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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Mar 29. 2023

홍매화, 그놈의 홍매화

이쁘긴 이쁘네



2월중순부터 예약전화가 오면서 묻는 질문이 한가지 추가됐다. 


"홍매화가 언제 피어요?"

각황전과 원통전 사이에 있는 한그루의 나무가 있다. 겨울 내내 앙상하게 있어 잘 눈에 띄지도 않는다. 이게 뭐라고 그리들 궁금해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2월말이 되니 이런 문의 전화는 더 많아졌고, 드디어 3월 초엔 화엄사 홈페이지에 화엄사 홍매화를 매일 업데이트 하고 있다. 다.행.이.다


오늘 서울에 친구가 카톡으로 메세지를 보냈다. 뉴스에 화엄사 홍매화가90% 피었다면서 말이다. 일주일 전부터 사찰 방문객이 늘어나고 있고, 지난주 토요일엔 화엄사 입구부터 일주문까지 도로에 차가 쭈욱~~주차되 있었다. 진정 홍매화를 보러 이렇게나 많이들 온다고? 


홍매화도 마케팅을 참 잘 한것 같다. 그래도 300년이 넘은 나무라니 대단하긴 하다. 가끔은 나무가 300년을 살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말이다. 지인이 홍매화가 돋보이는 이유가 삼색이라며 메세지를 보내주었다. 그러고 보니 하늘의 푸른색 + 원통전과 각황전의 검은 기와지붕색 + 홍매화의 진분홍이 조화를 이루어 매력적으로 보였다. 


오후 4시 템플스테이 손님을 위한 사찰 안내시간이다. 보통 보제루를 지날때쯤 대웅전으로 시선이 가면서 화엄사 중심지역 설명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사찰안내를 할때 중심지역에 접어들면 바로 눈에 띄는것이 홍매화이다. 다른 계절엔 보이지 않았던 나무가 이제는 메인인 것이다. 홍매화가 저 멀리서 보이는 순간, 나의 사찰 안내는 손님들의 귀를 닫고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핸드폰을 주섬주섬 꺼내어 홍매화 사진을 담기 시작한다.


 "잠시만요. 흥분을 조금 가라앉히고, 조금후에 계단을 올라가 가까이 가시면 더 예쁜 사진을 찍으실 수 있어요" 하지만 이미 나의 설명은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엔 부족하다. 그래도 그토록 보고 싶어서 오신 손님이라 나도 기쁘긴하다. 가까이 가서 보시고는 예쁘다는 찬사를 보내며 한참 사진을 찍는다. 실은 오후에도 방문자들이 많아 온전히 홍매화를 찍기는 불가능하다. 이때 나는 " 저녁 공양후나 내일 아침 공양후에 오시면 방문자들이 조금은 덜할 거에요. 템플스테이에서 1박하시는 분들의 장점이죠" 하며 손님을 위로한다. 


이걸 찍으려 새벽 4시부터 삼각대에 아주 큰 렌즈를 가지고 사진을 찍으려는 사진작가들이 많아지고 있다. 열정이 대단하신 분들이다. 


봄이 오긴 왔나보다. 앙상했던 나무가지에 꽃이 조금씩 피고 있다. 특히 해가 잘드는 곳인 만월당은 홍매화가 피기도 전에 한그루의 매화가 활짝 펴 있었다. 조금은 지리산도 푸르름을 더해가고 있다. 


좀 북적이는 사찰이 적응이 잘 안되지만, 자연의 변화를 보고 느낄수 있는 이곳에 있는게 참 행복하다. 

사진을 잘 찍었으면 좋을텐데 그게 좀 아쉽지만, 오랫동안 눈으로 보며 마음에 잘 새겨놓아야겠다. 

내년 다시 필때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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