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이 일상을 가르던 어느 시절,
젊은 몸들은 흙과 피 사이로 조용히 내던져졌다.
전쟁은 지나갔다고 말했지만
그 껍질 아래 남은 그늘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도시는 멀쩡한 듯 보였으나
비어버린 자리들이 골목마다 어둡게 흔들렸다.
그는 그 침묵을 어딘가에 새겨야만 했다.
굳어버린 표면, 사라진 얼굴들.
한 사람의 상처는 언제나 한 시대 전체가 짊어진 슬픔과 이어져 있었고,
속삭임처럼 흩어지던 신음은 결국 모두의 울림이 되었다.
사람 하나의 그림자는
세대의 뒤에 남은 잔상으로 길게 번져 갔다.
이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묻힐 것 같았지만
결국 과거로 가라앉지 못한 채,
오늘의 우리 앞에서도 천천히 틈을 벌리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틈에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폭력이 일상이었던 시대에
인간은 과연 어떤 존재가 될 수 있었는가.
말할 수 없음과
말해야만 한다는 부름 사이에서
그는 끝내 말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침묵 자체가
어떤 말보다 깊고 오래 남는,
가장 고통스러운 증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