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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니의 실패이력서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그럴 때가 있습니다. 나만 뒤처지는 느낌이 들 때. 동료들은 빠르게 성장하고 앞서 나가는 데 나만 그대로 있는 느낌.


예를 들면, 같은 부서 동료가 승진하거나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을 때, 혹은 지인이 시도하는 재테크마다 성공하거나 친구가 전셋집 임차인에서 자가 소유자가 될 때.


그럴 때면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 오곤 합니다.


이번 주가 딱 그런 주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저보다 한 발짝, 두 발짝 앞서가고 있는 것 같은데, 저만 마냥 제자리에 머무는 것 같았습니다.


하는 일도, 가정생활도 크게 달라진 것 없이 그대로인 모습이 불안했습니다.


'나만의 속도가 있는 거야', '저마다의 때가 있어'라고 스스로를 다독여 보았지만, 패배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더 노력해 보자'는 다짐과 '해도 안 될 거야'라는 좌절이 동시에 저를 괴롭혔습니다. 머리로는 그러지 말자고 다짐해도 마음은 쉽게 컨트롤되지 않았습니다.


어제 저녁에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이번에도 실패하는 걸까?'


문득, 실패가 뭘까? 그 정의라 뭐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실패'에 대해 검색해 보았습니다. 그러다 '실패이력서'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성공이력서가 아닌 실패이력서라니! 궁금한 마음에 더 알아봤습니다.


실패 경험을 돌아보는 게 새로운 도전과 혁신에 도움이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교육현장에서는 '실패 이력서 자랑대회', '실패 이력서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해 봤습니다. 제 실패 이력서를 써봤습니다. '과연 난 실패의 길만 걸어왔을까?' 하는 마음에.


2000년 11월 15일

수능일에 도시락 집에 놓고 와 배고픔에 시험 대폭망, 바로 재수 생활 시작

2001년 1월~11월

재수학원에 적응 못하고 3개월 만에 홀로 독서실 생활 돌입. 좋아하는 만화책과 소설책 그리고 신문 칼럼 실컷 읽음.

2002년 3월

대학 댄스동아리 오디션에 도전했으나 떨어짐, 인기 없던 학과 내 문학동아리 입단

2005년 12월

필수 교과목 1개 누락으로 졸업 못하고 유급, 교수님 추천으로 계절학기와 병행해 KBS방송아카데미 다님.

2010년 12월

방송작가가 입봉작인 EBS라디오 프로그램 폐지, 방송작가의 길 깊이 고민

2013년 6월

집 근처 시청 전문직 공무원 시험 낙방, 경북 00 시청 시험 합격

2017년 7월

(계약직 공무원) 육아 휴직 불가능 현실 앞에 퇴직, 서울 친정 근처로 이사

2019년 3월

현 직장 시험에서 차점자로 또 낙방, 1순위 합격자 입사 포기로 기사회생

2024년 3월

임기 만료로 재시험 합격했으나 연봉이 5년 전으로 차감 복귀, 나를 위한 글쓰기로 새로운 창출 준비 필요성 느낌.


<짱니의 실패 이력서>를 돌아보니, 확실히 보였습니다. 실패는 '성공'의 반대말이 아니라,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앞선 실패 덕분에 이후의 더 나은 순간들이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제 글쓰기 인생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몇 년 뒤, 한 줄 더 늘어난 제 실패 이력서가 알려주겠죠. '결국엔 성공!'이라고.


혹시 지금 멈춰 있는 느낌이 든다면, 실패감에 휩싸여 있다면, '실패이력서'를 써보시기 바랍니다. 그 이력서가 언젠가 마주할 성공으로 안내해 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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