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 어느 곳에도 그가 없다.
조금 과장해서 식혜는 우편함을 절대 보지 않는다. 옆 집에 살기 전에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었는데, 옆 집에 살면서부터는 내 우편을 꺼내면서 같이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관리비 통지서도 같은 날 받고, 건강보험료 같은 통지서도 보통 비슷한 시기에 도착해서 겸사겸사 식혜의 우편을 내가 챙겼다.
헤어지고 나니 식혜 우편함이 점점 비어갔다. 옆 집에 아직 새로운 사람이 오지 않은 탓이었다. 내 할 일이 하나 줄어들었다. 애석하게도.
어느 날 우편함에서 내게 온 우편을 꺼내다가 옆 집에 온 우편에 식혜 이름이 쓰여있는 걸 보았을 땐 반가웠다. 고용노동부에서 온 우편이라 아마 실업급여 관련이겠거니 싶었다. 한 장 짜리라 그렇게 중요한 내용은 아닐 것 같았지만 그래도 괜히 사진 찍어 전송을 했다.
- 고용노동부에서 우편이 왔더라고요. 혹시 모르니까 8월에 만날 일 있을 때 같이 갖다 줄게요
- 어, 고마워요. 뭐지?
- 아마 실업급여 관련일 것 같아요. 통지서 정도이지 않을까 싶은데 그냥 뭐, 혹시 모르니까요.
그렇게 8월에 만났던 날 건넸고, 역시나 실업급여 통지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 별 거 아닌 문서가, 그 별 거 아닌 행위가 우리가 옆 집에 살았었다는 걸, 우리가 함께 했었다는 걸 알려주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이 세상에, 아니 식혜의 세상에는 우리의 연애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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