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 검사를 돌리니 8개를 수정하라고 한다.

by 말복


글을 쓸 줄도 모르는데 AI가 다듬지 않은 내 글이 좋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것이 좋다. 내 글의 어설픔이 좋다. 맞춤법 검사를 해놓고도 몇 개는 수정하지 않았을 때의 그 느낌이 좋다. 문맥이 맞지 않고, 나중에 보다가 수정하기를 누르게 되는 내 글이 좋다.


네이버 메모장에서 글을 쓰는 것과 워드 창에서 글을 쓰는 것과 카톡 창에서 쓰는 글과 맥 메모에서 쓰는 것이 다르다. 뭐가 다르냐 해도 그 미세한 감각에서 오는 걸 설명할 소양도 없으면서 글을 쓰는 것이 즐겁고 이 무지함을 드러내는 것이 좋다. 사람들에게 말할 때 내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좋다.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제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지만, 하고 덧붙일 때의 민망함이 사랑스럽다. 내가 사랑스럽다.

나의 미숙함이 좋다. 나의 조심스러움이 좋다. 부족함에도 자꾸만 쓰는 내가 좋고, 부족함에도 자꾸만 표현하는 내가 좋다. 사람을 어려워하면서도 자꾸만 사람에게 다가가 말을 한 번 건네보는 내가 좋다. 글을 쓸 때도 그 마음을 담아 쓰는 내가 좋다. 그래서 내 글에 묻어나는 조심스러움과 미숙함이 좋다.


상처받은 내가 좋다. 상처받은 나를 보듬어줄때의 나 역시 좋다. 누가 토닥여주면 감사한데, AI가 토닥여주는 건 모르겠다. 내가 나를 토닥여줄 때 가장 기분이 좋다. 그렇다고 내게 감사하진 않다. 내게 감사하고 싶다. 나를 좋아하면서도 나에게 감사하는 법은 모르겠다. 감사일기를 열어 억지로 감사하다고 덧붙여본다. 나에게 감사하지 않음에도 감사하다고 덧붙이니 마음이 담기지 않는 것 같다. 얼마전에도 억지로 나에게 감사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대신 여유로움이 감사하다고 한 것과, 눈 내리는 것이 감사하다고 한 것과, 고추장불고기가 세일해서 감사했단 것은 기억이 난다. 생각해보니 고추장불고기가 세일해서 감사했던 것은 감사일기에 쓰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건 감사했던 기억이 난다. 쓰지 않아도 기억이 난다. 내가 쓴 나에게 감사한 부분을 찾아보는 상상을 한다. 상상만 해도 귀찮고 굳이 싶어 생각을 잠근다.


다시 돌아와 글을 쓴다. 글을 막 써내려간다. 글의 구조도, 흐름도, 주제도, 내용도 생각치 않고 써내려가본다. 그리고 이걸 등록할 때의 통쾌함을 상상한다. 지금 이 문장을 쓰면서 이미 웃는다. 웃으며 쓰는 글엔 정말로 웃음이 담길까. 그럼 이걸 보는 사람들은 정말로 웃어줄까. 그랬으면 좋겠다. 지극히 사적이고, 지극히 나만이 사랑하는 내 글을 누군가는 보면서 웃는다니. 상상만 해도 즐겁다. 행복하다. 행복이 뭔지도 모르면서 그런 글자를 손에 담는다. 그래도 역시 행복하다.


어쩔 수가 없다. 나는 내가 좋다. 그래도 나는 내가 좋다. 아무래도 내가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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