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은 모르겠고요, 상반기는 잘 보냈어요.

하반기는 허무맹랑하게 보내볼게요.

by 말복


올해 상반기에는 일도 많았고, 사람도 많이 만났고, 그림도 많이 그렸고, 배우기도 많이 배우고, 계획도 참 많이 세우고, 도전도 많이 했다! 많이, 많이, 많이. 기록도 이것저것 많이 시도해봤었지. 그야말로 다 도전, 도전, 도전! 그 많은 걸 해내기 위해 매 달 회고하고 계획하고, 매 주 회고하고 계획하고, 매일 회고하고 계획했었는.....


데!


올해 하반기는 큰 계획 없이 보내보려고 한다.


두루뭉실한 인간이 6개월이나 계획적으로 살려고 노력했으니 그간 얼마나 힘들었을까. 셀프 쓰담쓰담 시간도 필요하고, 계획과 관련된 세포들에게 휴식 시간을 주려고 한다. 사람도 한계를 넘고나면 쉬는 시간이 꼭 필요하지 않은가? 내가 평소에 하지 않던 일들을 하느라 내 뇌에서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을까 생각하면 응, 역시 평소처럼 지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으~래도!


그렇게 되면 백수나 다름이 없으니까 벌려놓은 일이나 큰 맥락의 일, 큰 틀의 목표? 계획까진 아니고 목표! 아니다, 목표도 거창하고 너무 계획적인 단어로 느껴진다. 그냥 허무맹랑한 음.. 꿈? 그래, 꿈 좋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이루지 못 해도 이루지 않아도 되는 꿈들을 두루뭉술하게 펼쳐봐야지.



1. 이야, 이거 진짜 재밌을 것 같다! 워크숍? 모임? 계속 할래!


7월에는 매 주 화요일과 토요일에 청년 유니온과 프리랜서 모임이 있다. 미리 신청자를 받았는데, 토요일은 신청자수가 적어서 사실.. 폐강될지도 모른다. 1주차와 2주차는 청년 유니온에서 글쓰기를 담당해주시고, 나는 3주차부터 5주차까지 그 글을 인스타툰으로 표현하는 수업을 담당한다. 그리고 마지막 6주차는 몇 주 후에 성과 공유회!


상반기에 청년 소모임 리더도 지원했었는데(탈락했지만), 그 때는 그림일기 워크숍으로 지원했었다. 지금 준비하는 인스타툰 수업과 결이 약간 비슷하다. 조금 수정해서 수업 자료를 만들고 있는데.. 아, 역시 자료 만드는 건 어렵고 문서는 어렵고 기획도 어렵고 나는 역시 체계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인가 봐.... 그럼에도! 재밌을 것 같아서 기대되고, 그 기대를 양분 삼아 조금씩 진행하고 있다.


그러면서 응원도 많이 받았고, 도파민도 최대치를 찍었으므로 하반기에 이런 모임을 스스로 더 만들어도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물론 7월에 수업 진행 후 피드백 받아 수정도 필요할 거고, 혼자 만든다면 홍보나 공간이나 사람이나 신경쓸 게 더 많겠지만, 일단.. 자료 만들었을 거 아냐. 그 자료 너무 아깝고, 사람들과 모여서 그림 그릴 생각만 해도 재밌단 말이지.


그래서~ 모임으로 고정수입 만드는 상상도 해 봤는데 역시 일이 되면 재미 없으려나? 일단은 그런 고민을 해봤었었다!



2. 아~ 창작 진짜 너무 어려운데 그래두 계속 해야겄지..?


라고 쓰지만 사실 매 번 부딪치고 넘어져서 광광 우는 중. 너무 맨날 넘어지기만 해서 부끄러워서 여기저기 말도 못 하고 있을 뿐 지금도 또 단편소설로 우회해서 시도해보다가 막혀가지고 드러누웠다. 그러니까 사실 수정하자면


아~ 창작 진짜 너무 어려운데 그래도 계속 하는 중!



3. 애증의 웹툰 그놈의 웹툰 그래도 웹툰!


3월을 마지막으로 웹툰 어시 일과 PD 일을 모두 쉬게 되었다. 그랬더니 역시 마음 한 구석이 좀.. 쓸쓸하고 (대체 왜) 그렇다. 어라? 잠깐, 이거 기억이 미화됐다.


우리 집에는 파라핀 베스가 있다. 파라핀 왁스를 녹여서 손목 치료에 쓰는 것인데 이걸 매일 해왔었다. 심한 날은 두 번도 했다. 그런데 웹툰 일 끝나고부터 이거 안 한 지 좀 됐다. 인스타툰도 열심히 그린 날은 시큰해서 쓰긴 했지만, 거의 안 쓴다. 와- 그러니까 사실 모든 만병의 근원은 역시 웹툰이다.


생각해보니 웹툰 일 안 하는 동안 액정 타블렛도 안 썼고, 그러는 동안 허리 통증이 줄었다. 목디스크는 여전하지만 더 악화되지는 않았다. 아, 운동해야해.


그런데도. 그놈의 웹툰은 왜 그리도 자꾸 마음이 쓰이는지.


는 당연히 내가 돈을 잘 버는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어시로써도 PD로써도 능력이 탁월하진 않지만, 운이 좋았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웹툰 일을 하면 성장하면서 돈을 벌기 때문이다. 시간적으로도 스케쥴만 잘 조율하면 내가 도전하는 것들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웹툰 일을 할 때는 돈 벌면서 성장하면서 방해되지 않는 그런 수단이었다.


