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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lee Mar 19. 2020

화면 가득 맛의 향연 Woman on Top

글로 읽는 영화

실로 오랜만에 '글로 읽는 영화'라는 제 매거진에 새 포스팅을 합니다. 사실 그간 영화를 보고는 있었죠. 어떻게 영화를 안 봤겠어요. 하지만 예전만큼 영화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고 싶다는 제 안에서의 글쓰기 동력이 좀 떨어져서인지 이 매거진에 새 포스팅을 올리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 주위 분들 혹은 브런치에 글을 쓰시는 작가분들 중 많은 이들이 '글쓰기의 기본은 다작'이라고 많이들 말씀을 하시네요. 말이 안 돼도 쓰고 말이 돼도 쓰고... 그저 쓰다가 주절주절 옆길로 빠지기만 하는 글들이 싫어서 저 스스로 마음을 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몇 달간의 치기 어린 고민들이 좀 숙성이 돼가고 있는지 요즘 글쓰기가 한결 편해지고 있습니다. 50대 중후반의 나이에 전문 글쓰기의 삶에 대해 고민하는 이 철없는 이의  욕망을 격려하고 편하게 읽어주시는 독자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만큼 영화를 볼 때 나오는 음식점이나 음식 이야기에 집중해서 보는 편입니다. 영화 속 요리 이야기라는 연재 칼럼을 게재하기도 했었지요. 최근 예전 데이터베이스를 정리하는 과정 중에 예전에 썼던 '영화 속 요리 이야기' 칼럼을 찾았습니다.


서버 어딘가에 처박혀 있었던 원고들이 갑자기 불현듯 생각이 나서 이리저리 검색을 돌리니 건져지더군요. 예전 원고들을 찾아내서 손질 중입니다. 몇 개의 영화 이야기를 더 포스팅할 수 있는 원재료가 생긴 거지요. 한데 고민이 생겼습니다. 제가 올린 영화들 모두 2000년도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않네요. 이후에도 많은 영화들을 보고 감탄을 한 영화도 있지만 어째 글로 풀어낼 자신이 자꾸 없어집니다.


나이 들어가나?

먹고살만해졌나?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렸습니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렸다는 홍상수 감독이 된 듯합니다. 영화 이야기로 들어가 볼까요?

 

Photo IMDB

브라질 바닷가에 늘 손님으로 북적거리는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이 레스토랑의 셰프는 바다의 여신으로부터 선천적으로 손맛을 부여받은 이사벨라(페넬로프 크루즈)입니다. 성격 좋은 남편 토니뇨(무릴료 베니치오)는 레스토랑의 매니저로 식당을 찾는 이들과 파티를 하며 친화력을 발휘하며 동네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는 전형적인 사업가입니다.

https://youtu.be/deC-nDISxcE

이 영화의 사운드 트랙입니다. 보사노바 리듬의 나른함에 빠져 볼 수 있습니다. YouTube

이 지역에서 이 레스토랑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맛과 분위기가 좋은 레스토랑으로 손꼽히는 곳이었습니다. 향신료의 나라 브라질 답게 다양한 향신료를 사용해 해산물 요리를 선보이는 이사벨라는 그녀의 요리 솜씨만큼 하늘이 내려준 우아한 미모를 자랑합니다.

이사벨라는 바다의 여신으로부터 신적인 요리 솜씨를 물려받았습니다. 이사벨라의 해산물 요리는 이 지역에서 최고로 맛있어 늘 식당에는 손님들로 북적거립니다. Photo IMDB

하지만 그녀에게도 한 가지 어쩔 수 없는 선천적 두려움이 있는데 이것은 좀 우습게도 심한 멀미증이었습니다. 심한 멀미 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고향을 한 번도 벗어난 본 적이 없는 집순이 었습니다. 움직이는 것에 심한 멀미를 느끼는 이사벨라는 심지어 남편과의 부부관계에서도 본인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멀미를 느껴 음식을 토해낼 만큼 극심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늘 여성 상위 체위만으로 남편과 섹스를 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는 것이죠. 그래서 영화 제목이 'Woman on Top'입니다. 남편 토니뇨는 아내가 아무리 천하절색 미인이라고 해도 늘 자신의 위에만(?) 올라타야 하는 아내에게 거리감을 느끼고 딴 여자에게 눈을 돌립니다.


