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끝엔 어떤 내가 되어 있을까?

7월 31일의 내가 7월 11일의 나에게

by 말복


7월이 되며 괜스레 복잡하고 숭숭한 마음


7월이 되어서인건지 호르몬의 농간인건지 여름이라 그런건지 뭐때문인지 핑계를 계속 대본다. 그러나 아무리 핑계를 대보아도 작년엔 안 그랬는데 지난 달엔 안 그랬는데 등등 해소되지 않는다. 새로운 핑계거리를 계속해서 찾아나서는 나에게 7월 첫째주에 도착했던 자습이의 메세지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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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반복하는 것들이 나를 만든다. 7월 한 달 동안 어떤 나를 만들지 고민해보자!"


핑계거리를 계속해서 찾아나서고 있으니까 언젠가 해결되겠지. 다만 해결되고 났을 때의 내가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은 계속해서 끈질기게 내 마음을 붙들어야지.


그래서 7월 끝의 내가 되어 지금의 내게 편지를 보내봐야지. 7월 끝의 내게 편지를 보내는 건 식상하잖아? 또 지금의 나는 위로가 필요하니까.




자책하지 않기로 했지만 자책이 익숙한 너는 이러다 자책을 하게 될까 두려웠겠지? 너는 같은 마음으로 우울을 두려워하잖아. 지나가는 한낱의 우울은 이제 어느정도 이겨내게 되었지만, 때로 우울이 평소와 다르게 진득히 붙어있을때면 이러다 또 우울증에 걸리는 거 아냐? 하면서 우는 것처럼.


자책을 하다보면 우울이 붙게 마련인 걸 아니까 어쩌면 그 마음과 이 마음은 같은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걱정하지마. 너는 늘 그랬듯이 결국 이겨낼거니까. 그렇게 계속 다음을 향해 나아갈테니까.


네가 무엇 때문에 그리 힘들고 복잡하고 해소되지 않는 마음 때문에 전전긍긍할까 생각해봤는데 7월 끝이 되어서야 알았어. 그냥 또 그런 시기였던거야. 또 새로운 시기를 마주하면서 어쩔 수 없이 겪는 시기들 같은 거 있잖아. 새로움 앞에서 늘 힘겨워하는 네가 제안들을 거절하고, 늘 해오던 일을 거절하는 게 그래서 신기해.


퇴사하고 프리랜서가 된 것도 신기했지만 그건 또 한켠으로는 납득이 가거든. 그런데 프리랜서가 되고 늘 새로운 일에 앞서 두려워하는 네가 늘 해오던 일을 거절한 건 나 스스로도 이해가 안 가긴 했었어. 그런데 그래서 멋있기도 하고 응원하고 싶어.


그래, 응원.


지금의 너는 그게 필요할거야. 너도 두렵고 막막한데 혼자 끙끙 앓는다고 해결이 되겠어? 누군가의 응원이 필요했을거야.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고 커뮤니티를 찾아가고 그랬던거겠지. 그렇게 여러 곳에서 다양한 응원들을 만났지만 해소되지 않았던 마음은 역시 스스로의 응원이 부족했던 탓일거야.


본능적으로는 알았으니 상반기 회고도 해보고, 쉬어가는 시간도 가져보고, 이렇게 저렇게 네 마음을 알아주려고 들여다보려고 노력도 했던 걸텐데 아쉽게도 알아채지 못 했었지? 다행히 그렇게 들여다보고 이런저런 시도 끝에 이 편지를 쓰며 지금에서야 깨달아. 나의 응원이 필요했던 거라고.


물론 다른 사람들의 응원이 힘이 되지 않았던 게 아니야. 오히려 그 덕에 지금의 나를 만나기까지 버텨올 수 있었을테니까.


고생했어. 고생 많았어.


너는 항상 그랬어. 새로운 일 앞에서 두려워했고 불안해했고 어려워했어. 그래서 간단한 일도 계속해서 점검하고 전전긍긍하고 시간이 오래 걸렸어.


그런 네가 다음을 위해 이번엔 무업기간을 택했다니 정말.. 내가 봐도 나는 참 용기 있는 사람이야.


용기 있는 사람 하면 떠올리던 이미지가 멋지고 강인한 사람이여서였을까. 내가 용기있는 선택을 하면서도 그런 선택을 했는지 몰라서 두려워 떨고 있기만 한 줄 알았어. 그래서 멈춰있다 못 해 뒤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길을 잃은 기분이었었어. 불안에 잠식되어 힘들기만 한 줄 알았어. 용기 있는 선택을 했다는 걸 진작 깨달았다면 멋있다고 응원해주고, 그 응원을 바탕으로 진작 나아갔을텐데.


무슨 말인지 알아?


너 곧 다시 움직일거라고.


힘내. 그냥 그런 시기일뿐이야. 이 시기를 지나고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움직일거고, 늘 그랬듯이 움직이고나면 그만큼 성장한 네가 되어있을거야. 7월 끝의 너는 또 기나긴 시간을 통해 성장했어. 결국 해내더라고. 물론 덜어낼것은 덜어냈어. 그게 뭔지는 직접 부딪혀보면서 깨달아봐.


그러니 힘내. 지금 마음 고생 한 만큼 7월 끝에 시원해질테니까.


다시 한 번 힘내. 응원할게. 파이팅. 지금도 봐. 너는 네게 필요한 게 무언지 잘 알고 있어. 계속 밍기적대고 슬퍼하던 열 흘 간의 시간들도 결국 필요했던 시간들이었을거야.


그리고 이미 너는 일어났을거야. 그치? 편지를 쓰면서 네가 보여. 다시금 꼿꼿해진 허리를 느껴. 곧게 힘이 들어간 어깨와 당당해진 표정이 그려져.


그러니 오늘 돌아가서는 깔끔히 청소도 하고, 개운하게 샤워도 한 후에 끝내주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자. 맛있는 걸 먹으며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잠에 들어. 그리고 내일이면, 모레면, 다음 주 월요일이면 힘차게 일어난 네가 되어있을거야.


움직여.


내가 응원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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