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5년 연속 업무평가 'S', 나는 이렇게 받았다

이번주 월요일, 총무부서에서 메일을 하나 받았습니다.


캡처.JPG


5번째 S. 올해로 5년 연속 같은 성적표.


매년 봐오던 결과였지만 이번만큼은 대견하다는 생각보다 의문이 앞섰습니다. 스스로에게 물어봤습니다.


'내가 그동안 어떻게 일해 왔지?'

'이 평가가 내 전문성을 인정한다는 의미일까?'


어떤 조직이든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조직 내에서 전문가로 자리하는 것과 진정한 전문가로 인정받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특히, 저처럼 전문 경력을 바탕으로 조직에 들어온 '전문직'일 경우, 그 능력을 인정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당연하게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공공기관에서 글 쓰기를 주된 업무로 하는 계약직 공무원입니다. 단순히 글을 잘 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지난 5년, 저는 어떤 방식으로 일해 왔을까요?


첫째, 저는 제 일을 존중했습니다.


아주 현실적인 이유 때문입니다. 일이 곧 월급의 원천이고, 이는 가족의 생활과 연결됩니다.


결혼 전에 방송작가를 할 때는 오로지 나 자신, 자아실현을 위해 즐겁게 일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즐겁지 않아도, 행복하지 않아도 일합니다.


그래서 업무의 경계가 모호하거나 예상치 못한 일이 주어져도 자발적으로 나서서 맡습니다. 그렇게 쌓인 경험과 네트워크는 결국 제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둘째, 그럼에도 정체성은 분명하게 구분 짓습니다.


내부에서는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외부에서는 신뢰받는 공무원으로서의 역할을 구분짓습니다.


조직은 제 글쓰기와 홍보 경험을 필요로 하지만, 외부에서는 전문성보다 행정공무원으로서의 신뢰가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듣는 말도 다릅니다. 직원들은 "주임님 의견이 필요해요", 기자들은 "어머, 전문직인지 몰랐어요!"라고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조직이 만든 틀에 저를 맞추는 게 아니라, 제 능력에 집중합니다.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일합니다.


그래서 이번 업무평가 S등급은 제게 더 의미가 있습니다. 조직이 평가했지만, 그 결과는 온전히 제가 만들어낸 것이니까요.



super-2067827_1280.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신은 왜 고통이라는 보자기에 선물을 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