹쳐질 때, 나는 이미 그 안에서 나의 정체성을 걱정하고 있었다.
학원이라는 공간에서는 주체적이든 아니든 흐름을 따라야 했다. 그 흐름을 놓치면 현실이 만들어 둔 세계에서 조용히 밀려나기도 한다.
때론 그게 두려워 뇌를 비우고 조용히 쫓아가기도 한다. 현실 어느 자리보다 더 치열한 그곳에서 나는 매일 패배한다.
앓고 또 앓아 이젠 마음의 외벽을 세웠다. 그럼에도 자극받는 감각이 내 것이 아니기를 바랐다. 학원이라는 특수한 공간, 자리에서 너무 자연스러운 일들이, 어느 순간 가슴 아픈 고통으로 스며들었다.
나의 고집과 일관은 과연 나를 위한 것일까, 아니면 타자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 것일까. 최근 일들을 조용히 곱씹어본다.
학생 수와 성적 계단식조차 허용하지 않는, 수의 개념이 이토록 많이 쓰이던 곳이었나.
이곳에서는 반복적인 만남과 원치 않은 이별이
마치 정해진 규칙처럼 일어났다. 좁은 공간, 제한된 시간 속에서 나는 매번 꿈을 꾸듯 시작하고,
결국, 만남과 이별 앞에 서게 된다.
여러 걱정과 함께 인식하지 못한 사이 쌓인 정이라는 것을 뒤로한 채, 이제 나는 나누려던 마음을 잠시 접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