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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희 Mar 30. 2017

요하닉스(Yohanix), 활짝 핀 김태근의 꽃

17-18 F/W 헤라 서울 패션위크

2017.3.30.

Photo : 서울패션위크 by 패션채널


패션위크 런웨이 리뷰 : 요하닉스(Yohanix)


처음 요하닉스와 Yohan Kim (김태근은 해외에서 Yohan Kim으로 불린다)을 알게 된 건 지난해 뉴욕패션위크를 분석하면서였다. 보통 Concept Korea나 Fashion East 같은 그룹 쇼에서 한 디자이너가 두각을 나타낸다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요하닉스는그 때 분명 벽을 뚫고 두각을 나타냈다. 당시 김태근의 스타일들은 마치 마크제이콥스의 초창기를 보는 듯한, 아주 참신한 스트리트 베이스의 럭셔리 피스였달까.


그런데 오늘 처음 현장에서 접한 디자이너 김태근의 풀 쇼(Full Show)는 기대 그 이상이었다.  쇼는 그가 단순히 스트리트-럭셔리 경계의 재주꾼이란 느낌을 넘어서는 스펙터클한 스케일의 드라마였다. 오늘 아침 DDP S1홀을 채웠던 사람이라면, 에디터들은 이 쇼를 보며 수백 가지 소설을 썼을 것이요, 평범한 팬들이라도 무언가 알 길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가슴을 휘돌고 나가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쇼장에 도착했을 때, 예상과 달리 객석에 놓인 의자에는 에디션 노트가 없었다. 재빨리 찾아본 그의 페이스북에는 그저 간단히 이번 쇼에 대해 ‘내 꽃은 언제쯤 필 수 있을까?’ 란 말과 함께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고만 적혀 있었다.

쇼의 오프닝은 다양한 아미 피스(Army piece)들이었다. 김태근의 아미 피스는 사실 어떤 의미에서 그의 장기(forte) 아이템이기도 하다. 그런데 오늘 선보인 밀리터리 스타일들은 조금 달랐다. 마치 한번 파괴되었다가 로맨틱한 손길로 정성껏 수선된 느낌이랄까. 아미 재킷들은 프릴과 리본, 튤(Tulle) 등으로 장식되어 있었지만, 자세히 보면 뒤판이 일부 떨어져 나가거나, 뒷목 부분이 어긋나고, 다른 소재로 패치워크 된 것들이었다.


그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궁금증이 더해질 무렵 웃고 있는 나치의 얼굴이 새겨진 니트와 뒤판에 군인들의 모습이 수놓아진 재킷이 등장했다. 김태근은 분명 Wartime을 말하고 있었다.



지난 17-18 추동 4대 패션위크에서도 Wartime을 언급한 디자이너는 많았다. 현재 글로벌하게 만연한 정치적 혼란은 디자이너에 들에 게 가장 큰 영감의 원천이자 모티브였는데, 디자이너들은 모두 지금의 현실을 Wartime과 다를 바 없다고 느끼면서, 그 안에서 각자 희망과 치유, 파워를 노래했다. 김태근에게 Wartime은 어떤 의미일까.


사운드 트랙이 이은미의 노래로 바뀌면서 이제 김태근의 목소리가 나타났다. 스테이지엔 반전이 일어났고, 김태근이 말하던 ‘아직 채 못 핀 꽃’들이 무수히 많은 퍼레이드와 변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은미의 절절 끓는 음성과 과연 꽃피울 수 있을까라고 읊조리던 가사, 앞서 휘몰고 간 밀리터리풍의 로맨스가 겹쳐지면서, 김태근이 밀어내는 꽃들은 무언가 가혹한 운명을 견디고도 남아있는 소중한 꿈처럼 아름답게 다가왔다.



지금 꽃이 과연 트렌드인가? 솔직이 그렇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노래한 꽃에 설득 될 수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커머셜한 피스들은 사실 이미 충분했다. 앞서 시리즈로 등장했던 아미 피스들과 아미 스타일로 마감된 오버사이즈의 퍼 코우트들은 분명 프론트로우를 장식한 셀럽 들 중 몇몇은 이미 낙점하고도 남았을 스타일들이었다.’


어쩌면 젊은 디자이너 김태근은 사회적 메세지 보다는 자신의 삶과 꿈을 노래했을지도 모른다. ‘내 꽃은 언제쯤 필 수 있을까’란 이야기가 디자이너 자신에게 던지는 물음이었다면, 그는 아마 오늘 답을 얻었을 것 같다. 2017년 3월 30일 아침 DDP S1홀에서 분명 무언가 활짝 만개했고, 그 꽃은 바로 ‘요하닉스’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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