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수 없이 배운 미니멀 라이프
어쩌다 보니 지난 12년동안 장기배낭여행과 스쿠버 다이빙을 하면서 섬에 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순간 내가 미니멀 라이프 스타일로 살고 있나는 걸 알게 되었다.
몰디브에서 지냈던 곳은 말레 국제공항에서도 500KM 남쪽으로 떨어진 적도 바로위의 마지막 섬인 Gafudhahal Atoll 이었다. 나중에야 할게 된 사실이지만, 몰디비언들도 오지라고 생각해서 선호하지 않는 지역이었다고 한다. 서플라이 보트가 한 달에 2번정도 오다보니 자연스럽게 고장난것 고쳐쓰고, 없으면 없는대로 조금은 불편함을 감수하며 사는 게 익숙해졌다.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의 몰디비언들은 손재주가 아주 좋았다. 환경이 그들의 유전자를 그렇게 발전시켰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섬에서 일할 때 입는 유니폼, 식당갈때 입는 캐주얼 옷 2~3벌정도, 물놀이 할 때 입는 수영복 2벌 그리고 양말도 필요없고, 슬리퍼 2켤레면 충분하다. 그것도 하나가 떨어지면 언제 살수 있을지 모르니 예비로 하나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섬에서 살다가 휴가로 가끔 한국을 오면 깜짝깜짝 놀란다. 신발장에 신발들을 보면 이렇게나 많았나 싶다. 한번에 한 켤레밖에 신을 수 없는데 말이다.
쇼핑과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줄이니, 아니 하지 못하니 오로지 나에게 집중 할 수 있는 그곳에서의 시간이 참 좋았다. 보통 여행을 다닐때 비행기를 타게 되면 수화물 제한이 있다. 추가 요금을 내고 더 가져올 수도 있지만, 결국 여행내내 계속 내가 짊어지고 다닐 물건들일테닐 신중하게 된다.
내 나름의 짐싸기 원칙이 있다면,
하나, 가져갈까 말까 고민되면 가져가지 않는다
하나, 배낭을 가득 말고 살짝 여유를 둔다
하나, 이건 좀 역설적이기긴한데 부피와 무게에 상관없이 여행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라면 반드시 담는다.
20대에 배낭여행 다닐때 서양 친구들을 보면 집에서 쓰던 아주 큰 베게나 인형, 통기타나 드럼같은 악기, 에스프레소 커피를 내리는 모카포트등을 챙겨 담아온다. 그것들이 만들어주는 행복한 순간들이어서 일 것이다. 다른 사람이 아닌 그런 물건들은 내가 가장 잘 안다.
배낭여행이 인생과 닮은 점 또 하나, 시간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집으로 가는 리턴 티켓이 있는 마치 우리의 인생처럼 언제 다시 올 줄 모르니 그곳에서 최대한 많이 경험하고, 그 순간들을 즐기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의 인생도 지구별로 배낭여행 왔다 생각하면 어떨까 싶다 그럼 우리네 인생도 매 순간 새롭고, 소중하고 행복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