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기 전에

마음 놓고 아파하는 법

by 말복


최근 나는 예능을 매일, 거의 쉴 틈 없이 틀어둔다. 일할 때나 밥 먹을 땐 당연하고, 청소하거나 고양이를 놀아줄 때도 틀어둔다. 하물며 가만히 있을 때조차. 유튜브를 켜두고 콩콩밥밥이나 지구오락실 같은 예능을 주로 틀어둔다. 깔깔 웃는 소리가 집 안을 채우고 있으면 그제야 숨을 쉴 수 있는 것 같아서.


보통의 일상 같지만 나는 그런 편이 아니었다. 청각이 예민하고 좋지 않은 편이라 보통은 티비를 꺼두거나, 음악 정도만 틀어둔다. 음악도 음량을 1~2 정도만 틀어두는 편이었다. 때로는 전등 소리마저 시끄럽게 들려 집 안의 온 불을 다 끄기도 했다.


보고 싶을 때면 10~20분 정도 사이에 밥 먹을 때만 틀어두었던 것 같다. 식혜를 만날 때는 식혜가 있는 날이면 자기 전에 1시간 넘게 보는 날도 있었지만, 혼자 있는 날에는 역시 브이로그 정도를 봤다.


뭔가 보고 싶으면 차라리 드라마나 영화, 특히 애니메이션을 주로 틀어두었었지. 예능은 잘 안 보려고 의도적으로 피했었다.


식혜와 헤어지고 이제 본가로 간 지도 꽤 된 것 같다. 혼자 지내는 집에서 느껴지는 고요함과 적막함이 낯설고 때로는 슬프게 다가온다. 함께 살던 사람이 사라진다는 건 시야에서 사라지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한 사람이 머무른다는 건 공기의 온도부터 달라진다. 식혜의 체온이 남들보다 유난히 더 높아서였을까. 더운 여름에도 집안이 싸늘히 느껴지는 것 같을 때면 추위를 견디기 힘들어 티비를 틀었다. 소리로 온 집안을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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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희망을 그리는 행복한 말랑 복숭아, 말복입니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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