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손 편지를 받았어요. 연인이나 친구가 아니라 동료 작가님께요. 디지털 시대에 손 편지를 받는다는 건 뭐랄까, 훨씬 따듯한 마음이 마음으로 와닿는다고 해야 할까요. 카톡을 주고받는 것과는 분명 다른 행위니까요.
저에게 2024년은 지금까지의 30년 인생 중에서 가장 밀도 있는 시간을 보낸 한 해였습니다. 대학 시절 투잡, 쓰리잡을 할 때보다도 훨씬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일로서나 개인적으로서나 어느 것 하나 나아가지 않은 것이 없었어요. 그러나 누구보다 더 바쁘게, 더 힘차게 살았다기보다는 지금까지의 제 인생을 토대로요.
어렸을 때부터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고 싶어서 돈 많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요. 올해는 조금 달랐던 것 같아요. 다정함을 나누기 위해 내가 더 따듯하고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바뀌었어요. 그래서 힘차게 달렸습니다. 일하는 인정 욕구를 채우기 위해 열심히 일했고, 마음이 여린 저를 위해 끊임없이 내면을 살폈어요. 그렇게 생긴 여유를 주변에 조금씩 나누어 주었어요.
그랬더니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제게 따듯한 말 덕분에 힘이 났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말을 들을수록 저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좋은 사람 말고 더 나은 사람이요. 오늘의 저보다 내일의 제가 더 나은 사람이기를. 그리고 최근에는 새로운 말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단단한 사람이라는 말이요.
그리고 손편지는 그런 마음을 들게 한 분들 중 한 분에게 받았어요. 제가 얼마나 마음이 일렁였을지 상상이 될까요? 고맙다거나 벅차다거나 혹은 감동이라는 말로도 아직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제 안에서 일렁였어요.
사실은 저도 손 편지를 한 장 써갔었어요. 얼마 전에 지인분께 크리스마스카드를 두 개 받았거든요. 그래서 딱 한 장은 이 분께 써드려야겠다. 싶어서 짤막하게 썼어요. 그리 대단한 말도 아니었고, 그냥 말로 전하거나 카톡으로 전해도 될 말이었죠. 그런데 손으로 써서 눈에 보이게 준다는 건 또 다른 마음이잖아요. 그래도 또 부끄럽고 괜스레 유난처럼 보일까 싶어 최대한 담백하게 썼습니다. 그리고 어제 한 장을 들고 나가 건네 드렸죠. 연말이니 선물도 하나 골라서요.
조금은 부끄러웠어요. 연말 선물을 고르긴 했지만, 그분이 뭘 좋아할지 잘 몰라 나름대로 의미를 붙여- 제법 흔한 선물을 드렸거든요. 선물을 드리고 싶고, 마음이 느껴지게 하고 싶은데, 자칫하면 센스 없는 선물이 될 것 같아서 당일에 백화점에서 골랐어요. 백화점 안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뵙기로 했었거든요. 근데 편지를 받아 집에 와서 읽어 보면서 그분은 진심을 담아 건네주었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부끄러워서 답장을 못 드렸어요.
진심을 전한다는 게 그런 거더라고요. 특별한 선물이 아니라도 이 사람을 정말 생각했구나. 면 되는 거예요. 센스는 중요하지 않아요. 평소에 얼마나 들여다보는지 느낄 수 있는 거죠. 제가 드린 편지에는 너무 덜어내서 형식적인 말이 남았던 것 같은데…. 그분의 편지에는 진심이 가득 자리 잡아서 그 어떤 선물보다도 값지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또 배웠습니다. 이런 사람이 되어야겠다. 이렇게 솔직하게 진심으로 정을 나눠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그런 마음이 들었어요. 올해는 여러모로 밀도 높은 한 해를 보내며 단단해졌잖아요. 그러니 내년에는 주변에 다정함을 '잘' 나눠주는 사람이 되고 싶더라고요. 제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제가 생각해도 저는 좀 순수하거든요. 세상을 보는 눈이 순수하고, 세상에 바라는 마음이 다정해요. 그런데 그걸 주변에 '잘' 표현하는 데엔 익숙지 않은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렇겠죠. 이전의 저는 솔직하지 못하고, 가까운 이에게도 벽을 세워두던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러니 내년엔 그런 걸 배우고 연습하고 싶어요.
내년의 제 편지도 누군가에게 일렁임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고는 얼마 전 또 다른 동료 작가님게 손편지를 받았습니다.
올해는 정말 귀한 인연들을 만난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