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미안함을 덜어내주고 싶은데
다음 날 우리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대형 베이커리 카페였다. 이 동네에 이사 오고 나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카페였다. 2층짜리 건물이 모두 통창이고 천장이 트여있어 그 안에 들어가기만 해도 마음이 환-해졌다. 처음 카페에 들렀던 날은 제철을 맞아 딸기 디저트가 여러 종 나와 있었고, 그 때 먹었던 딸기 에클레어에 반해 종종 이곳에 다시 오자 이야기했었다.
그래 놓고 막상 그 동네에 사는 동안은 어땠나. 함께 그 카페에 간 게 한 손에 꼽는 듯 하다. 하루에 카페를 두 세 번씩 가는 우리가 그 카페에 가는 날은 몇 되지 않았다. 우리가 자주 가는 카페는 주로 집 앞의 저가 카페나, 조금 멀리 있는 저가 카페였다. 카페에 도착해서도 커피 나오기 전까지만 이야기하고, 커피가 나오면 그 때부터는 각자 할 일에 집중했다. 커피 나오기 전까지 이야기하는 날도 그리 많지 않았다. 커피도 늘 아이스 아메리카노 혹은 따듯한 아메리카노. 가끔 내가 디저트를 주문하곤 했지만 대체로 커피 두 잔이 전부였다.
그렇다 보니 그 베이커리 카페에 가서도 나는 눈치껏 커피만 두 잔 주문하거나, 아니면 적당한 금액의 디저트를 골라 들었다. 디저트 값을 내가 지불해놓고도 눈치를 봤다. 그가 눈치를 주지 않아도 눈치를 봤다. 커피 한 잔 값이 우리가 두 잔 마실 값이라 생각하면 미안했다. 돈을 아끼기로 해놓고 카페에 가서 데이트하는 게 눈치가 보였다.
헤어진 날 밤 머쓱하게 바닥에 누워 자려는 그에게 갑자기 내외하지말고 올라와 자라 옆자리를 두드렸다. 헤어지기 한참도 전부터 이미 우리의 스퀸쉽은 가벼운 포옹, 손잡기 정도가 전부였다. 그날 밤 새벽 늦게까지 또 울다 지쳐 잠에 들었고, 몇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새벽 일찍부터 눈이 떠져 보니 식혜가 벌건 눈가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을 보자마자 눈물이 왈칵 차올라서 또 울었다. 마르지 않는 샘이란 게 이런건가 싶었다.
나중엔 눈물만 줄줄 흐르는 채로 머리가 멍해졌다.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며 눈물만 흘렸다. 그러고 있으니, 식혜가 먼저 그 카페에 가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이유를 알았다. 이럴 줄 알았다면 그렇게 아끼지 말고 있을 때 잘 해 줄 걸. 하는 마음인거겠지. 마지막까지 이기적이라 생각하면서도 그 마음이 안쓰러웠다. 후회가 얼마나 아픈지 알고 있었으니까.
카페에 가서 커피에 에그타르트를 주문했다. 그마저도 식혜가 좋아하는 디저트였다. 에그타르트를 먹으며 앞으로 한동안은 에그타르트를 먹을 때마다 식혜가 생각나겠지 싶어 또 마음이 아렸다. 노트북을 펼치지 않은 채로 1~2시간을 이야기했다. 통창 옆에 앉아 이미 했던 이야기를 하고 또 했다. 헤어진 이야기뿐 아니라 그간의 이야기들을 계속 몇 번이고 했다. 쏟아내는 것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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