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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글손 May 02. 2017

제16회 아동문학의 날

상일초등학교에서 함께 한 아동문학의 날

아동문학으로 등단한 지 이제 겨우 4년. 아직도 갈 길이 너무도 멀고, 아직도 글이 글이 아니라는 생각이 한없이 드는 순간순간이 쉼 없이 이어진다. 먹고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제대로 글을 쓰지도 못하다 올해는 어쩔 수 없이 이런저런 글을 써야 한다. 잘 쓰진 못하더라도 늘 마음을 담은 글을 쓰자고 마음에 힘을 담아 본다. 두 팔을 하늘로 뻗어 보고.


경남 아동문학회에 들어온 지 이제 겨우 3년. 아직도 갈 길이 먼 내가 경남아동문학회에서 집행부 일을 맡게 되어 늘 역량의 부족함을 느낀다. 글을 쓰는 일도, 집행부 일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도 늘 열심히 하다 보니 좋은 기회가 생기기도 하지만, 시간에 쫓기는 현실이 조금 낯설기도 하다. 늘 한가하게 지내다 바쁘니 정신이 없어졌다. 자연히 글이 예전보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도 오늘은 즐거운 아동문학의 날이다.

상일초등학교 학생들과 오전부터 글짓기를 시작한다. 회원이신 김문주 선생의 글쓰기 특강에 아이들의 눈이 빛난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멋지다. 

이제 글을 쓴다. 올해 아동문학의 날 행사는 오전에 글짓기하고, 오후에 행사를 간단히 하고 바로 시상식을 하기로 했다.

부족하지만 작년에 올린 동시 한 편! 똑똑한 친구가 곁에 있어 좋기도 하다. 그런데 좋은 친구는 내 생각을 어디로 데리고 가는지 알 수 없다. 산만한 나의 정신을 산만하게 만든다.

아이들은 열심히 글을 쓴다. 오롯이 글을 쓰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행복한 것은 사실이다.  이런 사실을 우리 아이들도 알 것이다. 언젠가 시간이 흐르고 나면.

회원들은 열심히 심사 중이다. 사실 나는 늘 고민이 하나 있다. 굳이 심사를 해야 하는가? 타인의 글을 평가해야 하는가? 왜 우리는 나의 기준으로 남을 평가하고 값을 매기는지 알 수 없다. 물론 세상은 평가로 가치를 매기고 우리는 늘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가지만. 아쉬움을 뒤로하고 글을 읽어보니 확연히 눈에 들어오는 글이 있다. 역시 대부분의 사람들의 마음은 비슷하긴 한가 보다. 그래도 아쉬움은 아쉽다.

오랜만에 보는 손 글씨 상장. 어릴 적에 이런 상장 하나 받았으면, 나는 더 글을 열심히 쓰는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상장 하나 받아보지 못했기에 지금 이렇게 열심히 글을 쓰려고 노력하지는 지도 모른다. 글을 쓴다는 것은 늘 글을 쓴다는 것이고, 늘 글을 쓴다는 것은 늘 생각을 남기고 싶다는 사실.

그런데 방금 든 생각은 글은 평소 생각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는 그 순간의 생각과 마음이란 사실이다. 결국은 글을 쓰고 자리에 앉아서 펜을 놀리는 그 순간이 바로 생각이 나타나는 순간이다.

학교 선생님들도 아동문학의 날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어 생각보다는 성대한 행사가 되었다. 학교에서 이런 행사는 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귀찮은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런 하나가 모여 우리 미래가 달라진다고 하면 귀찮아도 해볼 만한 일이지 않을까? 요즘 학교는 행사가 정말 많다. 선생님들도 참 힘들겠다. 제일 만만한 인생을 사는 나도 힘들긴 마찬가지지만. 

교장 선생님의 말에 아이들은 언제나 그렇듯 그럭저럭. 어린 시절, 땡볕에 내리는 운동장에서 하나 둘 친구들이 쓰러지는 시간을 온전히 다 이용하시던 교장선생님의 모습이 아른거리기도 한다. 예전 교장 선생님들께서는 심심하셨나 보다. 하루 중에서 아이들에게 훈시하시는 게 제일 재미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학부모 회장님의 인사말. 아이들이 모두 박수를 친다. 역시 선생님보다는 엄마가 더 좋은가 보다. 나도 지금 마흔 중반이지만, 아직도 엄마가 누구보다 좋다. 엄마가 좋은 이유를 말하라면,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과 꼭 같을 것이고, 가끔 엄마가 미울 때가 있다면, 아마 그 이유도 같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엄마의 영원한 어린이다.

가끔은 글을 쓰다 보면 무슨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를 때가 많다. 아마 아동문학의 날 표어를 다 같이 낭독하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누구나 모두가 사람들 앞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래도 쉽지 않은 일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지금 옆에서는 아이들이 '인생게임'을 열심히 하면서 욕도 하면서 선생을 우습게 보고 고함을 치고 난리다. 조용히 글을 쓴다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나는 이렇게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를 적어 내려가고 있다. 마음속에 아이들이 들어온 것처럼 정신이 없다. 

이한영 회장이 교장 선생님께 연간집 기증을 한다. 정확히 말하면 아이들에게 연간집을 한 권씩 선물로 준다. 아이들이 글을 읽고 조금이나마 마음이 풀어지면 좋겠다. 나는 거친 삶을 살아왔지만, 우리 아이들은 덜 거친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아마 이런 것이 부모의 못난 마음일지 모른다. 거친 삶도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는데도 말이다.

아이들의 시낭송은 언제 들어도 좋다. 글 속의 이야기가 바로 아이들이 이야기이기에 더욱 빛난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한 늙은 작가가 손자에게 자신의 글을 읽어보라 하니 재미가 없다 한단다. 그래서 글을 쓰는 것이 힘들다고. 시대가 달라져 이제 아이들을 위해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참 맞는 말이다. 이런 말을 유명 작가가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세상은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공연이 이어진다. 재미있다. 아이들의 공연도 즐겁다. 나는 학창 시절에 왜 저런 활동 하나 못했을까? 도시의 아이들은 악기 하나쯤은 다루는데, 시골 학교에서는 겨우 형님들의 기타를 만지작 거리는 것이 전부였던. 그런 것은 아니겠지. 그냥 내가 관심이 없었을 뿐이겠지.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도 신난다. 아이들은 노래도 잘한다. 나도 어릴 때 노래를 잘했나? 중학교 소풍에서 김범룡의 "촛불 하나"를 열심히 불렀던 기억이 나기도 한다. 바닷가 너른 바위 위에서 도시락을 까먹으며 장기자랑을 하고 놀았는데. 이제는 그런 추억은 없어져버렸다. 물론 아이들도 바닷가에서 즐기는 이런 소풍은 꿈에도 꾸지 못할 것이다. 

아이들은 엄마에게 보물이다. 카메라가 일상이 된 요즘 모든 엄마들에게 모든 아이들은 모두 소중한 보물이다. 

아이들의 우쿨렐레. 나도 우쿨렐레는 하나 사 뒀는데, 실제로 줄을 튕겨보질 못했다. 뭐! 마음먹고 한다면 제대로는 못해도 한 번은 해 볼만 하다는 생각이다.

아이들의 잔치에 엄마들도 나섰다. 엄마라서 나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엄마도 아이들처럼 그때 그러지 못했기에 지금 이렇게 다시 아이가 되는 것이다. 모두가 훌륭한 삶의 주인공이다. 

이제 그만 써야겠다. 쓸 말이 없다. 아니 그냥 좀 쉬고 싶다. 아이고! 머리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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