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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 한소 Feb 19. 2022

나의 포레스트

커피 한 잔 할래요

나에게 수분 공급 문제를 해결해 주는 건 평소에 음료로 즐기고 있는 커피와 오직 몇 가지 종류의 '차(tea)' 뿐이다. 그리고 수분 공급을 위해서 반드시 물을 섭취하고 있다. 몇 해 전까지는 다른 '(tea)'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서 깊이 공부도 하고 여러 종류의 차를 시음해 왔다. 차와 함께한 그 시간을 쭉 즐겨 왔다. 하지만, 지금은 커피가 유일한 에너지원이자 일상으로의 회복을 위한 에너지 동력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커피는 에너지 충전과 발산을 동시에 돕는다. 커피는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하는 매력적인 특성을 가졌다.


인스턴트커피에서 시작해서 핸드 드립을 오랫동안 고수해 오며 커피에 대한 애정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커피를 다양하게 즐기고자 여러 지역 곳곳의 유명하고 다양한 카페에서 그 맛을 경험했고 커피에 대한 애정으로 열공모드에 들어가서 필기, 실기 시험의 경험으로 바리스타와 커핑 자격증을 땄다. 다른 건 몰라도 커피만큼은 전문가가 되어 스스로에게 행복의 맛을 선물하고자 했던 것이다.




압력으로 뽑아내는 커피는 커피의 장단점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커피와 가까이하면서도 나만의 고집이 있었다. 커피를 향한 나의 사랑은 감정이며 자신의 마음일 뿐인데 그 사랑이 마치 정답이라도 있는 거처럼 다른 것들을 받아들이는 데는 기다림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그 고집으로 일반 커피 머신과 캡슐커피와의 만남은 꽤 오랜 시간 동안 이뤄지지 않았다. 몇 해전 주변에서 커피에 대한 애정이나 관심이 덜한 사람까지 일반 커피 머신과 캡슐 머신에 관심을 보일 때에도 나는 여전히 핸드 드립을 고수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네스프레소 머신과의 첫 만남은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핸드폰으로 비교하자면 보급폰과  같이 네스프레소 기기 중에 가장 보편적이고 저렴한 가격의 그 애를 만났다. 일반인에게 보급된 전자기기 머신이 특별한 주인을 만나서 좀 더 특별한 사랑을 받으면 자신의 능력치를 최대한 펼치며 특별한 빛을 발산하리라 믿고 있었다. 그 애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애정을 쏟았다. 맛있는 커피가 나오기까지의 가장 적정한 온도를 찾아주려고 노력했다. 질 좋은 커피 원두를 고르고 보관하는 노력, 습도나 위생까지도 신경을 썼다. 또한 자체 블렌딩도 해보며 나만의 맛을 찾아 나간다. 그때의 노력은 그 애를 더 이상 평범하지 않는 커피로 변하게 다.


캡슐 머신도 가장 저렴하고 보편화되어 있으며 많은 사람이 구입했을법한 네스프레소로 했으며 캡슐을 잘 고르려는 노력도 잊지 않았다. 물론 캡슐은 시행착오 시음을 해봐야 다음 맛의 선택에서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 (원두는 때로는 향으로도 구입하지만...) 두 기기 모두 첫 만남에서는 경험해본 분들의 인상적인 리뷰가  도움이 되었다. 경험의 과정 속에 캡슐 머신과의 시간이 점점 누적된다. 어느 시간, 짧은 시간 안에 최선의 맛으로 보답해 주는 건 캡슐이 절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시간을 보낸 후 이미 처음의 고집스러움이 많이 변해 있었다.




여러 날 누적된 경험의 시간 속에 드디어 나의 포레스트가 찾아왔다. '나의 포레스트'는 나에게로 온 나만의 포레스트로 변했고 그것으로 요즘 나를 돌아보고 찾아가는 중이다. 나만의 향을 발견했다.


나의 포레스트에는 고급지며 신선함이 과하지 않은 과일향의 푸르트와 고소한 향이 느끼하지 않은 담백함으로 새벽을 가끔 깨워주는 아몬드, 그리고 무엇보다 포레스트를 가장 직접적, 그 속에 들어가서 포레스트의 향을 몸소 겪게 하는 나만의 블랙이 있다. 그 세 가지를 취향껏 즐기다 보니 겨울 숲 속에서 한겨울을 잘 보내게 되었다. 함박눈이 쏟아지는 날에도 나만의 포레스트에서 한참을 머무르며 눈으로 덮인 깊고 따뜻한 그곳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긴 시간 동안 그곳에 머물렀다. 가끔 겨울철 건조함이 심신을 지치고 힘들게 할 때도 나의 포레스트는 휴식을 찾아준다. 깊은 그곳에서 피톤치드로 편안해지고 그 향은 나만을 위해 은은하고 무한히 퍼져 나온다.




오늘도 특별한 시간을 온전한 나만의 포레스트에서 가장 편안하게 머무르깨어났다. 마치 마법이 풀리듯. 그리고 하루가 지치고 힘든 당신에게 나의 마음을 이렇게 전해 본다. 


 '나의 포레스트에서 커피 한잔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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