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열렸다. 오래 잠겨 있던 문이었다.
하지만 그 너머의 풍경은 끝내 다가서지 못했다.
담장은 여전히 높았고, 그곳을 넘어선 바람은 좀처럼 들지 않았다.
안쪽의 방들은 조용했다.
정원은 오후의 열기를 머금은 채 눅진하게 늘어져 있었다.
한참 동안 반복되던 풍경이었다.
그 무대 위에서 여성의 세계는 조용히, 하지만 견고하게 기록되었다.
그러나 어떤 여인은 그 담장에 가만히 손을 얹었다.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바깥의 거친 숨을 배웠다.
그녀는 머뭇거리지 않았다.
친밀한 방의 기슭에서 거리의 중심으로 걸어 나갔다.
삶과 노동이 얹힌 몸들이 그 곁을 스쳐 지나갔다.
그곳에서 몸은 장식이 아니었다.
피로의 자국이 묻어 있었고, 자신이 살아온 시간의 무게가 번져 있었다.
그 자리에서 몸은 다시 자기 자신이 되었다.
폐허 위에 다른 세상이 세워진다.
지금, 그 몸은 돌아갈 곳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