어느 날 레스토랑에서 일을 마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온 이사벨라는 침대에서 뒹구는 남편과 딴 여자의 나체를 보게 됩니다. 남편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이사벨라에게는 이 세상이 무너집니다. 그녀의 수호신인 브라질 바다의 여신 역시 포효할 듯한 파도로 그녀의 아픔을 그려내죠.


너무나 극심한 배신은 그녀를 새로운 세계로 도망치게 합니다. 멀미로 버스 한번 타본 적 없는 이사벨라가 자신을 배신한 남편을 벗어나기 위해 그 무시무시한 비행기를 타고 샌프란시스코의 친구 곁으로 떠납니다. 비행기 탑승 내내 심한 멀미를 하면서 비행기에서 내릴 때에는 마치 중환자가 병원 문을 나서는 듯, 엉망진창인 모습으로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내립니다.

정열적인 나라 브라질을 배경으로 보사노바 리듬의 영화음악이 귀를 즐겁해 해줍니다. Photo IMDB

하지만 연고 하나 없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신이 일 해왔던 셰프로서 새로운 인생을 산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깨닫습니다. 이사벨라는 막막한 심정으로 샌프란시스코 거리를 걷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향신료 냄새를 맡고 찾아갑니다. 이곳은 요리 클래스.


이곳에서 파트타임 강사 자리를 얻게 된 이사벨라는 첫 수업에서 TV 방송의 젊은 PD 클리프로에게 한눈에 픽업돼 푸드쇼 호스트로 발탁됩니다. 지역 케이블 방송에서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제작하는 푸드 쇼에 진행자로 전격 발탁된 것입니다. 미모 빼어나죠... 브라질에서 건너온 셰프라는 이국적인 타이틀로 시청자들의 주목을 한눈에 받게 됩니다.


이사벨라는 어느 날 아침 일어나 보니 유명인이 된 것처럼 그렇게 순식간에 로컬 스타에서 미 전역 송출 방송의 프로그램 진행자로 벌떡 일어서게 됩니다. 한편 이사벨라를 못 잊어하던 남편 토니뇨는 아내의 행방을 찾다가 친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로 아내가 떠났음을 직감합니다. 그리고 그녀를 찾기 위해 머나먼 샌프란시스코로 떠납니다. 그리고는 아내를 찾으며 길을 걷다 TV에 나와 푸드쇼를 진행하는 아름다운 이사벨라를 발견하게 되죠.


토니뇨는 이사벨라가 요리를 만들고 있는 방송국으로 달려가고 그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합니다. 이사벨라는 자신을 배신한 남편 토니뇨와 조심스레 마음의 문을 열고 새로운 감정을 키워나가는 방송국 PD 클리프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이 영화에서 소개되는 다양한 브라질 음식 외에도 브라질 전통음악인 보사노바가 이국적인 선율을 선사합니다. 한마디로 이국적인 음식, 이국적인 선율… 볼거리가 풍성한 영화인 셈이죠. 하지만 너무 여배우의 미모와 관능적인 몸매만을 강조하다 보니 영화로의 몰입은 살짝 방해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스페인의 대표 여배우인 페넬로프가 할리우드에 처음 진출한 영화죠. 이후 ‘바닐라 스카이’를 촬영하면서 톰 크루즈와 사랑에 빠졌고 톰 크루즈는 아내였던 니콜 키드먼과 헤어지게 된 겁니다. 물론 그 이후 톰 크루즈가 다시 결혼한 여배우는 그녀가 아니었지만 말이죠...


하여간 페넬로프 크루즈, 그녀의 매력이 스크린 곳곳에서 물씬 풍기는 영화라는 점은 누구도 의의를 달 수 없을 겁니다. 그만큼 매력적인 그녀임이 틀림없습니다. 이 영화를 보다 보면 같은 여자라 해도 언감생심 질투는 무슨, 너무나 매력적인 모습에 푹 빠질 듯합니다.


미모에, 요리 솜씨까지 출중하다면 너무 불공평하지 않나요? 하지만 주위에 보니 요리 솜씨 야무진 주부들 가운데 한 미모 하는 분들도 많더군요. 하여간 부럽기만 한 일입니다. 여러분은 어떻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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