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님, 제가 다 해줄게요!_설렘(+)

자신만의 하루 온전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 드릴게요_설렘 선언

by 무 한소

오전부터 수업이 있어서 분주한 아침을 보내고 있었다. 수업 준비도 아침 식사도, 집안일도 어느 정도 끝내야 했고 수업에 필요한 프린트물도 정리해서 뽑아야 한다. 밀려있는 일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고 단계별로 해치우며 하나씩 끝냈다. 겨울 속에서 내리쬐는 아침햇살이 지나치게 따뜻하다는 위로에 잠시 시간을 내어 커피 한잔을 내리고 창가에 앉으려던 찰나 전화벨이 울린다. 벨소리가 뇌를 가볍게 마사지한 거처럼 곱게 긴 여운과 함께 내리쬐던 겨울 햇살에 대한 생각은 잠시 잊혔다.


Y는 수학, 과학을 좋아했고 호기심이 가득했으며 여러 가지로 마음이 가는 학생이었다. 우리말에 있는 '살갑다'라는 표현처럼 Y는 그런 학생이었다. 씩씩하고 자신감도 많고... 이제는 가끔 지나치게 자신감 있고 따뜻한 그녀에게 의지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난 그녀에게도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적당한 거리를 지키려 애써왔고 먼발치의 사랑을 주었다. 반면 그녀는 항상 내가 보여준 마음 이상으로 존경과 사랑을 한꺼번에 표현한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 그녀는 "선생님, 좋은 아침!"이라는 간단한 인사를 전달했다. 하지만 목소리에는 던진 인사만큼 힘이 실려 있지는 않았다. "선생님, 저 이번 금요일에 일산 못 가요. 그러니 금, 토요일 중에 선생님 못 만날 듯싶어 전화했어요." "목소리가 별로네... 아프니?" 했더니 "감동받게 선생님은 왜 그런 것도 바로바로 금방 알아차리고 그러죠?" 하는 거다. 감기 몸살 기운이 있다고 한다. 사서 공무원으로 일을 하는 그녀는 설 연휴로 토요일부터 화요일까지 쉬는데 몸이 아파서 금요일부터 긴 연휴를 혼자서 보내게 된 것이다. 약을 먹어야 하니까 속을 버리지 않으려면 밥을 먹고 약을 먹기를 권했는데 밥보다는 잠을 더 잘 거라고 한다.


그리고 끊기 전에 한 가지 제안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이번처럼 긴 연휴에 선생님 글을 읽어야겠어요. 그리고 맹랑하게 "읽고 고심 후에 비평 들어갑니다." 하는 것이다. "공동저서에서 선생님 글 먼저 읽으면 다른 작가님들 글을 읽으려면 흥미가 떨어지고 재미없을까 봐 선생님 글은 가장 나중에 보려고요. 그랬더니 진도가 안 나가네요." 하는 것이다. "연휴 목표로 공동저서에 실린 선생님 작품 다 읽고 브런치에 실린 선생님 글 중 일부도 확인해서 읽은 후에 서평도 비평도 좋고 창의력이 대단한 제자가 피드백 들어갑니다." 그녀는 늘 씩씩하고 용감하다. 여린 면모와 까탈스러움을 한꺼번에 가진 나를 때론 친구처럼 가끔 철이 먼저 든 동생과도 같이 챙겨주고 걱정해준다.

"선생님 근데요... 이번엔 나도 짧은 글 하나 보낼 테니 피드백 부탁해요. 저 웹 소설 형태로 짧게 짧게 글 쓰고 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이번엔 선생님의 피드백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우와 우린 그런 관계네요. 서로 피드백해주는 관계." 그러면서 시간에 쫓겨 일에 묻혀 지내는 나를 걱정해 준다. Y는 내면에 따뜻함이 많은 친구다. 스승을 걱정하며 자신의 목표 중 하나가 선생님을 편히 쉬게 하며,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시간적 여유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열심히 뛰고 있다고... 얼마나 감동적인가. 혹시라도 Y의 어머님께서 들었음 얼마나 서운하시겠는가? 잠시 기분 좋은 걱정을 하는 나에게 그녀는 너그러운 웃음으로 "나이 많은 엄마가 배려할 거고, 또 자리가 다르니 걱정하지 말라니까." 하면서 반말을 섞어서 애교를 부린다.


Y는 유튜브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튜브 콘텐츠를 보고 기업에서 강연 제의가 들어왔다고 2월에 계약을 하게 되었다며 좋아한다. 그녀가 하는 말이 "선생님께 행복의 시간을 선사할 방법이 로또 말고 또 있더라고요. 선생님 어쩜 선생님께서 글쓰기를 지금과는 다르게 행복하게 하고 누릴 시간이 훨씬 가깝게 다가오고 있는 줄도 몰라요." 하고 웃으면서 너스레를 떤다. 따뜻한 맘에 오늘은 시작하는 아침부터 설렌다.


요즘처럼 무기력한 시간이 오랫동안 지속되던 차 산뜻하고 향기로운 설렘의 시간을 선사해준 Y가 한없이 고맙다. 과연 그녀는 수학은 나에게 배운 제자이나 상대의 아픔을 배려할 줄 알고 사랑을 나눌 수 있는 행복한 한 사람이다. 니체가 말한 초인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아도 그녀는 벌써부터 초인의 길을 걷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삶의 길 위에서 Y와 나는 다른 방향 다른 목적지로 가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녀는 누구보다도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사랑하고 새로움을 위해서도 멈추지 않고 늘 도전한다. 그리고 나는 제자를 보고 책임으로 따뜻함으로 사랑으로 자극을 받고 있으며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주인의 삶을 살고 있으니 그녀는 이미 나의 스승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와 그녀에게 각자가 찾아갈 초인의 길을 인정하고 걷게 해 준 Y는 벌써 나의 스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