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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정말 원하는대로 인생을,
바꿀 수 있을까?


꿈을 꾸는 방향대로 
인생의 키를 돌릴 수 있다.




그것은 도로 위를 질주하던 차가 

한 번에 길을 돌려 경로를 바꾸는 것과는 같지 않다. 




오히려

물의 부력을 묵직이 이기어 내며 천천히, 

그리고 커다란 궤적을 만들며 우회하는 

큰 배의 그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느리고 깊으며

끈질기고 지속적인 움직임으로.

결국 진행로를 바꾸는 것이다. 



배 뒷 부분의 타가 물의 저항을 이기며 

힘껏 돌기 시작해야만

회전 경로가 생기기 시작하듯.



꿈을 향한 걸음도 그러한 것이 아닌가 한다. 







한번쯤은 무거운 저항을 뚫어내며 

궤도를 만들어내는, 힘찬 시도가 필요한 일.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시도여도 괜찮다. 


내 안에 분명한 의지와 의도만 품고 있다면

그 시도들은 결국 방향을 바꿀 궤적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정말 그렇다는 걸, 

체험적으로 알게 된 건 사실 얼마되지 않았다.








 오랫동안 작가의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저 꿈으로 간직된 것이 오래 되었다. 




오랜 기간 다른 일에 몸 담아온 

그 시간들이 아깝기도 하고.


작가가 되려면 뭘 어떻게 시작을 해야할지 

막막하기도 할 뿐더러.


경제적인 타격이 있을 그 과도기 시간을 

견딜 용기가 나질 않아,

 오래도록 미뤄두고만 있었던 꿈.




언젠가 어떤 것이라도 

글로 풀어내야만 하는 사람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늘 '지금'은 아니었다.



지금 말고,

언제인지 알 수 없는 그 언젠가. 



어쩌면 내 작가의 꿈은 

'언젠가'라는 말 뒤에서 

점점 더 희미해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사라질 것처럼. 








올해 1월. 



12년이라는 오랜 기간의 운동 강사 일을 

과감히 멈출 수 있었던 것은 신랑이 몇 개월간 

지방에 내려가 있어야하는 상황 덕분(?)이었다. 



단 한번도 멈춰볼 생각을 하지 못했던 나로서는 

이것을 직업 전향의 '계기'로 

삼아볼 수 있으리라는 희망과 함께,



12년 꼬박 운동 강사일에만 쏟아 왔는데 

'이제와서 이러는 게 맞는건가' 라는 

두려움을 동시에 마주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아이를 오롯이 나 혼자 케어해야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린 현실 속에서, 

어떻게든 스스로 전자에 힘을 실어 

반드시 이 상황을 계기로 삼아야만 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









새벽 6시 반부터 출근해야했던 

오전 근무를 정리하고 

초2 딸 아이의 아침 시간을 도맡아주었던 

신랑과 바톤 터치를 하게 되었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이지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몇 달 전부터 친한 원장님 

센터 마케팅을 도와 드리며 

재택 일의 기반을

어느 정도 만들어 놓았던 덕분인데. 



이 때만해도 나는 이것이,

오랜 꿈을 향한 궤적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내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분명 아니었다. 



내 안에 쓸 이야기가 

무엇인지 조차도 모르는 때였으니까. 



그저 어쩌면 조금 더 상업적인,

 내가 맡은 일들을 위한 글을 썼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은 마치 

깊은 바다 위의 배가 방향을 돌릴 때의 

그 시작과 같은 일이 아니었나 싶다.




오래도록 컴퓨터 앞에 앉아 무언가를 쓰는 건, 

기초 체력을 다질 수 있는 시간임이 분명했으니까. 








꼬박,
 그렇게 11개월



3개월의 출장을 마치고 신랑은 다시 돌아왔고.

다시 오전 시간의 여유가 생겼지만 

다시 강사일로 돌아가지 않았다.  




'이대로 그만 두는 것 정말 괜찮겠어?'


'당장 수입 이 정도 밖에 안 되는데 정말 괜찮겠어?'




바다의 물이 끝도 없이 겹겹이 쌓여 있는만큼 

12년의 나의 시간도 깊이 있게 쌓여 있었고


그만큼 바다의 저항이 무겁고 단단하듯

내가 뚫어야할 저항 역시 


가장 측근의 가족에서부터 모든 주변의 시선, 

내 스스로의 압박, 망설임까지

어느 것 하나 가벼운 것이 없었지만.



돌아가지 않았다. 



하던 일을 지속했다. 침착하게. 차분하게. 

조급하지 않게. 




분명 속도는 빠르지 않았는데

11개월 간의 시간은 스스로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큰 변화를 만들어냈다. 




해야할 이야기가 생긴 것이 그것이고.


어슴푸레하게 흐릿해지고 있었던 

'작가'라는 꿈을 믿음으로 다시, 

꾸게 된 것이 그것이다. 



그리고 그 첫 시도가, 

브런치 스토리였다.  



스스로도 시험해보고 싶었고 

확신을 가지고 싶어 도전했던 브런치 작가가

지원 하루만에 '합격' 이라는 두 글자로 

내 마음에 '믿음' 을 새겨 주었다. 








꿈을 꾸는 방향대로 
인생의 키를 돌릴 수 있다.



그동안의 일을 과감하게 멈추지 않았다면. 

그 전에 대행을 맡고 있지 않았더라면. 

3개월 뒤 다시 복귀했다면.  포기했더라면. 


내 이야기를 찾으려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더라면. 

그것을 글로 꺼내지 않았더라면. 

그것을 기록해오지 않았더라면. 


갑자기 브런치에 도전해야겠다

 생각이 들지 않았더라면. 

생각만 가지고 미루었더라면. 

그 시간, 내가 지원서를 쓰지 않았더라면.  


.

.

.



그 모든 것에는 우연이 없다.


모든 것이 나의 선택으로 인한다.



그리고 그 하나 하나가 

인생의 방향을 돌리는 회전 궤도가 된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전혀 연결될 것 같아 보이지 않은 

사소한 선택과 시도 하나 하나. 



안주하지 않을 때. 

용기를 낼 때. 

순리인 듯 느껴지는 것들을 역행할 떄. 

진짜로 행동이라는 걸 할 떄.



내 길을 만드는 궤적이 된다는 것을

이제는 증명해내는 삶을 살아볼 수 있을 것 같다.  







11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언제고 보고 싶었던 나의 풍경이다.

흐릿하게나마 품고 있었던 나의 장면이다. 



1년 뒤 이 시간, 

어떤 모습으로 어떤 글을 쓰고 있을까. 



아마도.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손에 쥐고 

'작가 OOO'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고 있지 않을까.





장면을 품어본다. 


나는 물의 부력을 이기어 내며 

천천히, 묵직이 나의 궤도를 


계속 계속 그려갈 것이기에. 



나의 그 장면을 만날 것이기에.







@말랑맘의 감성 육아 아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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