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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Aug 26. 2022

섬에서 비가 오면

비가와도 몰디비언은 절대 뛰지 않는다


"자밀과 탈라는 아직 출근 안했어?" 

다이빙이 없는 날은 아침 9시에 미팅을 하는데, 그 둘이 보이지 않는다. 

'아~~ 비가 오는구나' 비가 오는 날엔 항상 늦는다. 처음 몰디브에서 일을 시작했을때 지각하는 팀원들이 이해 되지 않았다. 너무나 태연하게 비가 멈추길 기다렸단다. 과연 한국에선 이 변명이 통할까? 매번 지각의 이유가 될 수 있을까 싶다. 


한국에선 비가 오는데 우산이 없으면 뛰어가거나 가까운 상점에서 우산을 산다. 아니 보통은 일기예보를 미리 확인하고 챙겨 올 것이다. 하지만, 몰디비언들은 절대로 뛰지 않는다. 실은 쉽게 우산을 살 곳이 없어 그저 나무밑에서 어느정도 비가 그칠때까지 기다린다. 그 누구 하나 초초해 하거나 언제 비가 그칠지 걱정하지 않는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하는 옛말이 이해된다. 이곳 섬은 도시와 다르게 공기가 깨끗하고, 바람이 좋아서 비를 맞아도 찝찝하지 않다. 또한 가벼운 옷과 슬피퍼를 신고 있어서 금방 마른다. 


이들은 과연 그 여유로운 마음이 어디에서 나온걸까. 자연이 그들에게 자연스럽게 이런 여유로운 마음을 선물로 준건 아닐까싶다. 


비가 하루종이 올 것 같은 어느날 아침이었다. 이미 출근도 해놓고는 팀원이 오늘 쉬고 싶단다. 이런 날씨엔 손님이 없으니 가능했다. 궁금한 나머지 뭐 할 거 냐고 물으니 낮잠을 자고 싶단다. 비오는 날은 잠이 잘 온다고 말이다. 그랬던가? 몰디브 섬에서 쉬는 날 비가 오면 비오는 소리가 아니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참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어 종종 나도 낮잠을 즐겼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는 몰랐다. 아니 생각해볼 여유가 없었다. 비가 오면 우산을 챙겨야지, 무슨 옷과 신발을 신고 갈지, 차는 막히지 않을지 등등 걱정이 먼저 앞섰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섬에서는 리조트 손님들이 비가 오면 엑티비티를 하지 않아 한가하니 쉬거나 그동안 바빠서 못한 일들 하거나 내리는 비를 보며 커피나 차를 마신다. 가끔은 하늘이 뚫린 것처럼 올때도 있어서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실은 그럴 수 밖에 없긴하다.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바람이 불지 않고 비만 오는 날의 물놀이는 상당히 낭만적이다. 특히, 스쿠버 다이빙을 하면 어차피 물에 들어가니 비가 오고 안 오고는 중요하지 않다. 대신 다이빙을 마치고 수면으로 상승전 5미터에서 3분간 안전정지를 하는데, 이때 수면을 올려다보면 비가 톡톡 떨어지는 모습과 소리가 너무 예쁘다. 그 장관은 비가 오는 날 밖에 보지 못한다. 그리고 수면으로 올라와 얼굴에 깨끗한 비를 맞으면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스노클링 할때도 엎드려서 하니 얼굴은 물 안에 있지만, 등과 다리는 고스란히 햇볕을 보게 되니 나도 모르게 화상을 입을 때가 많다. 그런데 비가 오는 날엔 그런 햇볕은 없으므로 좀 더 편안하게 오래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다. 


리조트 손님들이 많이 하는 두 번째 질문은 바로 내일의 날씨이다. 

"내일 날씨가 어떨까요? 예보상으로는 좋던데요." 라고 묻는다. 안타깝게도 이곳은 한국처럼 일기 예보가 정확하지 않다. 아니 반대로 생각하는 것이 맞을 정도로. 나도 언제부터인지 태풍급 경고 알람이 아닌 경우 예상하지 않는다. 리조트 손님들의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 Inshalla 인샬라~~" 신의 뜻대로 혹은 "날씨는 손님 운에 달려 있어요" 라고 어느덧 몰디브에서 8년을 살다보니 이런 답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처음 와서 내가 몰디비언들에게 인샬라라고 들었을 때는 아니 무슨 그런 무책임한 말이 있나 싶었지만, 날씨는 사람의 힘이나 노력으로 어떻게 할 수 없으니 이젠 나도 같은 답을 한다. "인샬라"라고...


이렇게 한국에서 장마철이 되니 몰디브에서 비오는 날이 생각난다. 비를 피하려고 애쓰기 보다는 비오는 날씨를 받아들이고 맞이하는 그들의 마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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