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요청을 현명하게 거절하는 기술
복종이 아닌 협업의 언어로 말하기
직장에는 예고 없이 넘어오는 ‘부당한 요청’이 있다.
긴급하지도 않은 일을 갑자기 떠넘기거나, 범위를 넘어선 업무를 당연하듯 요구하거나, ‘이 정도쯤은 도와줘야지’라는 말로 책임을 돌리는 경우.
특히 계약직, 비정규직, 하급직급 구성원일수록 이런 상황을 더 자주 마주하게 된다.
나는 언론홍보 분야의 전문 계약직 공무원이다. 표면적으로는 ‘전문가’로 불리지만, 조직 내부에서는 늘 ‘조심해야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궁금한 사업들이 있어 문의라도 하면 어떤 직원들은 마치 언론사 기자를 대하듯 경계하며 정보를 꽁꽁 숨기는 경우도 있다.
그런 분위기를 잘 알아서일까. 때로는 무리한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고, 때로는 "그건 제 역할이 아닙니다"라는 당연한 한마디를 내뱉으면서도 긴장해야 했다.
거절하지 못한 날은 억울함을 삼켰고, 반대로 감정에 휘둘려 강하게 말한 후에 후회한 적도 많았다.
그 시간들을 지나며 배운 것이 있다. 복종도, 분노도 아닌 지혜로운 '언어’가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 언어는 거절의 언어가 아닌 '협업의 언어'라는 것.
첫째, 부탁을 ‘명확하게’ 해석한다.
‘요청’인지 ‘강요’인지 구분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말은 종종 애매하게 포장된다. "이 정도는 좀 도와줄 수 있잖아요", "같은 직원인데 서로 융통성 있게 하자고요."
겉보기엔 협업처럼 들리지만, 실상은 업무 전가일 때가 많다. 그럴 땐 상황을 객관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 '이 일이 내 업무인가?'
- '이 요청이 나의 권한과 책임 범위 안에 있는가?'
만약, 이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하게 된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둘째, 거절이 아닌 ‘조율’로 접근한다.
단순한 거절은 갈등을 부르고, 무조건적인 수용은 내 자리를 무너뜨린다.
그래서 선택한 방식이 '조율'이다. 즉 협업을 위한 언어.
협업의 언어는 '안 됩니다'가 아니라, '이 부분은 이렇게 조정해 보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 "해당 업무는 제 권한 밖의 일이라 내부 확인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그 부분은 ◯◯팀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확한 분장은 다시 조율해 보는 게 좋겠습니다."
이렇게 하면 내 의사를 확실히 전달하면서, 조직 안에서 조화롭게 문제를 풀 수 있다.
정중한 표현, 단단한 어조, 그리고 조율의 자세. 이 세 가지가 나를 지키는 실질적인 언어가 될 수 있다.
셋째, 협업의 언어를 연습한다. 포기하지 않고!
단호하지만 부드러운 말투, 거절하지만 관계를 잃지 않는 표현은 결코 한 번에 익힐 수 없다.
경험과 시간이 쌓여 조금씩 내 언어가 되고, 관계 속에서 조율의 감각도 생긴다.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어도 막상 상황이 닥치면 감정이 앞설 수 있다는 걸 기억하자.
그래서 더 필요하다. 미리 문장을 정리해 보고, 거절을 연습해 보는 시간들이.
내가 오랜 연습으로 선택한 협업의 언어는 '대안'이다. 아래와 같은 표현들이 있다.
- "요청하신 방식은 한계가 있고요, 대안으로 가능한 홍보 채널이 몇 개 있는데..."
- "해당 일시는 언론사 지면 확보가 쉽지 않아요. 대안을 더 주시면 좋겠네요."
조율은 하루아침에 되는 기술이 아니라, 매일을 살아내며 조금씩 키워내야 하는 태도다.
'오늘은 조금 서툴렀지만, 다음엔 더 나아질 거야.'
이런 말로 스스로를 다독이며 계속 시도해 보자.
복종도, 반발도 아닌 ‘협업의 언어’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부당한 요청에는, 무조건적인 거절 말고
'협업의 언어'로 지혜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