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도 안 했는데 써보는
사촌형의 결혼식을 다녀왔다.
가까운 사람의 결혼식일수록 괜히 더 뭉클 하고 하품이 나와 눈물이 고인다. 멋쩍어하는 신랑이 입장을 하며 내 앞을 지나가고, 어느새 옆에 신부와 함께 다시금 내 앞을 지나간다. 동생도 아닌데 뭔가 모를 마음이 애리다. 그러다 보니 언젠가 동생이 결혼할 날을 상상해 본다. 왐마, 난 그날 울 거 같다. 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참 고생도 많이 한 우리라 그런가 어떤 긴 전투를 한, 하고 있는 전우애가 있다. 전우가 결혼식에 입장하는 그날을 상상하며 괜스레 축사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떠올리고 적어보기로 한다.
안녕하십니까.
신랑의 형입니다.
우선, 오늘 둘의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자리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2024년에 결혼하여 아내와 오순도순 살고 있습니다. 아직은 새파란 신혼부부입니다. 무엇이든 첫 단추가 중요하니 이제 막 첫 단추를 메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동생의 첫사랑은 지금의 신부입니다. 27세에 교제를 시작했으니 그 나이까지 모태솔로라는 말과 걱정 어린 충고를 듣는 동생도 참 마음고생이 많았을 텝니다. 둘만의 이야기로, 좋아하는 친구가 있냐 물어보면 중학생부터 고등학교, 대학교와 사회 나와 오늘까지 언제나 지금의 신부였습니다.
주변의 누군가는 가능성이 없다며 포기하라 뭐 하러 좋아하냐 하겠지만 저는 동생의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이 좋아 언제나 응원했습니다. 언제나 뜨거운 사랑이 아닌 따뜻하게 오래가는 잔열 같은 사랑.
결국 그 따뜻함은 그녀에게 닿아 둘은 연애를 시작하였고 오늘날에 이르러 여기 계신 분들께도 닿고 있습니다.
축사를 준비하며 제 결혼 생활을 생각하니 해주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져서 그건 따로 술자리에서 하기로 하고 오늘은 한 가지만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해라. 처음 그 마음처럼.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 별에 별일이 다 있을 거야. 인생은 산 넘어 산이니까. 가끔은 서로가 짐 같을 때도 있고 미울 때도 있을 텐데, 화가 나서 상대랑 말하기 싫으면 속으로라도 그때마다 주문처럼 외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해. 그러다 보면 그 지독한 산을 넘어 다시 푸른 들판이 나올 거야.
결혼 축하하고 따뜻하고 푸른 날들이 가득하길 바랄게.
2000년 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