아, 나 너무 속물같은 말을 했나. 이렇게 말하지만 저 웹툰 정말 좋아하고요 애증이고요 애증이라서 이렇게 마음이 변질됐을 뿐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고요 본심에 속물만 있지도 않아요. 네..



4. 일러스트 필요하신 분 없나요?


그리고 일러스트는 생각해보면 외주 받은 적이 손에 꼽는 것 같다. 그마저도 거의 지인 외주. 일러스트 외주도 한 번 트였으면 좋겠다. 그래서 반지수 작가님의 강의도 듣기 시작했다. 표지 포트폴리오를 제대로 만들어보고 싶어서.


그러다가 어느 날은 내 마음에 완벽한 포트폴리오는 없다는 걸 깨닫고 그냥 부딪쳐서 한 곳에 메일을 보냈고, 회신이 와서 (계약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한 곳에 또 보냈다.

* 다음 날 깨달았는데 파일이 첨부되지 않았었다. 어떡할까 고민하다가 시간이 흘러 버렸다.


그래서 하반기에는 일러스트 포트폴리오도 조금 더 공들이기도 하고, 메일도 더 보내볼 생각.



5. 채, 책이라고요? 제, 제가요? 도, 독립출판? 부, 북페어?


소하님을 만났다. 응원을 받았다. 너무 감사한 경험이라서 여기저기 자랑했다. 평소에 글에 관련한 칭찬을 받으면 너무 부끄럽고 과찬인 걸 알아서 그냥 감사하다 하면서 과찬이다 하면서 쑥쓰럽게 웃으며 넘겨왔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엔 직접 만나서까지 전해주는 응원에 마냥 과찬이라고 넘기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비겁하게 소하님 뒤에 숨어서 소하님 말을 빌려서 은근슬쩍 자랑했다. 글쎄, 아는 분이 저보고 책을 만들어보라고 하셨어요. 하고.


네, 아는 분이 그런 말씀을 주셨다고 속보이는 이야기를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 씨가 된다고, 그 말을 들은 날에도 마음이 약-간 일렁였지만 그 자랑을 하고 다니면서 점점 어? 진짜 할 수 있을까? 진짜 해도 될까? 싶더니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라는 고민에 이르렀고, 지금은


1. 스케쥴적인 문제

2. 책에 대한 부담감

3. 글에 대한 어려움


이렇게 세 갈래의 고민을 하고 있다. 이 정도면 나름 정리된 거 아닌가? 나 제법 계획적일지도. 계획적인 고민이다. 오.



6. 근데.. 그럼 돈은 어떻게 할 건데?


그러니까 이제 다시 새로운 입금처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웹툰일도 안 한 지 오래돼서 구직활동도 새로 해야 하고, 포트폴리오 재정비를 하는 과정에서 웹툰 과외를 듣기 시작했다. 그러나 웹툰은 일하고 싶다고 메일 보낸다고 다 시켜주지도 않고 특히 나처럼 작가 데뷔를 못 한 사람은 더더욱 어렵고, 중간에 공백이 있는 사람은 더더욱 어렵기 때문에 꽤나 오랜 시간 구직활동을 다시 해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러스트 포트폴리오도 보내본다고 했지만 나도 나의 부족함을 알기도 하고, 또 이것도 연락을 받아야 한 건 성사되는 구조니까 기대를 하기엔 어렵다.


모임으로 고정 수입 만들고 싶다고 했지만 이것도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하다. 그리고 사람을 모으는 건 역시 어렵다. 나 사람 모으는 거 너무 어려워. 마케팅 싫어 잉잉.


그래서 니트컴퍼니에도 들어갔다. 사실상 수입 없는 프리랜서는 백수랑 다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제 거꾸로면접을 봤고, 다음주에 OT가 있다. 그 곳에서 이 백수와 다름 없는 프리랜서 생활을 지속하기 위해 동료들과 웃고 떠들기도 하고, 회사 놀이도 하면서 마음을 진정시키고 좋아하는 활동을 계속 해 볼 생각이다.


단기 알바도 재택 알바도 계속 찾아보고 있다. 아직은 구할 시기가 아니지만 미리 미리 봐 두어야 구직해야 할 타이밍에 허튼 일을 시작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다. 내 첫 아르바이트의 기억은 초등학생 때 전단지 돌리던 것이었을 정도로 아르바이트를 많이 해 봤고 그만큼 구인 공고도 정말 많이 봐왔다. 알바 사이트에는 내 기준, 절대 눈도 들여선 안 될 알바들이 많다. 특히 단기나 재택 알바에는 그런 게 더더욱 많기 때문에 평소에 미리 봐 두어야 시야가 좁아지지 않고, 거를 것들이 보인다. 그리고 급하지 않아야 좋은 알바를 구할 수 있다.




이렇게 하반기는 여러 생각은 하고 있지만 제대로 계획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잘 살 것이라는 걸 믿는다. 디테일한 근거는 없지만, 빅데이터와 같다. 프리랜서 기간 동안 그래왔듯 어떻게든 살 길을 찾을 것이고, 내게 좋은 길을 찾을 것이며, 그렇지 않은 길에서도 좋은 점을 찾아낼 것이다.


분명히!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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