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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에도 격이 있습니다


어릴 적, 저는 흔히 '싸움닭'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지는 걸 싫어하고, 불합리한 상황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초등학교 6학년 때 그 성격은 절정에 달했습니다. 반 친구들 중 여자아이들을 괴롭히는 남자아이들과 매일같이 싸웠고, 그 결과 남자아이들에게는 비호감이었지만 여자아이들 사이에서는 인기 최고였습니다. 그 덕에 2학기에는 반장이 되기도 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싸움의 대상은 점차 저 자신으로 바뀌었습니다. 학교에서, 취업에서, 모든 것이 경쟁이었으니까요.


어느 날 깨달았습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하면 누구와 겨뤄도 이길 수 없다는 걸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저를 이기기 위해 스스로를 끊임없이 다그쳤습니다. “왜 넌 이것밖에 못해?" "더 노력했어야지..." "남들은 앞서가고 있잖아!"


하지만 이 방식이 잘못된 싸움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결국 상처받는 건 저였기 때문입니다.


싸움에도 격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저품격 싸움은, 텔레비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정치인들의 싸움입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데서 비롯된 잘못된 싸움입니다.


고품격 싸움은 다릅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을 바탕으로 합니다.


이는 개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자신과의 싸움에도 격이 있는 겁니다. 이전의 저는 스스로를 깎아내리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단점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싸웠습니다.


그러나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제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단점 뒤에 가려진 장점이 보였습니다.


"난 버티는 건 일단 곧잘 해. 앞으로 나아가는 게 좀 더딜 뿐이야.", "난 먼저 다가가는 건 좀 힘들어. 그런데 한번 연이 닿으면 오래 지속해.", "난 창의력은 부족해. 그래도 논리적인 부분은 자랑할 만해."


이제는 저도 싸움 좀 멋지게 할 줄 압니다. 제가 가진 좋은 것들에 더 집중하는 법을 알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노력하는 법을 알고, 포기할 부분에 대해서는 내려놓는 법을 터득하고 있습니다.


물론 주말이 큰 고비이긴 합니다. 그래도 이 싸움 역시 멋지게, 고상하게 해낼 수 있습니다.


"넌 못해, 또 포기했지" 대신에 "그래 넌 할 수 있어, 다시 해 보자"라며 스스로와 싸움 중인 저를 따뜻하게 응원할 겁니다.


멋지게, 고상하게 '쨉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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