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거주자의 인간 관계 고민에 대하여
2달여간의 한국 일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왔다. 2달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었고, 미국에서 할 수 없는 일들을 마음껏 하고 왔다. 가족들과 친구들을 만나고, 그토록 그리워했던 북페어에 나가 책을 소개하고, 북토크와 워크숍을 열고, 도쿄 여행까지. 2달을 꽉꽉 채워 알차디 알찬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너무 빡빡한 스케줄을 감행한 탓일까- 미국으로 어서 돌아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들기도 했다. 미국에서 고작 1년 조금 넘게 살았을 뿐인데 어느새 내 삶의 터전이자 나의 보금자리가 된 모양이었다.
미국으로 갈 시간이 점점 다가올 때, 어서 빨리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과 동시에 '돌아가면 또 외롭겠구나' 하는 걱정도 들었다. 미국으로 돌아가면 언제든 연락하면 나의 따스한 보금자리가 되어주는 가족 같은 존재가 없으니까. 이렇게 말하니까 꼭 미국에 아는 사람 아무도 없이 혼자 사는 사람인가 싶겠지만, 나는 미국에 남편과 함께 살고 있고, 연락하고 지내는 친구들도 꽤 많이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미국에 돌아오자 마자 느낀 감정은 외롭다였다. 왜일까. 남편도 있고, 연락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때때로 사무치게 외로운 기분이 들 때가 생긴다.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고 일에 몰두해 보기도 하고, 한국에 있는 친구와 영상 통화를 하기도 한다.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 듯 싶지만 잠시 뿐이다. 미국에서 느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외로움은 내 마음 속 깊숙하게 이미 자리잡은 듯 했다.
미국에 돌아와서 1주일 정도는 시차적응으로 정신 없이 시간을 보냈고, 그 후로는 미국에서 사귄 몇몇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다. 한국에서 돌아왔다고, 잘 지냈냐고. 몇몇은 오랜만에 만나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었고, 몇몇은 문자로 안부 인사만 주고 받았다. 그렇게 한 2주가 지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외로움의 원인을 어렴풋이나마 밝혀냈다. 연락을 하지 않으면, 언제라도 끊어질 수 있는 존재. 사회에 나와서 만난 인연이 있다면 누구나 공감할 것 같다. 서로 연락하고, 만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쉽게 끊어질 수 있는 인연들이 많아진다. 나 혼자 노력해서도 되는 일도 아니고, 상대방과의 적절한 티키타카가 이루어져야지만 관계가 지속될 수 있다.
한국의 가족들, 친구들은 연락을 좀 안 한다고 그들과의 관계가 칼같이 끊어지지 않는다. 오랜만에 연락해도, 너무나 자연스러운, 이미 서로의 마음에 '가족' 혹은 '친구'로 자리 잡은 존재니까. 그래서 한국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더라도 나에겐 이미 그런 존재들이 있으니까 새로운 사람과 대단한 관계로 발전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크게 외로움을 느끼진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미국은 다르다. 가족과 친구의 존재가 없는 타국에서 새로 사귄 친구들의 존재는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서로 의지하고,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은 분명히 있지만 꾸준히 서로에게 노력을 쏟지 않으면 지속되기가 어렵다. 결국, 언제라도 부서질 수 있는 여린 관계가 나에게 외로움을 느끼게 하는 것 같았다.
어렵다. 어느정도 관심을 보여야 하는지. 너무 많아도 안되고, 너무 적어도 안된다. 적정한 관계 유지가 지속 가능한 관계를 만들고, 친구로서 자연스럽게 마음을 나눌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연락이 없으면 불안하고, 내가 먼저 해야하는걸까 생각이 들다가도, 내가 먼저 하지 않으면 우리의 관계는 쉽게 끊어지는 걸까? 싶어서 또 괜시리 외로워진다. 이렇게 나 혼자 고민하는게 의미없는 고민일지도 모르겠지만 글을 써보는 이유는,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분명 또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