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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왜 고통이라는 보자기에 선물을 쌌을까?"

제 휴대폰 메모장에는 '글감'이라는 폴더가 있습니다. 신문을 읽거나 책을 보다가, 광고를 접하거나, 대화를 나누면서 기억하고 싶은 표현이나 구절, 혹은 모르는 단어를 발견하면 그곳에 적어둡니다.


이번 한 주는 유난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직장일도 여러 프로젝트가 겹치고, 아이는 아프고, 거기에 동료와 인간관계까지. 기대를 저버리는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났습니다.


'왜 내 인생만 이럴까...'라는 깊은 좌절에 빠져 있을 때, 문득 메모장에 적어둔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신은 인간에게 선물을 줄 때 고통이라는 보자기에 싸서 준다"라는 문구.


어느 광고에서 본 구절이었습니다. 이 문장을 곱씹어 보며 '왜 보자기에 쌌을까', '그게 왜 하필 고통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선물의 정의를 따져보니 답이 나왔습니다. '선물'이란 값을 주고 사는 것이 아니라 대가 없이 거저 주어지는 겁니다. 포장을 푸는 작은 노력조차 들이지 않으면 받는 사람은 아마 선물의 가치를 깨닫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포장이 단단하고 여물수록 우리가 느끼는 선물의 가치는 높아집니다.


답을 찾으니 현실을 바라보는 생각도 바뀌었습니다.


'어쩌면 이번 주 내가 느끼는 어려움은 곧 마주하게 될 선물의 포장지가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좀처럼 보기 힘든 귀한 것이기에 유난히 더 단단하게 포장된 선물. 하지만 그 보자기를 끝까지 풀어내야만 만날 수 있는.


저만 유난히 힘든 삶의 한 페이지가 아닌, 제게만 주어질 멋진 선물을 만날 준비 과정이라고 관점을 바꾸어 봅니다.


오늘도 글쓰기가 저를 위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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