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을 떠난 지 두 달이 지났다.
비녀
어느 때부터인가 동네 아지매들 사이에
파마머리가 유행했다
엄마보다 훨씬 어린 아지매들도
하나 둘 동참했다
머리 감기도 수월하고 농사일에도
파마머리가 최고라 했다
1980년대 시골에도 파마 바람이 불었다
엄마는 평생을 미용실 한 번 안 갔다
열 살 꼬마의 눈에 비친 오십 젊은 엄마는
검은 강물처럼 머리칼을 길게 늘였다.
비누 거품 하얗게 일렁이며 머리를 감고
긴 머리칼을 쥐어 물기를 짜냈다
손끝에 마지막 물방울에 햇살이 스며들었다
고요한 마음 담아 참빗으로 곱게 빗어 내렸다
정성스레 감아올린 머리칼에 비녀가 꽂혔다
젊은 엄마는 은비녀를 아끼셨다
아마도 엄마의 가장 큰 재산이었을 것이다
어느 날
은비녀가 사라지고 옥빛 플라스틱 비녀가
엄마의 깔끔을 책임졌다
덤성해진 머리칼을 곱게 빗어 내리고
여전히 젊은 엄마처럼 머리에 비녀를 꽂았다
알츠하이머라 불리는 노인성 치매가 찾아온 후로는
엄마는 스스로 머리 감는 시간을 내려놓으셨다
타인이 손에 맡겨진 늙은 엄마의 머리칼은
단발로, 단발로 벼나고 말았다
좌측 고관절 골절 수술을 하고 나서는
희끗희끗하던 머리칼은 하얗게 눈이 내렸다
머리카락은 더 짧아졌다
엄마의 옥빛 비녀는 홀로 남겨졌다
엄마 영정사진을 들고 집에 갔다
눈에,
눈앞을 덮은 눈물 너머로 비녀가 빛났다
긴 세월의 햇살이 옥빛 비녀에 담겨 있었다
엄마의 세월을 가슴에 담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